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도 한복판을 무법 야영지로 만든 건설노조의 폭거
1박2일 집회로 시민들 교통·보행 극심한 고통
노조 기득권 위한 정치투쟁에 시민 공감 없어
시위는 공감·공분·동조를 끌어내기 위한 행위다. 억울한 사정과 자신의 주장을 널리 알리기 위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어제와 그제 서울 도심에서 진행된 민주노총 건설노조 시위는 본질적 목적 달성에 실패했다. 연이틀에 걸쳐 서울 중심부 교통에 극심한 혼란을 야기하고, 밤에는 서울광장 주변 집단 노숙으로 시민을 불편하게 했다. 꽉 막힌 길의 차 안에서 애태운 사람, 노조원이 차지한 인도를 어렵사리 뚫고 지나간 사람들에게 노조 주장에 귀를 기울일 마음이 생겼겠는가. 응원은커녕 속으로 욕이나 하지 않았으면 다행일 터다.
건설노조의 1박2일 집회는 불법이었다. 경찰은 퇴근길 교통 혼잡 방지와 보행자 안전을 위해 그제 오후 5시 이후의 집회는 불허했다. 그러나 노조는 막무가내로 강행했다. 서울시청 인근 곳곳에서 노숙이 이뤄졌다. 당연히 쓰레기와 용변 처리 문제가 생겼다. 2.5t 트럭 40대분의 쓰레기가 나왔고, 술판과 방뇨의 흔적이 낭자했다. 국가 수도의 한복판에서 벌어진 일이다. 출근길 행인은 어제 그 어지러운 현장을 지나쳐야만 했다. 노조는 단체 도심 비박으로 뜨거운 결의를 드러냈다고 자부할지 모르겠으나 무질서와 혼란의 크기만큼 일반 시민의 마음에서 멀어져 갔을 뿐이다.
건설노조 주장은 정부가 자신들을 탄압하고 있다는 것이다. 건설 현장의 불법 행위에 대한 검찰과 경찰의 수사에 수상한 의도가 있다는 주장이다. 검경은 건설 현장에서의 비노조원 채용 방해, 불법적 비용 요구, 뒷돈을 노린 업무방해, 약점을 이용한 갈취 등을 수사해 왔다. 200일 특별단속에 866건이 적발됐다. 다수의 노조 간부가 기소됐다. 조직폭력배 수준의 범죄행위(공갈·협박·폭행)가 드러나기도 했다. 정당한 노조 활동을 문제 삼은 게 아니었다. 관행처럼 내려온 노조 횡포를 근절해 정상적인 건설산업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취지였다. 건설노조가 이를 정치적 탄압이라고 주장하며 길을 막고 도심을 점령한 모습은 불법적 기득권을 지키려는 몸부림으로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민주노총이 시민 불편에 아랑곳하지 않고 무리한 시위를 이어가는 것은 그들의 목표가 대중 설득이 아니라 정권 흔들기라는 것을 증명한다. 어제 집회에 이른바 진보단체 간부들이 다수 참여했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왔다. 사실상 정치투쟁이다. 이들은 거리에 일반 시민이 몰려나와 정권 퇴진을 요구했던 과거를 떠올리며 목소리를 높였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금단현상을 겪는 약물 중독자처럼 틈만 나면 거리로 나오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을 자신의 세력으로 이용하려는 정치인이 있다. 이런 현상이 우리 사회의 고질병으로 굳어 간다. 이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상식적 시민의 힘뿐이다. 명분 없는 시위에 “노(No)!”라고 분명히 얘기해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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