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이토록 10대가 불행한 나라

김나래 2023. 5. 18.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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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온라인의 슬픈 뉴스 당사자들은 하나같이 10대였다.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우울증갤러리에서 만나 생을 마감하겠다며 한강대교를 찾은 이는 15살, 17살의 여성이었다.

이미 온라인상에는 10대들의 위태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콘텐츠가 넘쳐난다.

더구나 선거 땐 표가 되는 '10대 유권자'를 끔찍이 생각하는 척하던 여야도 정작 살고 싶다는 10대들의 처절한 아우성엔 귀를 닫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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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래 온라인뉴스부장


최근 온라인의 슬픈 뉴스 당사자들은 하나같이 10대였다.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우울증갤러리에서 만나 생을 마감하겠다며 한강대교를 찾은 이는 15살, 17살의 여성이었다. 지난달 서울 강남에서 라이브로 여학생 투신 장면을 중계한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벌어진 일이다.

이번 일로 온라인에서 10대들에게 자살을 부추기고 유도하는 등 악행을 벌이는 어른들의 존재가 드러났지만 관계부처의 대응은 안이하기 그지없다. 경찰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우울증갤러리 폐쇄를 건의했지만 방심위 자문위는 게시물의 양이 많지 않고, 우울증 환자들이 위로받는 효과가 있다며 차단할 상황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미 온라인상에는 10대들의 위태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콘텐츠가 넘쳐난다. 스스로 고통을 가하는 각종 자해 사진·영상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우리 사회의 병리 현상이지만, 보도하면 자칫 10대 사이에서 이를 모방하거나 확산 효과로 이어질까 우려돼 기사화 자체를 고민할 때가 많다.

SNS에서 자기를 드러내고 타인의 평가를 받는데 민감한 10대들은 식습관에도 빨간불이 켜진 지 오래다. 그들은 서로 ‘키빼몸’(키에서 몸무게를 뺀 수치)을 물으며 자기의 몸 상태를 점검하고, 아이돌처럼 ‘뼈말라’(뼈가 보이도록 마른 상태)가 되고 싶어 ‘먹토’(먹고 토하는) 반복하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국내에서 손놓고 있는 동안 미국 섭식장애협회 등의 요구로 유튜브가 섭식장애를 조장하는 콘텐츠를 금지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린 걸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10대들이 보내는 위험신호는 정부의 각종 공식 통계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통계청 통계개발원에서 펴낸 ‘아동·청소년 삶의 질 2022’ 보고서를 보면 아동·청소년 사망원인 1위인 자살은 2019년 10만명당 2.1명에서 2.5명(2020년), 2.7명(2021년)으로 증가하고 있다. 심지어 12~14세의 경우 2020년 3.2명에서 2021년 5.0명으로 크게 느는 등 갈수록 연령대가 낮아지는 추세다.

교육부가 17개 시·도 800개 학교의 중1~고3 학생 약 6만명을 상대로 조사해 지난달 발표한 청소년 건강행태조사 결과는 이들의 우울감 등 정신 건강에 대해 경고한다. 2022년 남학생은 24.2%, 여학생은 33.5%가 우울감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스트레스 인지율도 전년 대비 남학생은 32.3%에서 36.0%로 늘었고 여학생은 45.6%에서 47.0%로 증가했다. 여기서 말하는 우울감은 최근 1년간 2주 내내 일상생활을 중단할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을 느낀 적이 있는 경우를 뜻한다.

왜 이토록 힘들까. 대학 선발인원보다 고3 학생 숫자가 적은 시대인데도 사교육으로 수학 선행학습을 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입시 경쟁은 더욱 치열하다. 주당 50시간을 웃도는 학습시간과 평균 6시간 안팎의 수면시간이 괜히 나오는 얘기가 아니다. 스트레스와 우울감에 시달리는 이들을 정서적으로 지탱해줘야 할 가정과 학교도 제 역할을 다 못하고 있다. 누구 하나 손잡아주는 이 없는 상황에서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게 온라인에서 위로와 공감을 구하는 것뿐이다.

아동·청소년기의 삶의 질은 인생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에 정책적 개입이 제때 이뤄지면 예방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 또한 크다. 하지만 지금처럼 여성가족부와 보건복지부, 교육부 등 관계부처에서 찔끔찔끔 정책을 내놓는 수준으로는 제대로 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더구나 선거 땐 표가 되는 ‘10대 유권자’를 끔찍이 생각하는 척하던 여야도 정작 살고 싶다는 10대들의 처절한 아우성엔 귀를 닫고 있을 뿐이다. 이토록 10대가 불행한 나라에, 과연 미래가 있을까. 어른들이 미안하다.

김나래 온라인뉴스부장 nar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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