[기자수첩]편의점 시트지로 수십 억 날린 '탁상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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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내·외부 시야를 차단하던 '편의점 불투명 시트지'가 다음 달 사라지고 금연 광고로 대체된다.
국무조정실 소속 규제심판부는 17일 회의를 열고 다음 달까지 편의점에 부착한 불투명 시트지를 제거하도록 조치할 것을 보건복지부 등에 권고했다.
그동안 편의점들은 투명한 유리 벽에 불투명 시트지를 붙이고, 외부에서 내부 담배 광고가 들여다보이지 못하도록 했다.
불투명 시트지가 편의점 내부를 가리는 탓에 새벽 근무자가 범죄에 노출될 위험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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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지 부착에 최소 25억 소요 추정
탁상행정 아닌, 실질적인 정책 펼치길
편의점 내·외부 시야를 차단하던 ‘편의점 불투명 시트지’가 다음 달 사라지고 금연 광고로 대체된다. 국무조정실 소속 규제심판부는 17일 회의를 열고 다음 달까지 편의점에 부착한 불투명 시트지를 제거하도록 조치할 것을 보건복지부 등에 권고했다.
그동안 편의점들은 투명한 유리 벽에 불투명 시트지를 붙이고, 외부에서 내부 담배 광고가 들여다보이지 못하도록 했다. 편의점 외부에서 내부 담배 광고가 보이지 않도록 시야를 차단하면 청소년 흡연율이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한 정부 당국의 판단 때문이었다. 당국 지시에 따라 전국 5만여 곳의 편의점이 일제히 불투명 시트지를 부착했다. 이 사업에만 최소 25억원이 소요된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줄어야 할 청소년 흡연율 대신 범죄 발생률이 늘었다는 점이다. 불투명 시트지가 편의점 내부를 가리는 탓에 새벽 근무자가 범죄에 노출될 위험성이 커졌다. 지난 2월 발생한 인천시 계양구 편의점 강도 살인사건이 대표적이다. 피해자는 편의점 내 창고 앞에 쓰러져있다 뒤늦게 손님에게 발견됐지만, 이미 숨진 상태였다. 투명한 유리 벽이었다면 외부에서 누군가 더 일찍 발견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당국의 일련의 조치를 보고 있자니, 1950년대 말 벌어진 중국의 '제사해 운동'이 떠올랐다. 쓰촨성 농촌을 시찰하던 마오쩌둥이 참새 떼가 배고픈 인민이 먹어야 할 곡식을 쪼아먹는 모습을 보곤 전국의 참새를 박멸하라고 지시한 참새 소탕 작전이다. 당시 '책상머리' 학자들은 참새가 사라지면 최소 70만명이 먹을 수 있는 곡식을 더 수확할 수 있다며 바람을 잡았다. 결과는 어땠을까. 늘어야 할 곡식은 늘지 않고, 참새가 사라진 탓에 벼멸구 등 엉뚱한 해충만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의 전형적인 사례다.
단순히 편의점 불투명 시트지를 붙여 청소년 흡연율을 줄이겠다는 당국의 발상은 예견된 실패였다. 청소년 흡연율은 편의점 불투명 시트지처럼 간단하고 단기적인 방식이 아닌,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체계적인 교육이 이어질 때 감소한다는 것이 주요 선진국들의 사례로 입증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청소년 흡연율은 2020년 4.4%에서 제도가 시행된 2021년 4.5%로 오히려 소폭 늘었다. 이제라도 당국이 편의점주를 옭아매는 탁상행정이 아닌, 실질적인 정책을 펼치길 기대한다.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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