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서 공개처형 본 뒤 탈북 결심"…탈북여성이 전한 北 실상
17일(현지시간) 국제인권단체들이 매년 개최하는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한 제네바 정상회의' 행사에서 북한을 떠나기까지 겪었던 고초와 잊힐 수 없는 인권 현실을 전한 탈북여성의 증언이 나왔다.
탈북한 모친의 헌신 끝에 온갖 위기를 헤치고 북한에서 탈출한 한송미(30)씨는 이날 스위스 제네바 국제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탈북한 배경과 과정을 설명했다.
어린 시절 한씨의 모친은 남편으로부터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떠났고, 한씨는 이모 집에서 기약 없이 기다렸다고 한다. 한씨에 따르면 모친이 브로커를 통해 자신의 탈출을 시도하려고 했지만 '중국에 가면 어딘가로 팔려 가거나 장기를 적출당할 수 있다'는 이모의 말에 쉽게 브로커를 따를 수 없었다고 했다.
다만 15살 당시 동네에서 한 여성이 공개 처형당하는 모습을 접하곤 한씨는 북한에 미래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한씨는 바로 브로커에 연락해 탈북을 결심했고, 탈북 경로인 중국으로 향하는 기차를 타고 두만강을 건넜다. 강을 건너던 중 국경경비대가 총을 쏘기도 했지만, 무사히 중국에 도착했다. 중국과 라오스, 태국을 거쳐 2011년 한국에 도착했다.
이후 한씨는 6년 만에 모친과 재회했다. 그는 "엄마가 일기장을 보여줬다"며 "엄마는 중국인 남성의 아내로 팔려 갔고, 한국으로 도주한 뒤 저를 구출하기 위해 돈을 벌었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한씨의 연설은 '프리덤스피커즈인터내셔널(FSI)'이라는 비정부기구의 도움으로 성사됐다. 세계 각국의 인권과 민주주의 현실을 논의하는 이 행사는 올해로 15회째다. 북한 인권은 행사에서 빼놓지 않고 다루는 주제이지만 2018년부터 작년까지는 한국 국적의 탈북민이 연단에 오르지 못했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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