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메네스’ 장민수의 여정은 계속된다
‘에메네스’ 장민수는 저니맨이다. 2019년부터 젠지와 킹존 드래곤X 아카데미를 거쳤지만 국내에선 끝내 자리 잡지 못했다. 터키와 유럽 등지에서 활동하다가 지난 연말 클라우드 나인(C9) 2군에 새 둥지를 텄다.
스프링 시즌, 팀의 주전 미드라이너가 부진하는 등 운이 겹쳐서 메이저 지역 리그 1군 데뷔전을 치렀다. 그는 지금의 동료들을 만나 만개했다. 팀원들과 궁합이 잘 맞았다. 2023년 스프링 시즌, ‘LoL 챔피언십 시리즈(LCS)’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시상식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5월 영국 런던에서, 그는 생애 처음으로 국제무대를 경험할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에서 C9은 동양권 팀의 높은 벽을 넘지 못했다. 브래킷 스테이지에서 비리비리 게이밍(BLG)과 젠지에 연이어 졌고, 아쉽게 조기 귀국길에 올랐다.
하지만 17일 젠지전 이후 국민일보와 만난 장민수의 눈엔 여전히 생기가 돌았다. 데뷔 후 가장 드라마틱한 1년을 보내고 있는 장민수는 이번 대회에 후회가 남지 않았다고 했다.
“해보고 싶었던 건 다 해봐서 후회가 남지 않아요. 여름 동안 더 실력을 늘려서 국제 대회로 돌아오고 싶어요. 이번엔 많이 배웠고, 다음엔 꼭 이기고 싶어요.”
그에게 이번 대회는 증명의 장이면서 동시에 배움의 장이었다.
“내가 얼마나 메타를 잘 이해하고 있는지, 내가 이해한 바를 가장 잘하는 선수 상대로도 얼마나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하며 경기에 임했어요. 라인전은 나쁘지 않았던 것 같은데 팀적인 움직임이 많이 부족하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정말 개선할 점이 많다고 느꼈어요.”
“미드 라인전이 우세한 상황인데도 상대 정글로 들어가기가 힘들었어요. 압박감이 심했거든요. 정글러·서포터와의 협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하게 깨달았어요. 라인전보다 바텀 키우기가 중요한 메타인데, 상대가 메타를 더 잘 연구했단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는 스프링 시즌 후반부부터 이어지는 바텀 캐리 메타에 대한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부족했음을 인정했다. 이 메타는 서구권보다 한국이나 중국 같은 동양권 팀들이 선호하고, 강세를 보여왔던 것이기도 하다.
“요즘은 ‘눕는 메타’예요. 탑은 탱커를, 미드는 푸시력 좋은 챔피언을, 바텀은 캐리력 높은 챔피언을 골라야 해요. 원거리 딜러를 위한 밴픽 양상이 자주 나와요. 어떻게 보면 가장 한국적인 스타일의 게임입니다.”
올해 대회에선 동양권 팀들이 서구권 팀들보다 크게 앞섰다. C9 외에도 골든 가디언스(GG), G2 e스포츠, 매드 라이온스가 전부 일찍 짐을 쌌다. T1, 젠지, 징동 게이밍(JDG), BLG가 ‘파이널 포’에 이름을 올렸다. 장민수는 서구권이 운영 싸움에서 밀렸다고 복기했다.
“동양권 팀들에 피지컬이 밀린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요. 오히려 운영에 대해서 많이 배웠어요. 하지만 여전히 LCK 팀들에 비해 숙련도가 낮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운영 능력을 개선해야 한다고 절실하게 느꼈고요. 아쉽고 분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제가 부족해서 진 건데…. 피지컬이 다가 아니더라고요. 돌아가서 공부할 게 많겠어요.”
C9은 저니맨이 정착할 첫 둥지가 될 수 있을까? 그는 C9과 북미의 구세주가 될 수 있을까? 장민수는 이곳저곳을 떠돌면서 가치를 증명하지 못했던 본인을 믿어주고, 충분한 기회를 준 팀에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저는 사실 이 팀에서도, 저 팀에서도 적응 못 했던 선수거든요. 그런 저를 받아주고, 믿어주고, 함께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노력해준 코치진과 팀원, 팬들에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당장 작년까지도 저는 아무도 믿지 못했어요. C9에 온 뒤로는 어떻게 해야 팀원들에게 보답하고, 팬들을 즐겁게 해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됐어요. 생각해보면 그건 제 프로게이머로서의 초심이기도 했습니다. 그게 제 발전의 원동력이 됐던 것 같습니다.”
이번엔 아쉽게 퇴장하지만, 장민수는 올가을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을 통해 북미의 저력을 재차 입증하겠다고 다짐했다. 마침 올해 롤드컵은 그의 고향이기도 한 한국에서 열린다. 그는 이곳에서 고국이 아닌 북미의 명예를 드높이는 게 목표다.
“전 정말 솔직하게 북미가 약한 지역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다음엔 선수들이 반드시 결과로 보여드릴 테니, 팬분들도 저희를 조금만 더 믿고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런던=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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