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엄마는 좋고 아빠는 아쉬운 지프 그랜드체로키 PHEV

편은지 2023. 5. 18. 06: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묵직한 차체에도 안정적 가속… 펀드라이빙은 어려워
"엄마가 더 좋아해" 지프 감성의 럭셔리는 꽤나 멋있다
33km 전기주행, 짧지만 쏠쏠해… 회생제동 시 울컥임은 과해
지프 그랜드체로키 PHEV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지프'하면 떠오르는 모델을 말하라고 한다면 열 명 중 다섯 명 이상은 오프로드를 달리는 빨간색, 파란색의 랭글러를 떠올릴 것이다. 귀엽고 통통한 주황색 레니게이드를 생각할 수도 있겠다. 분명한 것은 일상에서 쉽게 녹아든다기 보다는 와일드하고 짜릿한 취미를 갖고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을 주는 매력적인 브랜드라는 점이다.


하지만, 사실 지프의 본고장인 미국에서의 베스트 셀러는 놀랍게도 랭글러가 아니다. 미국 현지에서 가장 사랑받는 지프의 모델은 플래그십 SUV인 그랜드체로키다. 실제 지난해 그랜드체로키는 미국에서 한 해동안 무려 22만3344대가 팔렸다. 미국 전체 모델 가운데 9번째로 많은 판매량이다.


미국 판매량이 증명하는 강력한 상품성에 대한 자신감인 것일까. 한국시장에서 랭글러와 레니게이드만큼 주목받지 못함에도 지프는 그랜드체로키 라인업을 꾸준히 다양화하고 있다. 지난 2021년 말 7인승 롱바디 모델인 그랜드체로키 L를 출시한데 이어, 지난해 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도 새롭게 내놨다.


본고장에서 꼽는 지프 대표 모델의 매력은 어디에 있을까. 지프가 가진 매력적인 투박함이 럭셔리라는 단어와 어우러질 수 있을까. 지프의 그랜드체로키를 2박 3일간 직접 시승해봤다. 시승모델은 지난해 말 출시한 '올 뉴 그랜드체로키 4xe'로, PHEV 모델이다.


지프 그랜드체로키 PHEV 전면부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강하다. 어디를 찔려도 절대 다치치 않는 강철 갑옷을 두른 전사같다. 색상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는 차들이 많은데 체로키만은 색상에 구애받지 않는 느낌이 든다. 검은색 그랜드체로키만 마주치다 시승하며 처음으로 흰색 체로키를 보게 됐는데, 흰색 차량이라고 해서 절대 부드러워보이지 않는다. 성난 코뿔소같은 강렬한 디자인의 위력이다.


색상에 휘둘리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디자인을 완성하는 것은 아주 섬세한 요소에서 나온다. 지프의 상징인 세븐 슬롯 그릴 위로 본닛 끝단이 뭉툭하게 튀어나오면서 안 그래도 센 인상을 당장이라도 돌진할 것 같은 코뿔소처럼 만든다. 한눈에 봐도 거대하고 큰 차체는 위압감마저 들게한다.


뭉툭하게 튀어나온 본닛 끝단이 더 강한 인상을 만들어준다.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본격적으로 차를 타려 손잡이를 당기자 문짝부터 단단함이 느껴진다. 미국차 특유의 감성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예상보다 더 무겁고 두꺼운 느낌이다. 또 차체가 높아 키가 작은 여성의 경우엔 수월하다기보다는 말 그대로 '올라타야'할 필요가 있다.


실내는 1억을 훌쩍 넘기는 플래그십 모델인 만큼 지프가 낼 수 있는 최대한의 럭셔리를 담아낸 모습이 역력하다. 베이지색 시트와 나무 질감의 대시보드가 잘 어울리고, 가죽 소재도 색을 통일하면서 중후한 느낌을 낸다. 20대인 기자의 감성에는 살짝 올드한 느낌이 있었으나 함께 시승한 엄마의 마음에는 쏙 든 듯 했다.


그랜드체로키 PHEV 인테리어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최근 자동차 브랜드들이 친환경 차량에 물리버튼을 최소화 하는 추세지만, 체로키는 전동화모델임에도 불구하고 센터페시아를 물리버튼으로 가득 채우면서 유행에 쉽게 휩쓸리지 않는 면모를 뽐냈다.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느낌 보다는 중후한 멋의 실내 분위기와 조화를 이룬다. 호화스럽다기보다는 지프답게 투박하면서도 강한 느낌의 고급감이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고 나니 문짝 뿐 아니라 이 모델 자체가 아주 고집스럽다는 생각이 굳어졌다. 스티어링휠(핸들)은 3세대 기아 카니발보다도 무겁고 묵직하다. 브레이크도 마치 잠긴 것 처럼 뻑뻑하고 무겁다. 플래그십 SUV라기에 세단처럼 부드러운 핸들이지 않을까 예상했지만, 체로키는 정통 SUV 그 자체의 묵직함을 담아냈다.


돌, 모래, 눈 등 다양한 주행 상황에 따라 모드를 변경할 수도 있다.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그렇다고해서 이런 고집이 꼭 단점인 것은 아니다. 시승 초반 다소 답답하고 무겁다는 느낌이 강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점점 익숙해지면서 오히려 안정적으로 느껴졌다. 특히 고속주행시에는 핸들이 가볍게 휙휙 흔들리지 않아 안정감있는 주행이 가능했다. 그간 너무 가벼운 스티어링휠에 익숙해졌다는 생각마저 든다.


랭글러, 글래디에이터 등 오프로드의 최강자로 불리는 지프의 플래그십 SUV인 만큼 센터페시아에 다양한 주행 상황에 따른 모드 변경도 가능하도록 돼있다. 고속도로 위주의 주행을 한 탓에 이 차의 또다른 무기인 오프로드 성능을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 다소 아쉽다.


가속 시에도 그랜드체로키는 한결같은 모습을 유지했다. 차체가 커서인지 초반 가속은 살짝 굼뜬 느낌이지만 고속도로에 진입해 가속페달을 눌러 밟자 큰 차체를 아주 쉽게 굴려낸다. 그러면서도 가속하는 느낌은 쉽게 체감되지 않는다. 150km/h까지 속도를 올려도 마치 80km/h로 달리는 것처럼 안정적이다.


물론 드라이브의 즐거움과 가속감을 중요시한다면 체로키는 다소 아쉬울 수 있겠다. 인테리어에 매료됐던 엄마와 달리 아빠는 "재미없다"는 평가를 내놓은 이유이기도 했다. 주행의 짜릿함보다는 고속에도 뒷좌석에서 편히 잠을 자는 아이들을 고려하는 아빠들에게 더 적합해보인다.


스티어링휠 왼쪽 하단에서 하이브리드, 전기, 배터리 충전 모드 등을 선택할 수 있다.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PHEV 모델이라 스티어링 휠 왼쪽 하단에서 전기로만 주행하는 '일렉트로닉'모드도 선택이 가능했는데, 주행가능거리는 33km지만 꽤 쏠쏠하다. 매일 밤마다 약 2000~3000원에 33km를 충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횡재한 것 같은 기분이다.


33km의 거리는 고속 주행 위주의 시승을 한 탓에 다소 짧게 느껴졌지만, 평소 도심 주행을 더 많이 하는 직장인이라면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회생제동 극대화 모드로 두면 배터리도 금방 채워진다. 서울에서 한시간 정도 회생제동 극대화 모드로 도심주행을 하자 전기 배터리가 3분의 1가량 찼다. 하지만 회생제동으로 인한 울컥임은 다른 전기차 모델들 보다도 충격이 더 크게 느껴진다. 차체가 크고 높아서 흔들림이 더 크게 와닿는 듯 하다.


주차장에 설치된 완속충전기로 배터리를 충전 중인 그랜드 체로키.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2박 3일간 만난 그랜드체로키 PHEV는 단단하지만 퉁명스럽지는 않은 사람을 닮았다. 말수가 적고, 잘 웃지도 않는 시크한 성격이라 비록 재미있는 타입은 아니지만 가까워질 수록 편안함이 느껴지는 부류. 언제타도 불안하지 않고, 동승자에게 편안함을 선사하는 차는 제로백이나 성능이 뛰어난 그 어떤 차들보다도 빛을 발할때가 있다.


▲타깃

-온 가족 함께 탈 큼직한 패밀리카 찾는다면

-1억이 훌쩍 넘지만 '비싼 차' 타는 티 내기 싫다면


▲주의할 점

-오프로드 성능이 필요하지 않다면 같은 가격대 다른 선택지가 많다

-티맵이 탑재돼 있으나 제 기능을 100% 발휘하지는 못한다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