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에 ‘박정희생가역’ 생기나… 정부는 ‘난감’·정치권 ‘찬반’

심희정 2023. 5. 18.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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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구미시가 사곡역을 '박정희생가역'으로 바꾸는 역명 개정에 나섰다.

개정 여부는 국가철도공단의 적정성 검토와 국토교통부 역명심의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결정된다.

구미시는 지난 1일 철도공단에 사곡역을 박정희생가역으로 개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구미시에 따르면 박정희생가역이라는 역명은 '박정희역' '새마을역' 등으로 개정해 달라는 시민 의견을 반영해 시 지명위원회에서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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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철도공단에 사곡역명 변경 요청
사곡역 인근에 박정희 생가 있어
‘노무현역’ 등 개정요청 봇물 우려
이준석 “반대”… 윤상현 “가능”


경북 구미시가 사곡역을 ‘박정희생가역’으로 바꾸는 역명 개정에 나섰다. 개정 여부는 국가철도공단의 적정성 검토와 국토교통부 역명심의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결정된다. 다만 정부는 난감한 기색이다. 정치인 이름을 역명에 넣은 전례가 없는 데다 박정희생가역을 허용하면 다른 대통령 이름을 넣은 역명 개정 요청도 우후죽순처럼 쏟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구미시는 지난 1일 철도공단에 사곡역을 박정희생가역으로 개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구미시에 따르면 박정희생가역이라는 역명은 ‘박정희역’ ‘새마을역’ 등으로 개정해 달라는 시민 의견을 반영해 시 지명위원회에서 결정됐다. 사곡역 인근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가 있다.

경부선 간이역이었던 사곡역은 내년 말 대구권 광역전철역으로 개통될 예정이다. 대구권 광역철도 사업 추진에 따른 것이다. 구미에서 대구, 경산까지 61.85㎞를 연결하기 위한 사업비로는 1857억원이 잡혀 있다. 구미시는 철도 개통까지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철도공단과 국토부에 역명 개정 필요성을 지속해서 설명한다는 계획이다. 구미시 관계자는 17일 “여러 차례 철도공단을 찾아 개정 필요성을 설명했다”며 “내년 말 개통 전까지는 역명 개정에 대한 결론이 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토부의 ‘철도 노선 및 역의 명칭 관리지침’을 보면 역명 개정 기준은 개발사업으로 역세권 환경이 변화한 경우, 역 위치가 다른 행정구역으로 변경된 경우, 그밖에 지방자치단체 요구 등에 따라 개정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등이다. 지자체장이나 철도 운영자가 철도시설관리자에게 역명 개정을 요청하면 철도시설관리자는 적정성 검토 결과를 국토부에 제출한다. 이후 국토부 역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토부 장관이 역명을 확정한다.

다만 역명 관리지침에는 ‘해당 지자체 주민의 반대 등의 사유로 갈등을 유발할 우려가 있는 등 개정이 불합리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요청기관(법인 또는 단체 포함)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는 단서 조항도 있다. 정치인이나 특정인에 대한 이름을 쓰지 말라는 규정은 없지만,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박정희생가역 개정 요청이 거절될 가능성도 있다.

정치권에선 찬반 의견이 갈린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 생가와 가까운) 진영역이 노무현생가역이 되지 않은 것처럼 사곡역이 박정희생가역이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전철역에 이런 이름을 붙이는 것은 정말 박 전 대통령을 예우하는 사람이라면 해선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미국 최대의 국제공항인 뉴욕 JFK국제공항은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이름을 따왔고, 유럽대륙 최대의 관문으로 통하는 프랑스 샤를드골공항도 마찬가지”라며 “우리나라도 국민적 합의만 이루어진다면 전직 대통령의 이름을 역명이나 공항명으로 남기는 일에 인색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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