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 무너진 검단아파트…LH 전관특혜가 부실 불렀나
지난달 29일 발생한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주차장 붕괴 사고의 원인을 놓고 건설 업계가 시끄럽다. 시공사인 GS건설은 지난 9일 “자체조사 결과 30여 곳에서 철근이 누락됐다”며 시공사 잘못을 인정했다.
하지만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16일 “GS건설이 건설 현장 83개소를 자체 점검할 예정인데, 철근을 빼먹으며 부실 공사한 GS건설의 점검 결과를 믿을 수 없다”며 “만약 철근을 빼거나 하는 문제들에 대해 합당하지 않은 이유로 뭉갰다면 최고의 조처를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건설산업기본법상 가장 강력한 제재는 건설업 등록말소다.
건설 업계와 연관 업계에서는 이번 사고 원인에 대해 부실시공 문제가 가장 크지만, 설계와 감리 부실 등도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이번 현장의 설계 및 감리는 모두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근무한 이력이 있는 이른바 ‘전관’이 옮겨간 업체가 수주했다”며 “전관 특혜가 붕괴 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해당 아파트 발주청은 LH이며 시공은 GS건설이 맡았다.
경실련에 따르면 설계는 수의 계약 방식으로 계약 금액 50억5000만원에 U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가, 감리는 종합심사낙찰제 방식으로 M종합건축사사무소가 123억원에 수주했다. 경실련은 두 업체 모두 LH 고위직을 거친 전관을 영입했다는 점과 수의 계약과 수주 로비 방식으로 비판받아온 종합심사낙찰제로 낙찰자가 가려진 경우라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관 특혜로 일을 따낸 설계 업체가 꼼꼼하지 않게 설계했고, 설계나 시공상 문제가 있을 때 이를 까다롭게 관리·감독해야 하는 감리 기능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고가 난 곳에서는 70%가량의 철근(전단보강근)이 설계상 누락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감리를 맡은 M종합건축사사무소 측은 “업계 특성상 LH 출신 기술직들이 회사에 있긴 하지만 2018년 이후 LH 출신이 영업 활동에 참여한 적은 없다”며 “영업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관 특혜라는 건 말이 안 된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건설 업계에서는 “LH 출신이 특정 회사에 있는 것 자체가 회사 측에 유리한 영업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M종합건축사무소 관계자는 "사고 아파트는 공동도급으로 수주한 현장이며, 크게 1블록과 2블록으로 나뉘어 있는데, 우리가 주로 맡은 건 2블록 검측업무였다"며 "붕괴가 일어난 지점의 검측은 공동도급사인 G사가 담당했다"고 설명했다.
LH도 경실련 주장에 대해 "관련 법령에 따라 설계·감리용역을 선정하고 있으며, 업체선정 과정에 위법·부당행위는 없었다"며 "건축설계용역은 관련 법령에 따라 설계안에 대한 공모(경쟁)를 통해 당선 업체를 선정하고 있어 일반적인 수의계약이 아니고, 종합심사낙찰제 역시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업체를 낙찰자로 선정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라고 해명했다.
사고 이후 LH와 GS건설은 설계 책임을 두고도 엇갈린 주장을 내놓으며 공방을 벌이고 있다. LH는 그동안 이 사업장이 “시공책임형CM(건설사업관리) 방식으로 시공사가 자체 기술 등을 설계 단계부터 반영하는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GS건설 측은 “붕괴했다는 것은 구조 계산상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시공책임형CM 방식이라도 시공사가 구조 계산을 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신영철 경실련 국책사업단장은 “이번 사고의 경우 부실시공 문제가 크지만, 설계·감리 과정에서의 부실도 간과할 수 없다”며 “LH가 이들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전관 특혜 등의 의혹이 불거진 만큼 이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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