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덕연게이트]라덕연 일당 카드깡으로 수수료 챙겨…점주·회원 작당하면 적발 어려워
검찰, 골프장·갤러리 등 주요 법인 조세포탈 창구로도 의심
과거에는 불법 대부업체가 카드깡 악용해 급전 필요한 서민 울려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폭락 사태 관련 주가 조작 혐의로 구속된 라덕연 호안 대표는 투자자들로부터 수수료를 받을 때 다양한 법인을 동원했다. 검찰은 라 대표와 그의 측근들이 1320억원을 수수료 명목으로 챙긴 것으로 파악했다.
라 대표와 지인 등의 명의로 설립한 법인은 2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더블류(음식점)·시그니처골프(골프연습장), 아쉬펠드앙쥬승마앤리조트(승마클럽) 등 투자와 무관한 법인을 앞세워 회원권 판매 대금이나 광고, 경영컨설팅 등 용역 제공 대가인 것처럼 꾸며 수수료를 받았다. 때로는 '카드깡' 수법으로 결제한 후 정상적인 매출로 꾸미기도 했다.
검찰 구속영장 청구서에 따르면 라 대표 일당은 투자자로부터 수수료를 받을 때 식당에서 6361만원을 ‘카드깡’ 수법으로 결제하게 한 다음 정상적으로 매출을 올린 것처럼 꾸미기도 했다. 수사가 진척되면 카드깡 규모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카드깡은 물품 또는 용역 거래를 가장하고 신용카드 매출을 발생시킨 후 현금을 융통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식당에 가서 식사하고 카드로 결제하면 카드사는 2~3영업일이 지나면 식당 계좌로 현금을 보내준다. 이때 카드사는 가맹점 수수료를 제하는 데, 업종과 매출 규모 등에 따라 다르다. 영세 사업장에 대해선 0.8% 수준의 수수료를 받는데, 가맹점 평균 수수료는 1.5%다. 미용실과 골프 연습장 등에 대해선 수수료를 평균 이상으로 받는 경우가 많다.
이전까지 감독당국이 적발한 카드깡은 주로 불법 대부 업체가 악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람들에게 저금리로 돈을 빌려주겠다고 접근한 후 신용카드 정보를 받아서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결제한다. 결제한 금액의 60~70%가량을 현금으로 입금해주는 방식을 이용했다. 급전이 필요한 서민 등을 상대로 한 사실상의 고리대금 행위였다.
감독당국 이상거래탐지시스템도 무용지물
카드깡 탓에 신용불량자가 발생하고 세금을 회피하는 사례 등이 발생하면서 감독당국은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 운영을 강화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가맹점 평균 매출 규모와 평균 결제 금액 등을 기반으로 의심 거래를 파악한다"라며 "카드 회원과 가맹점주에게 연락해 실제 카드 사용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원의 경우에는 당황해서 카드깡을 시인하기도 한다"며 "카드깡 사례를 적발하면 금융감독원에 보고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라 대표 일당이 이용한 방식과 같은 카드깡은 이상거래탐지시스템에서 걸러내기가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수수료를 내기 위해 카드로 결제하는 투자자와 식당·골프연습장 등 가맹점주가 말을 맞추면 적발하기 어렵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식당에서 고액 결제를 했을 때 직원들이 회식했다거나 월결제 했다고 하는 경우가 있다"며 "가맹점주와 카드 회원의 진술이 동일하면 추가로 확인할 수단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라 대표는 지난달 18일 가구회사 스페테딕을 새로 설립했다. 사업 목적은 목재가구, 기타가구 제조업 및 도·소매업 등이다. 실제로 가구 사업을 하려고 법인을 설립했는지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새로운 창구로 쓰려는 목적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카드깡으로 수수료를 받는 과정에서 절세를 고민했을 수 있다. 수수료를 하나의 식당 또는 법인에서 많이 받으면 과세표준 구간이 올라간다. 아울러 식당에서 건당 평균 카드 결제금액이 커지면 이상거래로 의심받을 수 있다. 가구점이라면 평균 건당 결제금액이 크기 때문에 여러 차례 나눠서 결제하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다.
SG발 급락 사태 직전까지 라 대표 관련 종목 주가가 꾸준하게 상승하면서 받을 수 있는 수수료 규모는 꽤 컸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라덕연 일당은 수수료를 몰래 챙기기 위해 다양한 법인을 계속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투자업계는 법인을 분산해서 수수료를 받거나 카드깡을 하면 절세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봤다. 일임투자로 수익금의 50%를 수수료로 받는 경우는 드물다. 목표 수익률을 정하고 목표치를 초과했을 때 초과분의 20%가량을 성과 보수로 받는 체계가 일반적이다. 하나의 법인으로 1000억원이 넘는 수수료를 받으면 비용을 제하더라도 막대한 세금을 내야 할 가능성이 크다. 법인을 쪼개면 과세표준 구간을 낮출 여지가 있다. 적용 세율이 낮아진다는 의미다. 뿐만 아니라 라 대표와 지인들의 법인 성격상 원가와 비용 등을 부풀릴 수 있다. 검찰이 라 대표의 조세포탈 혐의도 수사하는 이유다.
※이번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로 자본시장 질서에 경종이 울리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제보가 진상파악에 큰 힘이 될 것입니다. 투자피해 사례와 함께 라덕연 측의 주가조작 및 자산은닉 정황, 다우데이터·서울가스 대주주의 대량매도 관련 내막 등 어떤 내용의 제보든 환영합니다(jebo1@asiae.co.kr). 아시아경제는 투명한 자본시장 질서 확립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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