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 윤석열정부 1년의 오답 노트

2023. 5. 18.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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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대통령이 지지율 노예가 돼선
안되겠지만 지지율 변화 살펴
국정 방향과 내용 재점검해야

국정 비전 명확히 설명하고
해결 방안 구체적으로 밝히고
국민 비판과 의견 뒷받침돼야
유용한 오답노트 만들 수 있어

일방적 개혁은 실패하므로
개혁 성공하려면 정부·국민이
권한·책임 함께 가져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1년 지지율은 35%(한국갤럽)다. 민주화 이후 8명의 대통령 중 6위로 좋지 않은 성적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발표한 전문가 평가에서는 100점 만점에 21점을 받았다. 진보 성향 시민단체가 주관한 평가임을 고려해도 매우 낮은 점수다. 과거 박근혜정부는 37점, 이명박정부는 25점을 받았다. 역대 모든 대통령이 지지율이 떨어질 때마다 여론에 연연하지 않고 앞만 보고 나아가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 역시 선거운동 때부터 지지율에 유념치 않고 오로지 국민만 생각하고 열심히 하면 된다는 마음가짐이었다.

사실 지지율 결과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다. 지지율이 대통령 인기도를 보여주고 정파 싸움의 재료로 활용되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지지율의 노예가 돼 인기 있는 정책만 추진하는 대통령은 나라를 위기에 빠뜨릴 것이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지지율 변화를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 지지율을 국정 운영의 방향과 내용을 평가하고 재점검할 수 있는 오답 노트로 활용해야 한다. 수능 상위권 학생들의 공통적인 공부 습관으로 오답 노트 작성이 있다. 모르는 내용을 정확히 짚고 정리해 비슷한 유형의 문제를 다시 틀리지 않기 위해 오답 노트를 작성한다. 중요한 것은 지지율 수치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내용이다.

윤 대통령은 작년 추석 연휴 마지막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늘 국민의 뜻을 살피고 국민과 함께하는 정부가 되겠다”는 다짐을 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이 무엇 때문에 자신을 지지하고 반대하는지 잘 살펴야 한다. 윤 대통령 취임 첫 달 51%였던 긍정 평가는 두 달 후 28%로 급락했다. 그 기간 부정 평가는 34%에서 62%로 급등했다. 가장 큰 이유는 ‘인사(人事)’ 문제였다. 윤 대통령 지지율은 작년 12월에 36%로 반등했고, 제일 큰 이유는 ‘노조 대응’이었다. 윤 대통령은 올 신년사에서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을 본격 추진할 것이며, 특히 노동개혁을 통해 우리 경제의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 밝혔다.

그간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의 주요 이유는 ‘인사’ ‘소통 미흡’ ‘독단적·일방적’ 등 국정 운영 방식에 관한 문제들이었다. ‘외교’는 부정 평가와 긍정 평가의 가장 큰 이유로 동시에 지목되고 있다. 5월 둘째주 갤럽 조사에 따르면 대통령 직무 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이유 가운데 ‘외교’가 35%로 가장 높았고, ‘일본 관계 개선’이 6%로 다음이었다. 반면 부정 평가 이유 역시 ‘외교’가 32%로 1위를 차지했고 ‘경제·민생·물가’가 두 번째였다. 외교 문제와 관련한 오답 노트를 작성하기가 쉽지 않다.

다음 시험에 도움이 되는 오답 노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문제의 명확성, 답안의 구체성, 평가의 공정성 등과 같은 조건을 갖춰야 한다. 첫째, 윤석열정부는 임기 동안 풀고자 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 윤정부의 3대 개혁 과제가 중요한 사안인 것은 분명하나 개혁을 통해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고자 하는지 잘 알지 못한다. 윤정부가 풀고자 하는 문제, 즉 국정 비전을 명확히 정리해 국민에게 잘 설명해야 한다. 둘째, 어떤 정책과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주69시간’ 근무제가 노동개혁을 위한 답은 아닐 것이다. 노동개혁의 궁극적 목표가 무엇이고 이를 실현할 구체적 방안이 무엇인지 설명해야 한다. 연금개혁과 교육개혁도 마찬가지다. ‘만 5세 입학’이라는 잘못된 답안을 작성한 탓에 교육개혁은 출발부터 동력을 잃었다. 셋째, 국민은 정파적 논리에서 벗어나 정책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 비판하고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 이상의 조건이 충족될 때 비로소 유용한 오답 노트를 작성할 수 있다.

한때 국가 개혁은 정권 초기에 과감하고 신속하게 밀어붙여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했다. 그때는 맞았을지 모르나 지금은 틀린 말이다. 국민의 공감과 지지를 얻지 못하는 일방적 개혁은 실패한다. 오늘의 국민은 정부 정책의 수동적 고객이 아닌 주체적 참여자로 역할하길 원한다. 무엇보다 한층 복잡하고 다층화된 사회 구조 속에서 다수의 국민이 만족하는 개혁안을 찾기는 쉽지 않다. 개혁의 성공을 위해서는 정부와 국민이 권한과 책임을 함께 가져야 한다. 그러자면 국민의 역할을 평가자로 한정해서는 안 된다. 문제 출제와 답안 작성도 국민과 함께해야 한다. 그래야만 오답 노트의 분량을 줄일 수 있다.

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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