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로 영역 넓히는 스마트워치… 국내 활용은 ‘한계’

박선혜 2023. 5. 18.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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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압·심전도·월경주기 등 의료기기 기능 FDA 허가 속속
국내선 제도 한계로 건강관리·진료참고 수준에 그쳐
“응급대처·고위험환자 모니터링 활용 아쉬워”
스마트워치의 심박동 측정 기능. 실시간 분석이 가능하며 시간별, 기간별, 활동별 심장 리듬도 볼 수 있다.   사진=박선혜 기자

김대희(35세·남)씨는 지난 2월 부정맥을 앓고 있는 아버지에게 스마트워치를 선물했다. 스마트워치에 심장리듬을 파악해 위험 상황까지 예견하는 기능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의사가 스마트워치를 추천해줬다는 아버지의 말을 듣고 바로 구입을 결정했다. 요즘은 심박 수 말고도 혈압, 체온 등 다양한 기능들이 탑재돼 있고 위급한 상황에서 가족들이 알림을 받아볼 수 있다고 한다. 아버지와 떨어져 살아 항상 걱정이 됐는데, 이제 그나마 안심이 된다”고 전했다.

최근 스마트워치는 시계 기능을 넘어 헬스케어 기기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심장박동 측정만 가능했던 과거와 달리 부정맥을 잡아내고, 혈압, 혈당, 수면리듬, 월경주기, 체온 등 다양한 건강 데이터를 내 손목 위에서 한 눈에 볼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또한 그저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상황을 ‘판단’하는 의료기기 기능도 추가됐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워치는 지난 9일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불규칙 심장 리듬(부정맥) 알림(IHRN) 기능을 승인 받았다. 부정맥, 심방세동 등 이상 징후가 보이면 스마트워치의 센서가 이를 감지, 알림 메시지를 띄우는 방식이다. 지난해에는 신체 온도로 생리주기를 예측하는 어플리케이션을 갤럭시 워치에 적용해 쓸 수 있도록 승인했다. 우리 식품의약품안전처도 2018년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휴이노가 개발한 손목시계형 심전도 측정기기를 의료기기로 사용할 수 있게 풀어줬다.  

의료 현장에서도 스마트워치를 바라보는 시선이 사뭇 달라졌다.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와의 결합, 센서 민감도 증가 등 스마트워치 측정 기능이 발전하면서 의료기기 수준과 비슷한 정확도를 갖췄기 때문이다. 윤창환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스마트워치 기능이 최근 고도화되며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일부 의학회에서도 이를 활용해 건강관리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적극적인 도입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한고혈압학회는 ‘스마트워치를 통한 자기혈압 알기’ 캠페인을 진행했고, 대한부정맥학회는 신기술을 통해 진단 가이드라인을 개편하기도 했다. 이해영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혈압 등 활력 징후는 평상 시 지속적으로 측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전 세대를 아울러 가장 접근성이 좋은 스마트워치가 자신의 건강상태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제대로 된 ‘의료기기’로 활용되지는 못하고 있다. 일찍이 FDA는 2018년부터 애플워치를 비롯한 다양한 스마트워치의 심전도 기능을 허가하고 의료 현장에 활용해왔다. 특히 원격 모니터링을 기반으로 스마트워치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입력되는 환자의 건강 데이터를 의사가 직접 확인하고, 진단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기기가 판단한 ‘응급 상황’이 병원으로 전달되고, 의료진과 환자는 신속하게 질환에 대응할 수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어플리케이션을 통한 진단 결과가 정확하더라도 ‘진단용’으로 쓰지 않는다. 또 원격 모니터링이 법적으로 금지돼 있기 때문에 스마트워치가 알아낸 이상 반응을 병원에 전달하거나 의사가 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없다. 의사가 스마트워치 속 건강 데이터를 분석하고, 진단내릴 의무나 수가가 없는 상태다. 

윤창환 교수는 “명확하게 의료기기로 분류하려면 의사 처방에 의해 적용이 되면서 비용이 발생한다. 의료진은 그 사용에 대한 책임을 지게 돼 있다”며 “스마트워치는 의료 수단으로써 비용이나 책임 소재 등에 대한 논의가 없었던 만큼 의료기기로 활용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윤 교수의 경우 환자들이 스마트워치 활용을 선호함에 따라 진료 과정에서 참조하는 수준에서 활용은 하고 있다. 다만 해당 데이터로 진단을 내리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윤 교수는 “환자가 스마트워치 데이터를 들고 와서 판독을 해달라고 요구한다면 의료진에게는 시간과 비용, 책임 요소 등 많은 어려움이 동반된다”며 “실질적으로 임상 현장에서 쓰려면 안전성·유효성에 대한 확실한 연구 결과, 진단 결과에 따른 책임 소재, 수가 등에 대한 법과 사회의 합의가 수반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이자 의료 인공지능 기업을 운영하는 권준명 대표이사는 “스마트워치는 인공지능을 더해 의료기기만큼 정확한 진단 능력을 보이고 있다”며 “환자 의료의 질 향상을 위해서도 원격 모니터링에 대한 관련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원격진료가 아니더라도 일상생활에서 응급 상황이나 위험한 환자를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선까지 보폭을 가져갈 수 있도록 전향적인 정책 변화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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