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서 자란 나, 다시 찾은 광주... '오월 광주'가 가르쳐준 것
[정덕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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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에서 5시간이 걸려 지인 4명이 함께 광주로 향했다. 광주에 도착하니 '정전 70년, 다시 오월에서 통일로'라는 문구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
| ⓒ 정덕경 |
영남 지방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나에게, 스무살 이전 광주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다. 초등학생 시절 여름 방학 가정 통신문에 쓰인, '호남 지방으로 여행을 가거든 사투리를 쓰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주의사항의 이유를 이해하지 못해 어리둥절했던 것이 유일한 기억인 것 같다.
대학 시절 광주는 어쩌면 일상과도 같았다. 내가 처음 '사회'를 공부하고 배운 학회의 이름이 '오월'이었고, 거기선 매년 5월이면 광주 순례 참가단을 꾸리곤 했다. 당시엔 거의 모두가 광주를 얘기했고, 어디에든 광주가 있었기에 오히려 광주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내가 처음 광주에 간 것은 22살 되던 2007년 겨울이었다. 그 전 해 여러가지 일을 겪으면서 삶과 투쟁에 대해 많이 고민하게 되었고, 그제야 광주가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다. 그 해 겨울부터 1년 사이에 광주와 망월동을 4번 다녀오게되었고, 나에게 광주는 어느새 마음의 고향 같은 것이 되어있었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난 뒤 광주에 갈 기회는 그리 많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해 광주에 간 적은 있었지만 상징적인 '오월 광주'에 간 것은 10년 만이었다. 교사와 예비교사·시민들의 연구·실천모임인 '참교육으로 여는 세상(아래 참세상)'에서는 거의 매년 518 체험학습을 진행했지만, 직장 사정상 나는 참가하기가 어려웠던터라 지난 13일 지인들과 함께 가는 광주행은 아주 각별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기록관에서 만난, 국민을 '적'이라 쓴 1980년 군사 작전 문서들
광주에서 조금 늦은 점심 식사를 마친 후, 5.18민주화운동기록관으로 향했다.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518민주화운동 기록뿐만 아니라 1980년 5월 18일 전후 광주가 겪은 이야기를 수집, 전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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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념관의 자료를 둘러보고 있다. |
| ⓒ 정덕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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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념관의 자료 중 일부 |
| ⓒ 정덕경 |
기록관에는 광주에 온 계엄군들의 당시 작전 계획들이 문서로 남아 있었는데, 국민들을 '적'이라고 표현한 것이 충격적이었다. 관련해 지난 8일엔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 의해 당시 계엄군이 자행한 성폭행 사건이 공식 확인됐고 2021년 12월엔 '50여명 시신을 광주교도소 일대에 암매장했다'는 계엄군 진술을 진상규명조사위가 확보한 사실이 보도되기도 했다. 과거 최초 발포 명령자를 찾고자하는 시도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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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망월동 구묘역. 5.18 항쟁 당시 및 직후 희생자들의 시신이 산처럼 쌓였던 곳으로 이후 시신을 신묘역으로 안치하여 구묘역에는 일부가 가묘 형태로 남아 있다. 이후 통일 운동, 노동 운동, 민주화 운동 열사들이 이곳에 묻히고 있다. |
| ⓒ 정덕경 |
10년 만에 찾아간 망월동은 열사들의 묘 위치가 조금씩 달라진 것 같았고, 무엇보다 뒤쪽으로 묘역이 훨씬 넓어져 있었다. 그만큼 더 많은 열사들이 우리 곁을 떠난 것이리라 생각하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위로 올라가보니 넓어진 묘역에는 역시 비교적 최근에 돌아가신 열사들의 묘가 만들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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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담양에 전두환이 방문했다는 비석이 세워지자 그 비석을 망월동 묘역 앞에 내리쳐 놓아 묘역에 들어가며 한 번씩 밟고 지나가게 해 둔 것. 망월동 구묘역은 10년 사이에 조금 바뀌어 있었지만, 전두환 비석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밟히고 있었다. |
| ⓒ 정덕경 |
당일치기 하루 일정이라 함께 간 이들과 더 많은 곳을 둘러보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게 못내 아쉬웠지만, 오월 광주를 다녀온 것만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2023년에 광주를 기억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광주 정신이란 무엇일까, 난 어떻게 살고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는 생각들.
연구·실천모임인 '참세상'에서 향후 다른 이들과 함께 공부하고 실천하며 그 답을 찾아보기로 했다. 내년 광주에서는 또 새로운 고민이 나를 한 걸음 더 앞으로 밀어줄 것이라 믿으며, 내 고민과 감동을 내년에는 더 많은 선생님들과 함께하길 다짐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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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는 현직 교사로 <참교육으로 여는 세상>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참교육으로 여는 세상>은 역사의 진실과 정의, 민주주의와 평화 통일을 미래 세대에 가르치기 위해 함께 배우고, 함께 실천하는 교사, 예비 교사, 시민들의 모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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