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디or보기]‘방신실’을 보면 ‘윤이나’가 떠오른다
지난 겨울 미 미니투어 출전으로 경기감 유지
국내 골프팬들 두 선수간 장타대결 학수고대
이 정도면 가히 ‘방신실(19·KB금융그룹) 신드롬’이다.
포털 골프 메인 페이지는 하루도 방신실 기사가 없는 날이 없다. 골퍼들은 두 명 이상만 모이면 어김없이 방신실의 장타를 주제로 열띤 토론을 한다.
여자 선수로서는 극히 이례적인 300야드 이상의 폭발적인 비거리를 아주 쉽게 날리니 그럴만도 하다. 지난달 말 끝난 시즌 첫 메이저대회 크리스 F&C KLPGA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 13번홀에서는 320야드를 날려 보는 이들의 눈을 의심케 했다.
그의 장타는 173cm의 건장한 피지컬을 빼고 얘기할 수 없다. 하지만 부모님이 물려준 신체적 이점도 그의 빠른 스윙 스피드와 볼 스피드가 없었더라면 무용지물이었을 것이다. 방신실의 스윙스피드는 평균 시속 107마일, 볼스피드는 시속 159마일 정도라고 한다.
스윙 스피드는 국내 남자 프로 선수 평균 111마일에 근접하고 여자 프로선수 평균 94마일 보다는 한참을 앞서는 수치다. 한 마디로 왠만한 남자 선수 같다 해도 절대 허언이 아니다.
원래 비거리가 많이 가는 선수는 아니었다. 게다가 2019년에 갑상샘 항진증을 앓아 몸무게가 10㎏이나 빠지기도 했다. 지금은 거의 완치됐으나 그 당시로는 일생일대 위기의 시간이었다.
그러나 그는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만들었다. 지난 겨울에 비거리를 늘리기 위해 2개월 가량 주야장천 스피드 스틱을 휘둘렀다고 한다. 그랬더니 하루가 다르게 비거리가 늘었다는 것. 갑상샘 항진증이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성적도 나쁘지 않다. 올 시즌 조건부 시드지만 장타를 앞세워 3개 대회에서 두 차례나 ‘톱5’ 이내 성적을 냈다. 메이저대회인 KLPGA챔피언십과 NH투자증권 레이디스에서는 우승 경쟁을 펼치다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방신실의 장타를 보면서 많은 골프팬들은 한 선수의 얼굴을 떠올렸을 것이다. 기자도 예외는 아니다. 현재 근신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또 다른 장타자 윤이나(20)다. 윤이나는 2022년 투어 장타 부문 1위(263.4야드)였다.
그는 지난해 6월 DB그룹 제36회 한국여자오픈 골프선수권대회에서 중대한 규칙 위반으로 대한골프협회와 KLPGA투어가 주관하는 모든 대회에 3년간 출장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아 현재 근신 중이다.
운동 선수, 그것도 멘털이 가장 중요한 골프 선수에게 3년간의 자격 정지는 사법적 기준으로 보면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그래서 당시 너무 가혹한 처벌이라는 여론도 비등했다.
하지만 윤이나는 재심을 청구하지 않았다. 설령 골프를 그만 두는 한이 있더라도 씻을 수 없는 과오에 대한 벌을 달게 받겠다는 본인의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그리고 그 징계로부터 7개월여가 지났다. 골프 현장을 취재하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윤이나는 어떻게 지내고 있느냐, 윤이나는 정말 3년간 대회에 못 나오느냐’다.
다소 극성스런 팬은 아예 아무 권한도 없는 기자의 팔을 붙들고 ‘윤이나가 빨리 투어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통사정을 한다. 팬들이 구명에 나설 정도로 윤이나가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었음은 분명해 보였다.
그럴 때마다 기자는 “죽을 죄를 지은 사형수도 모범적인 수형 생활을 하면 감형되는데 설마 3년 만기까지 가겠는가”라며 “당사자가 진심으로 참회하고 자숙한다면 그 시기는 좀 더 앞당겨질 수 있을 것”이라는 어쭙잖은 말로 위로를 한다.
윤이나는 현재 그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 겨울에 미국에서 조용히 훈련을 하고 돌아왔다. 더러 여러 해외 투어에서 대회 초청장을 보내기도 했으나 ‘자숙’을 이유로 고사했다고 한다.
대신 미국 주 단위에서 열리는 미니투어엔 출전했다. 경기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큰 금액은 아니지만 대회 입상으로 받은 상금은 ‘골프를 통한 아이들의 가치있는 삶과 리더십 증진’이 설립 목적인 미국의 퍼스트티 재단에 모두 기부했다는 후문이다.
윤이나와 방신실은 국가대표에서 1년간 한솥밥을 먹었다. 윤이나는 2019~2020년, 방신실은 2020~2022년까지 국가대표로 활동했다.
윤이나는 국가대표 시절에도 장타를 날려 화려한 골프를 한 반면 방신실은 국가대표 시절에는 장타를 치는 선수가 아니었다.
각고의 노력 끝에 방신실은 적어도 장타 부문 만큼은 윤이나와 대등하거나 오히려 앞선 위치가 됐다. 골프팬들은 두 선수의 장타 대결을 하루 빨리 보고 싶어 안달이다. 그 시기가 언제가 될 지 궁금하긴 기자도 마찬가지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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