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4년새 26배→62배…일반고 지원율 격차 키운 세 가지
올해 서울시내 일반 고등학교의 지원율 격차가 학교에 따라 최대 62배까지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목고를 제외한 일반고 내에서도 선호도 차이가 점차 커지는 모습이다. 교육부가 올해 상반기 중으로 ‘고교 교육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선호도가 낮은 학교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일반고 최고·최저 지원율 격차 5년 새 26배→62배로
같은 학군 내 학교라도 지원율은 양극화하고 있다. 강동송파학군(강동·송파구)에는 22.5대 1의 지원율을 기록한 학교가 있는 반면 0.5대 1에 그친 학교도 있다. 성북강북학군(성북·강북구)도 31.6대 1인 학교가 있지만, 1대 1에 그친 학교도 있다. 이들 학교별 격차도 점차 커지고 있다.
서울의 '고교선택제'는 3단계에 걸쳐 추첨 배정하는 방식이다. 먼저 학생들은 1단계로 서울 전체 권역에서 2개 학교를 선택하고, 2단계로 거주지 학군 내에서 2개교를 선택해 지원한다. 각 학교는 1단계에서 모집 정원의 20%를, 2단계에서 40%를 추첨 배정한다. 1,2단계에서 배정되지 않은 나머지 40% 정원은 학군 내에서 강제 배정된다. 교육계에서는 서울 전체에서 원하는 고교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1단계 지원율을 사실상의 학교 선호도로 보고 있다.
강서양천·서부 학군, 원하는 일반고 들어가기 어려워
서울시내 11개 학군 중 평균 지원율이 가장 높은 곳은 10.6대 1을 기록한 서부학군(은평·서대문·마포구)이었다. 이어 양천강서학군(양천·강서구)이 10.59대 1로 뒤를 이었다. 반면 성동광진학군(성동·광진구)은 9.21대 1, 북부학군(노원·도봉구)은 9.5대 1로 가장 지원율이 낮았다.
학생들의 지원이 몰리는 학교가 많은 곳 역시 강서양천과 서부다. 1단계 지원율 10대 1 이상인 학교가 서부는 57.1%, 강서양천은 56%에 달한다. 이들 지역은 지원율이 5대 1 이하로 낮은 학교 비율도 다른 곳보다 낮다. 그만큼 선호하는 학교가 많고 비선호학교가 적어 원하는 일반고에 배정되기가 쉽지 않은 지역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반면 지원율이 5대 1 이하로 선호도가 낮은 학교가 가장 많은 곳은 성북강북(35.7%)과 성동광진(25%)이었다. 두 지역의 특징은 선호도가 압도적으로 높은 학교 1,2곳이 있는 반면 다른 학교의 선호도가 매우 낮다는 점이다. 성북구 서울사대부고는 지원율이 31.6대 1이었고, 광진구 건대부고는 XX로 서울 시내에서 지원율이 가장 높은 두 학교로 나타났다.
학교 선택, 입시실적·평판·환경이 갈랐다
일반고의 선호도 차이는 왜 나타날까. 교육 전문가들은 크게 세 가지 요소를 꼽는다. ‘입시 실적’, ‘평판’, ‘주변 환경’이다.
고교 선택의 첫 번째 요인은 대입 실적이다. 예를 들어 성북강북학군에서 가장 지원율이 높은 서울사대부고는 지난해 이 지역에서 가장 많은 3명의 서울대 입학생을 배출했다. 학군 내 14개 고교 중 8곳은 서울대 입학생이 없었다.
강남서초학군같은 곳은 이과생의 입시 실적, 특히 의대 실적이 중요하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은 “강남에서 인기가 좋은 일반고인 서울고는 과학중점학교라 이과생에게 좋다는 평가가 있다”고 말했다.
지역 사회의 평판도 고교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다. 일반적으로는 남녀공학보다 단성(單性) 학교의 면학 분위기가 좋다는 평판이 있다. 마포구의 한 중학교 교장은 “특히 남학생의 경우 내신 성적을 따기 어려워 남녀공학보다 남고를 훨씬 선호한다”고 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다만 일부 여학생은 내신 경쟁에서 유리한 남녀공학을 택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공립보다 사립의 평판이 높은 경향도 있다. 광진구 한 사립고 교사는 “사립은 교사가 한 학교에 오래 근무하기 때문에 입시 노하우 등이 쌓인다는 인식이 있다”고 했다. 남윤곤 소장은 “평판은 실체가 없지만 학부모를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요인”이라며 “사립은 교장과 재단 노력으로 지역사회 평판을 바꾸는 경우가 있지만 교장과 교사가 순환하는 공립에서는 힘든 일”이라고 했다.
학교 주변 환경도 중요한 선택 기준이다. 사교육 여건이 주변 고교 선호에도 영향을 미친다. 김현정 디스쿨 대표는 “강남을 보면 대치동 학원가 주변을 선호하기 때문에 테헤란로 북쪽 고교 선호도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재개발 등으로 갑자기 교육 환경이 악화하는 경우 학교 선호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강동구 한 학원 관계자는 “강동구 내에서도 재개발 진행 상황에 따라 동서 격차가 심하다”며 “주변에 공사가 계속 진행 중인 일부 고교는 선호도가 더 떨어지고 우수 학생이 유입되지 않는 악순환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비선호 학교에 우수 교원·시설 우선 지원해야
전문가들은 비선호 학교에 대대적인 지원으로 교육의 질을 상향 평준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선호도가 낮은 학교에 우수 교원, 학습 기기 등을 우선적으로 주거나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는 등의 획기적인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원을 운영하는 고1 학부모는 “학교 변화에 관심이 많은 젊은 교원을 몇 명만 배치해도 학교 분위기가 싹 바뀌더라”고 말했다.
이광현 부산교대 교수는 “일반적으로 사립을 더 선호하는 이유를 잘 분석해서 공립고가 그런 문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별 지원율을 일반에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종태 의원은 “심각한 문제를 감추기만 할 것이 아니라 차라리 정보를 공개하고 문제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하였다. 박남기 교수도 “비선호 학교에 대한 정책지원을 할 경우 역차별 문제 해소와 선택권 보장을 위해 일정 부분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사범대 교수는 “지원율을 공개하는 순간 하위 학교는 완전히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며 반대했다.
최민지·장윤서·이가람·이후연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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