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못하는 학교? 모멸감을 어쩌려고 이럽니까
[송경원 기자]
▲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이 15일 오전 서울시의회 앞에서 서울특별시교육청 기초학력 보장 지원에 관한 조례를 의장 직권으로 공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호정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원내대표, 이경숙 서울시의회 서울교육 학력향상 특별위원장, 김 의장. 2023.5.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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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옛날, 맞으면서 학교 다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시험이 끝나면 으레 체벌을 받곤 했습니다. 교실 뒤편 게시판이나 복도에 성적과 석차 등을 쭉 부착한 학교도 있었지요.
서울시의회가 '기초학력 보장 지원에 관한 조례'를 공포하여 논란입니다. 기초학력 진단검사의 지역별, 학교별 결과 등을 공개할 수 있고, 그걸 잘한 학교와 사람은 포상받는 조례입니다. 성적 게시 조례입니다.
학교 교육을 담당하는 서울교육청은 조례가 상위법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며, 이미 대법원에 제소하여 반대 의사를 내비쳤습니다. 교육단체들은 조례에 문제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번 조례는 과할 수 있습니다. 기초학력 진단검사는 지금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3월 신학기가 되면 학교들은 지필평가, 시스템 활용, 관찰, 면담 등 여러 방법으로 우리 자녀들을 진단합니다. 결과는 '기초학력 보장법'에 따라 학부모에게 알려줄 수 있고, 학습지원이나 심층진단으로 이어집니다.
그런데 조례는 한발 더 나아갑니다. 지역별, 학교별 결과를 외부에 공개하라고 유도합니다. 이러면 어느 학교와 어느 동네에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많은지 알려집니다. 과도한 서열화와 닦달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게시판에 성적이 줄세우기 되어 있으면 어떨까요. 좋아하거나 자극받는 경우도 있겠지만, 모멸감 느끼거나 상처받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
공부도 기초체력이 있습니다. 자아존중감과 자기효능감을 저하시키는 것은 올바른 공부법이 아닙니다. 그래서 웬만한 어른들은 자녀를 누군가와 비교하지 않습니다. "괜찮아", "할 수 있어", "잘했어", "고마워" 등으로 자존감을 키워주려 하고, 소중히 여긴다는 마음을 전하려 합니다.
서울시의회 조례는 이런 면에서 아쉽습니다. 예전에는 어땠을지 모르지만, 성적의 외부 공개는 신중해야 합니다. 한 번 더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성적은 복합적
코로나 학습결손의 교훈에도 부합하지 않습니다. 띄엄띄엄 등교하면서 모두가 기초학력이 저하된 것은 아닙니다. 학습결손도 있지만, 반대로 성적이 오른 경우도 있습니다. 가정 배경, 관계, 사교육의 힘이 작동한 가정은 나름 괜찮았습니다.
가장 큰 것은 챙겨주기의 힘입니다. 띄엄띄엄 등교의 와중에도 선생님이나 부모 또는 다른 누군가가 챙겨주었을 때는 괜찮았습니다. 경제력이 여의찮거나 맞벌이거나 자녀 공부방이 없거나 자녀와 관계가 멀거나 등등의 경우에는 챙겨주기의 힘을 절감했습니다. 상당수 가정은 자녀와 크게 싸운 경험도 있습니다.
그래서 기초학력을 생각한다면, 시도 의회나 교육당국이 해야 할 일은 사회적 챙겨주기일지 모릅니다. 성적은 복합적입니다. 학생 개인의 노력과 능력도 있지만, 가정배경이나 사회환경도 중요합니다. 배경의 격차와 사회적 지원에 관심 가지면 좋겠습니다.
예컨대, 학습종합클리닉센터라고 있습니다. 진단이나 심리검사 등 정밀진단부터 학습상담과 외부 전문기관 연계까지 종합적으로 해주는 곳입니다. 학생 맞춤형 지원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작년 2022년 기준으로 전국에 193곳 있습니다.
서울은 조희연 교육감이 '2020 서울학생 기초학력 보장 방안'에서 확대하겠다고 일찍이 밝혔습니다. 꾸준히 늘어 올해 2023년 현재 12곳입니다. 서울시교육청에 서울학습도움센터(서울기초학력지원센터)가 있고, 11개 교육지원청에 각각 지역학습도움센터가 있습니다.
교육청의 노력으로 많이 늘었습니다. 하지만 충분할까요? 가령 강동송파교육지원청에 센터가 있습니다. 일반적인 지자체 개념으로 하면 강동구와 송파구를 통틀어 센터 한 곳입니다. 충분할까요?
지방의회가 이런 부분에 신경쓰면 좋겠습니다. 성적 공개가 아니라, 학생 가까운 곳에 센터가 있도록 확대에 힘쓰면 어떨까요. 말이 그렇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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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 송경원은 정의당 정책위원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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