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태원의 메디컬 인사이드] 생명을 살리는 모니터링센터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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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저출산과 자살예방 정책은 처한 상황이 비슷하다.
20년 가까이 250조원 이상 쏟아붓고도 세계 최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출산율이나 비록 예산 투입 규모는 훨씬 적지만 십수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붙박이 1위(잠깐 2위로 내려온 2018년 빼고)인 자살률이나 똑같이 '오명'을 쓰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발표된 정부의 5차 자살예방기본계획(2023~2027년)에 처음으로 '자살유발정보 모니터링센터' 신설 대책이 들어간 것은 늦었지만 다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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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저출산과 자살예방 정책은 처한 상황이 비슷하다. 20년 가까이 250조원 이상 쏟아붓고도 세계 최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출산율이나 비록 예산 투입 규모는 훨씬 적지만 십수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붙박이 1위(잠깐 2위로 내려온 2018년 빼고)인 자살률이나 똑같이 ‘오명’을 쓰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사실 인구 감소 대책 측면에서 보면 저출산과 자살예방 정책은 서로 맥이 닿아 있다. 새로 태어나는 아이들을 늘리는 것 못지않게 죽지 않아도 될 생명을 살리는 것 또한 중요하다. 하지만 작금의 상황을 보면 정부가 그간 내놓은 많은 대책은 백약이 무효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언론에 몸담으며 특히 자살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나름의 해결 노력을 기울여 왔던 터라 여전히 높은 자살률에 “그간 뭐했나” 하는 허망함과 자책감을 느낀다. 최근 이슈가 된 10대의 극단적 시도 생방송 사건의 배경에는 디시인사이드 우울증갤러리가 있었다. 우울증을 겪는 이들이 위안을 얻으려 들렀던 인터넷커뮤니티가 오히려 자살을 조장·방조하고 심지어 성범죄 악용 공간으로 변질된 것이다. 필자는 소통의 공간인 인터넷과 SNS가 ‘죽음의 통로’가 되는 상황을 일찌감치 감지하고 문제점을 지적해 왔다. 검색해 보니 2016년 10월 ‘또 동반자살…인터넷·SNS가 죽음의 통로’ ‘자살 숙주, 트위터’ 같은 기획보도가 눈에 들어온다. 당시 대책으로 인터넷·SNS 사업자 대상 교육과 자살유해정보 가이드라인 제정 등의 필요성을 제기했었다.
하지만 경찰 요청에도 우울증갤러리의 자진 폐쇄를 거부한 인터넷사업자나 강제 차단에 미온적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의 어정쩡한 자세를 보면 상황은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은 듯해 씁쓸하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도 소중하지만 생명을 지키는 것보다 앞서는 가치일까 싶다.
그러는 사이 온라인을 매개로 한 애석한 죽음은 계속되고 있다. 서로 일면식도 없는 젊은이들이 트위터나 텔레그램 등을 통해 만나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는 소식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온다. 이런 콘텐츠는 인터넷과 SNS를 통해 공유되며 감수성 강한 10대들의 모방을 촉발할 수 있다. 온라인 자살유발·유해정보 신고는 매년 증가 추세다. 2019년 3만2588건에서 지난해 23만4064건으로 7배 넘게 늘었다(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통계).
이런 상황에서 최근 발표된 정부의 5차 자살예방기본계획(2023~2027년)에 처음으로 ‘자살유발정보 모니터링센터’ 신설 대책이 들어간 것은 늦었지만 다행한 일이다. 온라인에서 무분별하게 유통되는 자살유해정보를 24시간 모니터링해 죽음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지금까지 자살유해정보 모니터링은 100명 안팎의 자원봉사자들에 의존해 왔다. 자신의 생계를 유지하면서 틈틈이 하다 보니 사각지대가 생기고 전문성이 떨어져 유해정보를 발견해도 긴급구조가 필요한 상황인지 파악하기도 쉽지 않아 적극적 대응에 한계가 존재했다.
중요한 것은 실효성 있는 모니터링센터가 돼야 한다는 점이다. 정신보건 전문성을 갖춘 요원들이 상주하며 자살유발정보를 실시간 발굴하고 인터넷사업자에게 차단 요청을 해야 함은 물론 긴급구조 필요시 경찰·소방 및 유관기관과 재빨리 연계해 생명을 구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방심위의 유해성 정보 심의·의결이 신속히 이뤄지도록 패스트트랙을 마련하는 것도 방안이다. 이런 모든 게 가능하려면 결국 충분한 인력과 예산이 확보돼야 한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연구용역을 거쳐 내년 하반기 시범운영을 시작할 모양이다. 다만 그사이에도 온라인에선 죽음의 모의가 계속되고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시스템 구축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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