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자립교회 고려냐, 젊은 목회자에 기회 부여냐… 교단 ‘정년 연장’ 딜레마

장창일 2023. 5. 18.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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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와 장로 정년을 늘리자는 논의가 주요 교단들의 9월 정기총회를 앞두고 다시 불붙고 있다.

17일 국민일보와 만난 한 40대 부목사는 "현재 논의는 농어촌·미자립교회 목회자와 장로를 대상으로 한다지만 일단 통과되면 연령 제한이 사라질 게 분명하다"면서 "젊은 목회자들은 가뜩이나 갈 곳이 없는데 70세를 앞둔 베이비붐 세대에게 '정년 연장'이라는 혜택까지 준다면 우리 같은 사람은 실낱같은 희망마저 잃게 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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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정기총회 앞두고 갑론을박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총대들이 지난해 5월 서울 영등포구 신길교회에서 열린 제116년차 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국민일보DB


목사와 장로 정년을 늘리자는 논의가 주요 교단들의 9월 정기총회를 앞두고 다시 불붙고 있다. 사역지 특성을 고려해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는 논리와 젊은 현직 목회자들에게 기회를 부여하는 차원에서 연장 논의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 차이를 얼마나 조율하느냐가 관건이다.

오는 22일과 23일 각각 정기총회를 여는 예수교대한성결교회(예성·총회장 신현파 목사)와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총회장 김주헌 목사)는 당장 정년 연장 논의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40·50대 목회자들은 이 같은 논의를 ‘기회 박탈’이라고 보고 있다.

예성 총회는 최근 ‘헌장개정공청회’를 열고 정년 연장을 논의했다. 토론 끝에 ‘현행(70세)대로 유지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에 반해 회의 참석자 중에는 “농어촌교회나 미자립교회만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다음 달 말부터 시행되는 ‘만 나이’에 발맞춰 “71세 하루 전날까지를 정년으로 한다”로 세칙을 조정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정년이 사실상 1년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통합 총회는 모두 정년을 ‘만 70세’로 규정하고 있다.

예성 총회는 공청회에서 종합된 의견을 토대로 정기총회에 ‘미자립교회에 한해 정년을 연장할 수 있다’는 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한편 기성 총회도 이번 정기총회에서 만 나이 조정에 대한 안건을 논의할 전망이다.

목사·장로 정년 연장은 교단마다 뜨거운 감자와도 같다.

예장합동 총회(총회장 권순웅 목사) 산하 전서·무안노회 등은 지난달 말 정년연장 헌의안을 상정했다. 이들은 “농어촌교회는 성도 수 감소로 장로 피택자를 구하기 힘들어 교회 형편에 따라 현 장로가 정년 제한 없이 시무하도록 해 달라”면서 “이런 교회들은 목회자 수급도 어려워 정년 연장이 필요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예장합동은 지난해에도 정기총회에 ‘목사·장로 정년을 만 73세까지 연장하자’는 안건이 상정됐지만 부결됐다.

예장통합 총회(총회장 이순창 목사)는 아직 9월 정기총회 헌의안을 확정하지 않았다. 다만 지난해 총회 정치부 정책협의회에서 농어촌교회만 목사·장로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는 안건을 논의한 바 있다. 교단 내부에서 예외 조항을 두고 정년을 연장하자는 여론이 있는 셈이다. 예장백석 총회(총회장 장종현 목사)와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대표총회장 이영훈 목사)는 목사·장로 정년이 만 75세다.

이런 논의를 바라보는 젊은 목회자들의 속내는 복잡하다.

17일 국민일보와 만난 한 40대 부목사는 “현재 논의는 농어촌·미자립교회 목회자와 장로를 대상으로 한다지만 일단 통과되면 연령 제한이 사라질 게 분명하다”면서 “젊은 목회자들은 가뜩이나 갈 곳이 없는데 70세를 앞둔 베이비붐 세대에게 ‘정년 연장’이라는 혜택까지 준다면 우리 같은 사람은 실낱같은 희망마저 잃게 된다”고 토로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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