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하림 2세' 김준영, 이사회 의결 없이 비상근 이사

조성필 2023. 5. 18.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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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주총서 사내이사로 선임
이사회서 업무분장 등 결정했어야
절차적 하자 속 비상임으로 재직
법률 전문가 "감사팀서 감사 필요"
업계선 경영권 편법 승계 논란 고개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장남 준영씨(31)가 그룹 주력 계열사인 NS쇼핑에서 이사회 의결 절차 없이 비상임으로 사내이사직을 맡고 있던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이사회 운영 매뉴얼에 어긋나는 행태로, 회사 측은 조만간 이사회를 개최해 이 문제를 논의할 방침이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장남으로 NS쇼핑 사내이사로 지난 3월 선임된 김준영씨.

비상근 이사 재직…절차상 하자 존재

본지 취재 결과, 준영씨는 지난 3월 28일 NS홈쇼핑을 운영하는 NS쇼핑의 사내이사로 선임된 이후 이날 현재까지 어떤 내부 직책도 맡지 않은 채 비상근으로 재직 중이다. 통상 주주총회에서 이사가 새로이 선임됐다면, 이사회를 통해 신임 이사의 상근 여부를 비롯해 업무분장과 보수 등을 결정해야 한다. 이 같은 절차는 NS쇼핑 이사회 운영 매뉴얼에도 포함된 내용이다. 그러나 준영씨는 일련의 절차 없이 비상근으로 이사직을 맡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 측은 조만간 이사회 의결을 거쳐 준영씨의 상임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다만 향후 이사회에선 당초 주총 단계부터 준영씨가 회사 최대 주주로서 이사회 의사결정 과정에만 참여한다는 묵시적 합의가 존재했던 만큼, 비상임 이사로의 의결이 유력하다.

준영씨가 향후 이사회에서 비상임 사내이사로의 재직이 결정된다고 해도, 절차상 하자에서 비롯된 그간 근무 행태는 출결 문제로 비화될 것으로 보인다. 애초 주총에서 준영씨를 비상근 사내이사로 선임하지 않았던 만큼, 이사회 의결 전까진 상근 사내이사로서 출근을 해야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원종채 법무사는 "사내이사는 회사에 적을 두고 일을 하는 사람"이라며 "엄연한 무단결근으로, 회사 감사팀에서 감사를 진행해 그에 따른 시정 조치를 해야 하는 게 맞다"고 했다.

준영씨가 사내이사를 맡게 된 데에는 부친인 김 회장의 이사직 사퇴가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2005년부터 그룹 유통 담당 핵심 계열사인 NS쇼핑 사내이사직을 맡아왔으며, 준영씨 선임 날인 지난 3월 28일자로 퇴직했다. NS쇼핑은 이날 이후 조항목 대표이사와 김준영 이사 2인 체계로 개편됐다.

경기 성남 판교의 NS홈쇼핑 전경

또다시 불거진 경영권 편법 승계 의혹

업계에선 이 같은 부자간 이사직 승계를 두고 경영권 편법 승계란 회의적 시각이 짙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NS쇼핑의 지배구조가 개편되면서 지분 구조의 변화가 불가피해졌고, 그 작업의 연장선 성격으로 최대주주인 김 회장의 장남인 준영씨가 이사로 편입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하림지주는 NS쇼핑을 주주간 주식교환 방식으로 100% 자회사로 편입한 뒤 투자회사(NS지주)와 사업회사(NS쇼핑)로 쪼개는 인적분할을 완료했다. 지배구조개편 작업에 따라 NS쇼핑은 코스피에서 상장 폐지됐다.

현재 하림지주의 최대주주는 김 회장으로 21.1%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어 한국바이오텍이 16.69%, 올품이 5.78%를 보유 중이다. 다만 올품은 준영씨가 지분 100%를 소유한 회사로, 한국바이오텍의 지분도 전부 지니고 있다. NS쇼핑이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사실상 하림지주 최상위 지배자는 준영씨가 됐다.

하림가를 둘러싼 경영권 편법 승계 의혹은 김 회장이 준영씨에게 올품 지분을 증여한 당시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김 회장이 2012년 1월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던 올품 지분 100%를 준영씨에게 물려주는 과정에서 교묘히 법망을 피해갔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후 하림 계열사들이 김 회장과 그룹본부의 개입 아래 올품에 구매물량 몰아주기, 고가 매입 등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것으로 2021년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 드러나면서 관련 의혹은 더욱 불거졌다.

김 회장 일가는 같은 해 12월 공정위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 시민단체 고발로 경찰 수사를 받기도 했다. 당시 김 회장 일가가 받는 혐의는 배임 등이었다. 하림그룹 계열사가 올품을 부당 지원하면서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다만 이 고발사건은 지난해 경찰이 불송치 결정하면서 일단락됐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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