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책값 예산 줬더니…울산도서관 공무원들 '셀프 타먹기'
울산시 공공도서관 직원들이 '시민 책값 돌려주기 사업'으로 편성한 예산을 챙겼다가 적발됐다.
18일 울산시에 따르면 책값 돌려주기 사업 첫해인 2020년 도서관 직원 27명이 '셀프'로 책을 구매하고 반납하는 방법으로 70만9000원을 챙겼다. 2021년엔 23명이 58만6000원을, 지난해엔 같은 방식으로 46명이 178만5000원을 가져갔다. 울산도서관 전체 직원이 40명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직원 대부분이 책값을 챙긴 셈이다.
이 사업은 정해진 서점에서 지역 상품권인 '울산페이'로 구매한 책을 4주 안에 읽고 울산도서관이나 9개 지역 공공도서관에 반납하면 월 한번, 최대 4만원(2권)까지 환불해 주는 게 핵심 내용이다. 시민은 세금으로 책을 빌려 볼 수 있어 반긴다.
책값 돌려주기 사업 운영 규정에는 예산 범위 내에서 책값을 지급할 수 있고, 신청자가 많으면 먼저 책을 반납한 사람에게 돈을 지급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즉, 도서관 직원이 챙겨갈수록 시민에게 돌아갈 혜택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울산시 측은 이날 이런 감사결과를 내놓고 울산도서관장에게 "책값 돌려주기 사업에 더 많은 시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공공도서관 직원 (사업)참여를 제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울산 책값 돌려주기 사업에는 2020년 시민 585명이 참여해 1500만원을 받았고, 2021년에 1797명 4500만원, 지난해엔 2502명이 6944만원 상당 혜택을 봤다. 이에 대해 울산도서관 관계자는 "사업 활성화를 위해 좋은 의미에서 직원들이 참여한 것"이라며 "감사에 적발된 만큼 직원은 참여하지 못하게 조치했다"고 말했다.
감사결과 또 다른 문제도 드러났다. 시 예산으로 산 책 4600여권 폐기한 데다 연체 도서가 지나치게 많다고 판단했다. 울산시 측은 "울산도서관은 2022년 말 30만7859권을 보유하고 있고, 매년 2만5000권을 확충하고 있다"며 "폐기 처분하는 책이 많고 연체 도서를 회수하는 일도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도서관측은 대출기한 경과 시 반납하도록 알려야 한다. 60일 이상 지나면 통지서를 우편 발송하고 직접 집을 찾아가 회수해야 한다. 하지만 제때 방문 횟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연체 도서 회수율이 48.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150여권을 분실했고, 책을 빌려 가서 4년 4개월이 넘은 연체자도 있었다고 울산시 측은 전했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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