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늘봄학교' 정책은 재탕, 삼탕의 요란한 빈수레"
[차원 기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아래 전교조),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아래 평학) 등이 윤석열 대통령의 대표적인 교육 공약인 '늘봄학교'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늘봄학교는 '늘 봄처럼 따뜻한, 아이를 늘 보는 학교'라는 의미로 학교에서 아침·저녁 돌봄 등(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최대 13시간)을 제공하는 정책이다. 지난 3월부터 인천, 대전, 경기, 전남, 경북 등 5개 시도교육청에서 시범운영을 시작한 지 두 달을 맞았다.
이주호 교육부장관은 지난 1월 기자회견을 열고 2025년까지 전국 모든 초등학교에 늘봄학교를 도입할 것을 약속했다. 지난 17일에는 2학기 늘봄학교 정책 운영방향에 대해 에듀케어 확대, 공간·인력 확충, 지역사회와의 협력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늘봄학교 시범운영 두 달, 교사·학부모 단체 등은 늘봄학교가 현장 의견수렴이나 수요조사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된 정책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미 시행 중인 돌봄과도 큰 차이가 없는 '보여주기식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또 아이들을 오랜 시간 학교에 머무르게 하는 것은 올바른 교육정책의 방향이 아니라고도 지적했다. 지난 16일 김현희 전교조 대전지부장, 김한민 전교조 서울지부 정책실장, 박은경 평학 대표 등을 인터뷰했다.
▲ 늘봄학교 시범운영 중단 촉구 기자회견 연 전교조 경기지부 |
ⓒ 전교조 경기지부 |
김현희 전교조 대전지부장은 "정책 시행 전 교사들에게 어떤 의견수렴이나 수요조사도 없었다"며 "일방적으로 추진된 정책이라는 점에서 교사들의 반응은 처음부터 냉담했다"고 말했다. 또 "참여하는 학급이 전체 3583학급 중 334학급(9.3%), 전체 학생 수 중 8.46%에 해당하는 6343명에 불과하다"면서 "지나치게 적은 수의 시범운영으로 유의미한 표집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늘봄학교의 갑작스러운 추진으로 많은 교사들이 정규 수업 공간을 빌려주고 있다"며 "학생들이 하교한 후로도 교사들은 수업 연구, 학부모 상담, 보충지도 등을 해야 하는데 교실 공간을 내줘 업무에 지장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김 지부장은 또 일부 긍정적인 반응에 대해 "사정이 급박한 보호자들은 늘봄학교에 긍정적일 수 있고, 그런 입장도 이해한다"면서도 "그러나 교육정책의 흐름에서 볼 때 찬성하기 어려운 정책이다. 어른들이 더 오랜 시간 일할 수 있도록 아이들을 밤 8시까지 학교에 머물게 하는 것은 교육적이지 않다. 저녁이 있는 삶, 노동시간 단축, 가정양육 중심 구조 개선 등에 관한 사회의 합의를 거스르는 대표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서울에서도 부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김한민 전교조 서울지부 정책실장은 "지금의 방과 후 돌봄과 큰 차이가 없는 보여주기식 정책"이라고 일축하며 "무엇보다도 아이들을 12시간 학교에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나아가 일찍 퇴근해 자녀와 함께할 수 있도록 기업과 부모를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늦은 시간까지 아이들이 가정이 아닌 학교에 있는 것은 정서발달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금 교육부에서 이야기하는 돌봄은 이미 우리가 다 시행 중인 사항"이라며 새로운 것이 없는 정책임을 밝혔다.
▲ 대전 보성초 독서실에서 돌봄전담사가 학생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다 |
ⓒ 교육부 |
이외에 전교조 충남·강원·전북·경기지부 등도 늘봄학교 시범운영에 반발하며 "아이들이 양육자와 안정된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노동시간 단축, 유급휴가, 재택근무 보장 등 노동 환경을 개선하라"는 입장이다. 경기지부는 지난 3월 27일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늘봄학교 시범운영 중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학부모단체도 부정적인 반응이다. 박은경 평학 대표는 "이미 학교 돌봄교실과 어린이집 등에서는 오후 7시까지 희망 학생, 희망 원아들 대상의 돌봄이 이루어지고 있다"며 "돌봄을 늘봄 수준으로 더 길게 연장하겠다는 정부 정책은 재탕, 삼탕의 요란한 빈수레"라고 비판했다.
또 "장시간 노동을 강요당하고 있는 노동자 학부모들의 자녀들에 대한 돌봄 결손 불안에만 부응할 뿐, 가족들과 함께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하는 차원의 복지는 외면하거나 무시하는 포퓰리즘 정책"이라면서 "늘봄교실에 종사하게 될 노동자들의 인권과 복지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또 "늘봄교실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늘봄교실 노동자들의 인권과 복지가 보장되어야 하고, 학부모를 포함한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이 금지되거나 억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생들과 원아들에 대한 돌봄 시간 연장이 불필요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이어 "불가피하게 돌봄이 필요한 경우 질 높은 안정적 돌봄을 제공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돌봄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향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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