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안보보좌관 "韓 국빈방문 등 인·태에서 美 위치 매우 좋다고 느낀다"

박현영 2023. 5. 18.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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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G7 정상회의 이후 일정 취소에 인·태 외교 비판
美 대통령 방문 맞아 공휴일 선포 파푸아뉴기니 '실망'
美 "부채 협상, 디폴트 미룰 수 없지만 방문은 연기 가능
…韓 국빈방문, 오커스 등 인·태에서 美 위치에 만족"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7일 일본으로 가는 도중 중간 급유지인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에어포스원에서 잠시 내렸다. 왼쪽은 손녀 메이지 바이든.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연방정부 디폴트(채무불이행)를 피하기 위해 인도·태평양 순방 일정을 단축하면서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한 외교 전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미국 대통령의 사상 첫 방문을 환영하기 위해 국경일까지 선포한 파푸아뉴기니에서는 중국과 비교하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주요 7개국 정상회의(G7)가 열리는 일본 히로시마를 향해 출발했다. 출국에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대국민 연설을 통해 "미국은 디폴트 상태가 되지 않고 예산에 대한 합의에 이를 수 있다고 확신한다"면서 "이번 협상은 예산에 대한 것이지 미국이 부채를 지불할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르면 6월 1일 연방정부가 빚을 갚지 못하는 상태가 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출국하면서 디폴트는 없을 것이라는 대국민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G7 정상회의에 참석해서도 미국은 디폴트를 피하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주요국 정상들을 안심시키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전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부채한도 상향 협상 시한(6월 1일)을 2주밖에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디폴트 위기감이 고조되자 G7 정상회의 이후 계획했던 파푸아뉴기니와 호주 방문 일정을 취소하고 의회와 협상을 위해 조기 귀국을 결정했다.

파푸아뉴기니와 호주 방문이 인·태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었다는 점에서 바이든의 일정 취소는 미국의 리더십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대통령의 역사상 첫 방문을 기념하기 위해 국경일까지 선포한 파푸아뉴기니는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미 공영라디오 NPR이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파푸아뉴기니에 3시간가량 머물 예정이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8년 11월 중국 최고지도자로서 처음으로 파푸아뉴기니를 국빈 방문했다. 중국 정부는 이 나라의 인프라 개발에 거액을 투자하며 관계를 심화하고 있다.

NPR은 파푸아뉴기니가 국경일을 선포하는 등 많은 자원을 동원했는데 방문 취소 결정으로 미국이 태평양 도서 국가들과의관계 강화에 진지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현지 전문가 의견을 보도했다.

마하로르빌 파푸아뉴기니대 교수는 NPR에 "국가주석이 파푸아뉴기니를 방문하고 태평양 국가 지도자들과 만난 중국과 비교하면 미국이 태평양 국가들을 정말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 같은 비판에 반박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바이든 대통령을 수행해 일본으로 향하는 에어포스원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일정 단축이 인도·태평양 지역에 잘못된 메시지를 보내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부채 한도 또는 예산을 둘러싼 최종 협상은 나중에 할 수 없으며, 디폴트는 연기할 수 없다. 하지만 방문은 연기할 수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문과 "역사적인 워싱턴 선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 잠수함 협력 오커스(AUKUS) 협정 등을 언급하며 "이 모든 것을 합쳐보면 우리는 인도·태평양에서 미국의 위치에 대해 매우 좋다고 느낀다(feel extremely good)"고 말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미 호주 총리를 국빈으로 초대했고 연말에는 태평양 도서 국가 지도자들을 백악관으로 초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설리번 보좌관은 "호주와 파푸아뉴기니 방문을 미룬 것이 현시점에서 미국 외교의 기본원칙을 보여준다고 말하는 것은 상당히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park.hy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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