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르코마리투스병' 신약 임박… 운동으로 최상의 몸 만들어놔야
최병옥 교수는 “30년간 3000여 명의 CMT 환자를 보아온 결과, 치료약이 없어도 몸 관리를 잘 한 환자는 병 진행이 더뎌지거나 상태가 호전됐다”며 “지금은 치료약 개발이 거의 확실시되는 상황이니 환자가 더욱더 몸 관리를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직 완성되지 않았을 뿐, 개발 마지막 단계에 돌입한 CMT 치료제가 있다. 치료제 개발을 앞둔 환자에게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할지, CMT의 이모저모를 파헤쳐 본다.
◇운동 감각신경 소실되는 CMT, 대뇌·소뇌 이상도 발생 가능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하는 CMT는 말초신경 중에서도 운동신경과 감각신경이 서서히 소실되는 게 특징이다. 운동신경 파괴로 ▲근력약화 ▲근위축 ▲호흡장애 ▲발 모양 변형 등이, 감각신경 파괴로 ▲촉각·시각·청각 등 감각소실 ▲반사소실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발 근육이 약해지는데다 위치·진동감각 소실로 균형장애가 생기면 잘 걷지 못하게 된다. 돌연변이가 발생한 유전자는 환자마다 다양해, 사람에 따라 증상 발현 시기와 심각도도 천차만별이다. 인종별로 증상이 조금씩 다르기도 하다.
한 가지 특이한 건 말초 신경병인 CMT 환자에게서 중추신경계 이상도 발생한다는 것이다. 최 교수와 이화여대 의과대학 신경과 이향운 교수 공동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 이향운 교수는 “다양한 환자들의 신경망 지도를 만들어 뇌의 미세한 구조변화를 확인한 결과, CMT 1A형을 제외한 모든 유전자 변이형에서 대뇌와 소뇌, 특히 운동신경 회로가 통과하는 백질부의 이상이 관찰됐다”고 말했다. 말초신경이 중추신경계와 연결돼있어 전자의 손상이 후자에 영향을 미치는 탓이다. CMT 환자들은 대뇌·소뇌 위축이 심할수록 근력소실이나 신경병증 등 임상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고, 기억장애나 치매 등 뇌 기능 이상이 발생할 위험도 일반인보다 크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환자의 몸에 이상 단백질이 쌓이며 기능장애가 조금씩 발생하지만, 환자가 실제로 불편함을 자각하는 건 이런 기능장애가 축적된 후다. 이상 단백질의 양이 적을 때부터 관리를 시작하면 기능장애가 생기는 속도도 더뎌진다. 병이 있어도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없는 기간이 길어지는 것이다. 최병옥 교수는 “CMT 환자는 증상이 없을 때부터 최대한 빨리 몸 관리를 시작해야 한다”며 “부모님도 CMT 환자라면 부모님의 자기공명영상(MRI)을 촬영해 본인의 병이 어느 정도 속도로 진행될지, 어떤 근육부터 약해질지 예측해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증상 발현 전이든 후든… ‘유산소 운동’ ‘식단 조절’ 필수
약이 없는데 어떻게 몸 관리를 하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증상 발현 시기를 미루거나 증상을 완화할 방법이 여럿 있다. 첫 번째가 유산소 운동이다. CMT는 근육병이 아닌 신경병이다. 근육부터 곧바로 손상되는 게 아니라, 신경이 손상되며 그 신경이 지배하는 근육이 약해진다. 근육 부피를 키우는 근력 운동은 하지 않더라도, ▲수영 ▲승마 ▲실내 자전거 타기 ▲빨리 걷기 등 유산소 운동은 꼭 해야 한다. CMT 환자에게 가장 좋은 것은 마라톤 선수의 근육처럼 '마른 근육'이라서다. 또 CMT 환자는 신체 발단 근육이 약해져도 몸통 근력이 유지된다. 수영은 몸통 근력을 사용하는데다, 물속에서 이뤄져 중력의 영향이 적으므로 CMT 환자에게 적합하다. 최병옥 교수는 “베이징 장애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받은 한국 수영선수도 CMT 환자”라며 “CMT 환자도 충분히 활동적인 삶을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식단을 조절하는 것도 중요하다. 두부, 콩 등을 통해 단백질을 잘 섭취하고 생선과 채소를 충분히 먹어야 한다. 말초신경재생에 도움되는 성분을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대표적인 것이 비타민 C다. 신체 변형을 막기 위해서도 식단 조절은 필수다. 살이 찌면 발이 감당해야 하는 하중이 커지는데, 발 근육이 약한 CMT 환자는 발에 강한 하중이 실리면 발등이 위로 솟는다. 적은 힘으로도 큰 무게를 버티려면 아치의 곡률이 커져야 하기 때문이다. 신체가 발달 중인 아이들은 체중을 감량하면 발 모양이 원래대로 돌아오기도 하지만, 성인은 그렇지 않다. 성인은 허벅지 근력을 강화시켜 발에 실리는 힘을 줄여놓은 후, 정형외과 수술을 통해 발 모양을 교정하게 된다.
이상의 생활 습관은 CMT를 진단받았지만, 아직 증상이 발현되지 않은 환자라도 철저히 따라야 한다. 앞서 언급됐듯 몸을 잘 관리한 환자들은 병 진행 속도가 더뎌지고, 일부에선 상태가 호전된다. 최 교수가 그 산증인이다. 정기적으로 의사를 만나 질병 진행 상태를 관찰하고, 그때그때 필요한 치료를 받으면 삶의 질도 향상된다. 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약은 아직 없지만, 증상 완화를 위한 ‘보존적’ 치료에 쓸 수 있는 약물은 있어서다. 최병옥 교수는 "생쥐 등 동물 실험을 통해 말초 신경 재생에 관여한다고 밝혀진 약물들을 사용해볼 수 있다"며 "이외에도 무중력 상태에서 운동하는 ‘무중력 치료’와 물속에서 운동하는 ‘수중치료’ 등 특수치료를 시도해보거나, 움직임에 지장이 있을 경우 발목·발가락·손목 등에 보조기를 착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개발 끝마쳐가는 치료제 有… 최상의 몸 유지하며 기다려야
CMT 치료제 개발 전망은 꽤 밝다. 우선, 임상시험 마지막 단계를 밟으며 승인을 목전에 앞둔 약이 있다. 프랑스 제약사 파넥스트(Pharnext)의 합성의약품 후보물질 ‘PXT3003’이다. 파넥스트는 올해 2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임상시험 3상 진행 상황을 대중에 공유했다. 2023년 1월 말을 기준으로 위약과 PXT3000을 복용한 환자 집단을 비교하는 이중눈가림(double blind)시험이 진행 중이며, 이중 일부는 이중눈가림시험 참여를 끝마친 후 다음 단계인 오픈라벨(open label)시험으로 넘어갔다는 소식이다. 환자에게 투여되는 약이 가짜인지 진짜인지 환자도 약물 투여자도 모르게 한 걸 '‘이중눈가림’, 둘 다 알게 한 걸 ‘오픈라벨’이라 한다. 최 교수는 “올해 4분기에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고, 승인을 받으면 약이 바로 사용되기 시작할 것”이라며 "승인된다면 최초의 CMT 치료제가 생기는 셈"이라 말했다.
치료제에만 기대를 걸 순 없다. PXT3003가 승인돼 시판되기 시작해도, 1A형이 아닌 나머지 50%의 CMT 환자들은 치료제가 없다. 게다가 1A형 환자라도 현실적인 이유로 약을 못 맞을 수 있다. 신약이 보험 급여 적용을 받게 되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린다. 급여 적용이 안 되면 제값을 다 내고 맞아야 하는데, 희귀질환 신약의 값이 무척 비싸다. 이에 효과 좋은 신약이 나왔는데도 쓰지 못하는 희귀질환 환자가 이미 많다. 신약 개발에 투자하는 동시에 환자들이 기존에 접근할 수 있던 치료법을 더욱 강화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병옥 교수는 “증상이 심한 CMT환자는 보행이 어려워 우울·불안 등 정신적 고통을 겪을 수 있다”며 “환자들이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재활센터와 자조 모임을 늘리는 등 사회적 차원에서 이들을 지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의 노력으로 2003년부터 CMT 환우회가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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