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조세포탈' 살피는 檢…자금세탁·범죄수익은닉 겨냥하나

가상화폐 2025년 1월까지 비과세
"알려지지 않은 혐의점 포착 가능성"

검찰이 가상화폐 논란에 휘말린 김남국 무소속 의원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외에 조세포탈과 범죄수익 은닉 혐의도 살피고 있다. 김 의원의 가상화폐 거래가 자금세탁 등 범죄행위에 해당하며 결과적으로 세금 회피, 범죄수익 은닉으로 이어졌다고 검찰이 판단한 것으로 추정된다.

더불어민주당 당직자가 17일 오후 국회 의안과에 김남국 의원 징계안을 제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8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지난 15, 16일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준동)는 영장을 발부받아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와 빗썸, 카카오의 블록체인 계열사 등을 압수수색했다. 연이틀 이어진 압수수색을 통해 검찰은 김 의원의 가상화폐 거래 내역 등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기존에 알려졌던 정치자금법 위반 이외에 조세포탈과 범죄수익 은닉 혐의도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자금법 혐의는 후원과 기탁금 등 정해진 경로가 아닌 방식으로 제3자에게 정치적 목적의 돈을 받았을 때 적용된다. 김 의원의 가상화폐 지갑으로 흘러 들어간 위메이드의 가상화폐 위믹스 등을 어떤 종잣돈으로 구매했는지 알 수 없는 현 상황에서 검찰은 정치자금으로 판단한 것이다.

다만 조세포탈 및 범죄수익 은닉 혐의는 곧바로 와닿지 않는다. 검찰 역시 관련 혐의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상황이다. 예자선 법무법인 광야 변호사는 "가상화폐 과세는 유예된 상황이라 소득세를 피한 게 조세포탈에 해당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검찰이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 이외 혐의점을 포착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현행법대로라면 가상화폐는 올해부터 기본 공제 250만원이 넘는 수익에 대해 22%(지방소득세 포함)의 세율로 세금을 내야 하지만, 지난해 소득세법 개정안 통과로 2025년 1월 1일까지 유예됐다. 즉 김 의원이 거래한 기간 가상화폐로 이득을 봤더라도 세금을 낼 의무는 없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검찰이 생각하고 있는 조세포탈 혐의는 단순히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범위를 넘어서는 것으로 보인다.

조세범처벌법에 따르면 사기나 부정한 방법으로 세금을 피하면 해당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즉, 김 의원의 가상화폐 거래가 부정한 행위이며 결과적으로 세금 납부를 피했다고 검찰이 판단한 것이다. 대표적 예가 SG증권 주가 폭락 사태와 관련된 라덕연 호안 대표다. 라 대표는 수익금에 대한 세금을 피하기 위해 골프연습장 회원권과 갤러리 그림 명목으로 수수료를 받은 혐의를 받는다. 아울러 병원·헬스장·청담동 라운지 바·마라탕 가게 등에서 신용카드로 거래한 것처럼 속이고 현금으로 돌려받는 일명 '카드깡' 수법으로 탈세했다고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범죄수익 은닉 혐의도 같은 맥락이다. 애초에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불렸으며 가상화폐 지갑을 통해 거래하는 행위가 범죄수익 은닉에 해당한다고 검찰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말하는 범죄수익은 '자금세탁'에 해당한다. 검찰은 자금세탁 감시를 담당하는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김 의원의 가상화폐 거래 관련 자료를 받았다. FIU는 단순 거래 횟수가 많거나 가상화폐 보유량이 많다는 이유로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화폐 커뮤니티와 민주당 진상조사단 등에 따르면 김 의원은 최소 3~4개의 가상화폐 지갑을 가지고 있으며 쪼개기 이체를 한 정황이 포착됐다. 지난해 1월28일부터 5월29일까지 김 의원의 것으로 추정되는 지갑에서 48회에 걸쳐 100억원가량의 가상화폐가 업비트와 빗썸의 지갑으로 이체된 것으로 알려졌다.

범죄수익 은닉으로 판단될 경우 김 의원은 가상화폐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파생된 재산들도 몰수된다. 김 의원은 한때 137만여개에 달하는 위믹스와 넷마블에서 발행한 마브렉스, 카카오게임즈의 보라 등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