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디그라운드(147)] ‘마이앤트메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
인디 팬들 사이에서 올해 가장 반가운 소식 중 하나는 밴드 마이앤트메리의 재결성이었다. 델리스파이스, 언니네 이발관과 함께 한국 인디 1세대로 통하는 1999년에 데뷔한 마이앤트메리는 짧은 시간에 적잖은 성과도 내놓았다. 특히 3집 ‘저스트 팝’(Just Pop)으로는 제2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모던록, 올해의 음반 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의 활동은 2008년 정규5집 ‘서클’(CIRCLE)이 마지막이었다.
10여년이 흐르는 사이 새로운 밴드들이 쏟아져 나왔고, 마이앤트메리는 잊혀지는 듯 했지만 정순용(보컬․기타), 한진영(베이스), 박정준(드럼)은 다시 뜻을 모았다. 그렇게 이들은 지난해 단독공연을 비롯해 ‘그랜드민트페스티벌’(GMF) ‘부산국제록페스티벌’ 등의 무대에 올랐다. 이 무대들이 도화선이 돼 18일에는 새 EP 앨범 ‘라이트 나우’(RIGHT NOW)를 발매했다. 앨범으로는 무려 15년 만이다. 오랜 시간 멈춰있었지만 이들은 이 앨범을 통해 말한다. 마이앤트메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고.
-새 앨범 이야기에 앞서 그간 어떻게 지내셨는지 먼저 물어야 할 것 같아요.
정순용) 어쿠스틱한 음악 계열의 솔로 활동 토마스 쿡으로 음반 및 공연 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한진영) 태아(TAE:A)라는 팀 앨범 작업과 공연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첫 EP를 낸 시점이 코로나랑 맞물려서 힘든 상황이 있었지만 작년 가을에 새로운 EP도 나왔습니다. 물론 지금도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팀입니다.
박정준) 멤버 모두 각자 음악 생활을 했고요, 저는 부산에서 바를 운영하며 지내왔습니다.
-앨범으로 대중을 찾는 건, 2008년 정규 5집 이후 무려 15년 만이에요.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가 무엇일까요?
정순용) 각자의 개별 활동이 있어서 다른 형태로서 음반 및 공연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한진영) 서로 활동들을 하느라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고 생각됩니다. 또 코로나 얘기지만 그 시간을 보내면서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나 싶네요.
박정준) 각자 하고 싶은 일과 음악이 있었어요. 중간중간 다시 해보자는 얘기도 있었지만
타이밍 맞추기가 어려웠고요.
-마이앤트메리로서의 음악 작업에 대한 갈증은 없었나요?
정순용) 언제나 있는 그 자리에서 새로운 곡들을 만들고 궁리하며 지냈습니다. 밴드로서의 작업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재결성 이후 오른 무대들을 통해서였습니다.
한진영) 크게 음악 작업의 갈증은 없었습니다. 그보다 메리 음악에 적응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아무래도 너무 격차가 큰 다른 장르 음악을 하고 있다 보니 다시 예전처럼 메리 사운드로 돌아갈 수 있을까 했죠. 이번 EP 작업하면서 다시 곡을 쓰면서 시행착오가 많았습니다.
-1세대 밴드의 재결합이라는 것 자체로도 의미가 매우 큰 것 같아요. 재결합을 결심했던 계기가 있었나요?
정순용) 그간 몇 번의 재결성 시도가 있었는데 작년 코로나가 누그러지고 나서야 비로소 가능해졌습니다. 다시 생겨난 기회들이 밴드 재결성을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한진영) 2021년 말부터 이상할 정도로 저한테 해결해야 하는 일들이 계속 생겨났습니다. 물론 개인적인 일이지만 그런 일들을 하나둘씩 겪으면서 생각이 정리가 많이 되었습니다. 때마침 순용이랑 곡 저작권 문제로 통화를 할 일이 있었는데 공연 얘기도 오고 가다 여기까지 왔네요.
박정준) 1세대라 하니 시간이 참 빨리 간다는 걸 느끼게 되네요. 재결합은 역시나 타이밍이 좋았어요. 코로나로 모두 힘든 시간을 보내고 나니 다시 함께 하면 좋지 않을까 희망적인 마음이요. 특별한 계기라기보다.
-앨범 발매에 앞서 지난해부터 이미 콘서트나 축제 등에서 활동을 시작죠. 작년 ‘GMF’ 무대에서 봤을 때 멤버들도 감회가 남다르다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정순용) 예전 어느 시간으로 돌아간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노래하고 있는 순간의 기분은 정말 예전과 똑같습니다
한진영) ‘GMF’는 저희에게는 감사한 페스티벌이라 늘 무대에 서면 감정이 격해지는 느낌이 있습니다. 역시나 특별한 무대였다는 생각이 드네요.
박정준) 역시나 무대에 서고 연주한다는 건 흥분되고 떨리고 만감이 교차하더군요. 무엇보다 오랜만의 메리의 무대라. 또 한편으론 좀 더 좋은 연주와 무대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긴 기간 한 팀으로 활동하다 보면, 당연히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라고 생각해요. 문제는 이걸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인데요.
정순용) 대화를 통해 풀어낼 일들이 있고, 시간을 두고 스스로 알아내길 기다릴 때도 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갈등은 조금씩 줄어든 느낌입니다
한진영) 이제는 갈등도 그렇게 크게 느껴지지 않는 것 같아요. 그냥 하고 싶은 얘기하고 그래서 서로 조율을 하는 그런 상황이 온 거 같습니다. 예전에 느꼈던 그런 큰 감정 기복이 이제는 그냥 그러려니 하는 느낌?
박정준) 오랜 친구이다 보니 이젠 좀 더 배려하는 맘이 커진 거 같아요.
-15년이란 시간 동안 많은 것들이 바뀌었을 것 같은데요.
정순용) 변화보다는 여전히 그대로인 면이 더 많이 느껴집니다. 주위에 마주치는 음악인들은 많이 바뀌었습니다. 실력 있고 개성 있는 아티스트들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한진영) 크게 변한 것은 없어요. 계속 밴드를 해왔고 거기서 답을 찾고 싶었지만 아직 답을 못 찾았어요.
박정준) 저 같은 경우는 부산에서 새 터전을 만들고 살아가야 하는 희망과 불안이 함께였어요. 아무래도 음악 활동은 많이 하진 못했지만 나름대로 부산음악인들과 친분도 쌓으며 간혹 레코딩 세션과 작은 공연을 하며 지냈어요. 물론 메인스트림 활동은 아니지만 소중한 경험이었죠. 시간이 지나며 메리로 다시 시작하는 희망도 자연스레 생겨났습니다.
-새 앨범을 만들고자 했던 배경도 궁금해요
정순용) 오랜만에 뵙게 된 팬분들을 보고 신곡을 들려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로운 얘기들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한진영)그냥 공연만 계속하게 되면 기다려주신 분들한테 미안하기도 하고 뭔가 선물을 드리고 싶었어요. 저희가 할 수 있는 게 음악을 만드는 일, 공연하는 일밖에 없으니까요.
박정준) 진영이의 페스티벌 제안으로 시작된 활동이었는데 자연스럽게 앨범 얘기로 이어지더라고요.
-오랜만에 앨범인 만큼, 앨범 타이틀을 정하는 것에도 신중을 기했을 것 같기도 한데요. 왜 ‘RIGHT NOW’인가요?
정순용) 추억도 좋지만 지금의 밴드 사운드를 담아보고 싶었습니다. 지금의 우리 모습 있는 그대로 ‘Right Now’
박정준) ‘right now’는 순용이의 아이디어였어요. 지금 우리의 모습을 담아내고자 하는 생각으로 정해졌습니다
-1번 트랙의 ‘RUN’은 지난날을 회상한 곡이라고 설명해주셨어요. ‘헛된 바람들’ ‘돌아가는 길을 잃고 헤매는’ ‘후회로 가득한 지난날’ 등의 가사가 눈에 띄는데요. 이런 가사들이 나오게 된 배경이 궁금해요.
정순용) 지난날을 회상할 때 머릿속에 가장 많이 떠오르건 ‘잘 몰랐다’는 사실입니다. 경험이 쌓일수록 아는 것은 많아질 수 있지만, 기회는 얼마 남지 않았을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버릴 것과 찾아야 할 것들 그 사이에 놓인 입장을 노래했습니다. 후회로 가득한 날들은 아니고요, 전에는 몰랐던 사실들을 시간이 지나고 나니 알게 된 부분이 생기더군요. 업그레이드라고 해야 하나.
-타이틀곡 ‘여름밤’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정순용) 누군가를 떠올릴 때 나를 저절로 미소 짓게 하는 순간. 그런 삶의 아름다운 순간을 깊어가는 여름밤에 비유해 보았습니다. 별이 가득한 밤하늘 아래 옹기종기 모여있는 소중한 사람들을 떠올렸습니다.
-이 곡을 작업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지점이 있다면요?
정순용) 진지하고 부담스러운 곡이 아니었으면 좋겠다였습니다.
한진영) 너무 많은 걸 생각하지 말자!
-첫 곡 ‘런’이 과거에 대한 회상이라면, 마지막 곡 ‘다시 여기에’ 현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정순용) 추억만으로는 지금의 우리를 설명하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우리 생각들, 소리들이 의미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멤버들 각자 ‘삶의 소중한 순간’(4번 트랙 곡 설명 중)이 언제인지 말씀해 주세요.
정순용) 사랑하는 마음, 사람들, 함께하는 순간들이라고 할 수 있겠죠.
한진영)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맛있는 거 먹을 때 삶의 소중함을 느낍니다.
박정준) 앨범 타이틀에서 말했듯이 지금 이 순간인 것 같아요.
-이번 앨범을 통해 대중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는지도 궁금해요.
정순용) 다시 만난 오랜 팬 여러분께 먼저 새로운 음악을 선물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예전에도 그랬듯이 살면서 느끼는 감정들, 경험해가며 쌓이는 생각들. 그런 것들을 함께 음악으로 나누고 싶은 마음입니다.
-시행착오가 많았다고 하셨는데요, 어떤 부분이 가장 힘들었나요?
정순용) 생각보다는 괜찮았습니다. 조금 더 상세히 계획을 세우고 작업을 시작했어도 좋았겠지만, 나름 좌충우돌해가며 생생하게 최근의 소리들을 담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한진영) 녹음하고 연습하고 연주하고 노래하는 건 일상적인 거라 힘들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저희가 회사 없이 저희끼리 진행하는 거라 마감에 맞춰 서류나 기타 자료들을 보내는 과정이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박정준) 직접 제작하면서 녹음 스케줄링부터 여러 가지 일을 저희끼리 해내야 하는 점, 특히 진영이가 많은 부분을 맡아서 해줘서 고마웠죠.
-오랜만에 함께 작업하면서 신선하고 재미있는 일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정순용) 베이스 진영이가 보컬에 관해서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실제로 테크닉이나 감정도 좋아졌고, 함께 노래하는 분량을 만들어 가는 게 재미있었습니다
한진영) 작년 초에 처음 만나서 첫 합주를 하는데, 하고 나서 드는 생각이 ‘이거 큰일 났다’였습니다. 오랫동안 같이 연주를 하지 않아서 서로 많이 달라져 있더라고요. 몇 번 공연을 하고 나서야 조금 안심이 된다고 할까나.
-과거와 달리 음악적인 변화도 있는지 궁금해요.
정순용) 변화를 스스로 느끼긴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번 신곡들을 어떻게 들으실지 팬 여러분들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무언가를 추구하고 싶은 마음보다는 지금의 있는 그대로를 소리 내고 싶습니다.
한진영) 메리 음악은 그대로 진행형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뀐 건 제가 바뀐 거죠.
-데뷔 이후 짧은 시간 안에 한국 대중음악상 ‘올해의 음반’을 수상하는 등 굵직한 성과를 내기도 했죠. 이런 성과가 마이앤트메리에겐 어떤 의미일까요?
정순용) 용기도 받았고, 기회도 얻었습니다. 대외적인 이슈가 아무래도 밴드에겐 이런저런 작업들의 명분이 될 때가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도 듣고 싶어요.
정순용) 30대 이후를 맞이한 분들도 편히 즐길 수 있는, 그런 곡들을 더 만들어내고 싶습니다. 솔직 담백한 우리의 일상 같은 곡들을 더 많이 만들고 무대를 통해 많은 분들을 만나 뵙고 싶습니다.
한진영) 공연은 허락되는 한 계속 진행하고 있고요. 이후에 앨범은 이번 EP 앨범이 발매된 이후에 생각하려고요. 생각보다 힘들었거든요.
박정준) 저희가 설 수 있는 좋은 무대면 함께하고 싶고 시간이 지나도 즐길 수 있는 앨범을 만들고 싶습니다.
-마이앤트메리의 최종 목표가 있다면?
정순용) 그 팀, 음악도 사람들도 괜찮았다는 말을 듣는 게 작은 소망입니다.
한진영) 늘 그렇듯이 건강하게 오랫동안 무대에 서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래 기다린 팬들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정순용) 다시 공연장도 찾아주시고 응원 많이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들의 일상에 작은 기분전환이라도 되고, 때론 용기 드릴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습니다.
한진영) 오래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은 코로나 전에 무언가를 꾸미고 있었으나 코로나로 인해 2년 늦어버렸습니다. 용서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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