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가입 안해도 탈퇴해도 해고”… 공공부문 단협 37% 위법

나상현 2023. 5. 18. 00: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A공공기관 노사는 단체협약을 통해 노조 가입 대상이 되는 직원이 노조에 가입하지 않거나 노조를 탈퇴할 경우 해고하도록 규정했다. 노동관계법 위반 사안이다. B공공기관 노사는 노조 간부가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더라도 ‘조합활동으로 인한 경우’라면 퇴직·해고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단체협약에 담았다. 고용노동부는 이를 불합리한 단체협약 사례로 소개했다.

고용노동부가 공무원·교원·공공기관 등 공공부문 노동조합이 체결한 단체협약을 분석한 결과 479곳 중 37.4%에 달하는 179곳의 단체협약이 법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135곳(28.2%)은 법 위반은 아니지만 ▶노조에 대한 불공정한 특혜 ▶기관의 인사·경영권 침해 등 공정과 상식에 맞지 않는 불합리한 단협을 맺고 있었다. 최근 송파구청 단체협약과 전국공무원노조 규약 등에서 불법·부당 관행이 드러나면서 이뤄진 고용부 조사에서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공부문은 업무에 있어 공공성 및 신분 보장, 국민의 세금 지원 등으로 높은 수준의 책임성·도덕성·민주성이 요구된다”며 “공공부문 노사 관계는 노사 간의 담합 등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면 그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과 청년들에게 전가된다”고 밝혔다.

공공부문 단체협약은 법·지침·명령 등 관계 법령을 위반하는 단체협약을 맺어선 안 된다. 하지만 이번에 조사된 기관들은 ▶법령보다 우선적으로 단체협약의 효력을 인정하거나 ▶정책 결정 및 임용권 행사 등 교섭사항이 아닌 내용을 규정하거나 ▶단체협약 불이행을 이유로 한 쟁의행위를 인정하거나 ▶특정 노조만을 유일한 교섭단체로 인정하는 등의 대체협약을 맺고 있었다. C공무원노조는 구조조정·조직개편 등을 이유로 정원 축소 금지 조항을 넣고 인사위원회에 노조의 추천 외부 인사 포함 규정도 담았다.

노조 자체 규약이 불법인 경우도 있었다. 한 공무원노조는 노조 탈퇴를 시도하는 조합원의 권한을 위원장이 직권으로 정지할 수 있다는 내용을 규약에 담았다. 법적으로 문제는 안 되지만 노조에 대한 지나친 특혜가 담긴 불합리한 단체협약도 다수 확인됐다. 한 교원노조의 단체협약은 학부모를 대상으로 노조 선전물 배포 등 노조 홍보활동을 보장하고 있었다. 또 다른 공공기관 노조는 ‘노조 전임자의 조합활동에 대해 불법·합법을 가리지 않고 간섭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단체협약에 담았다. 이 외에도 ▶국가 예산으로 노조 사무실 운영비 지원 ▶노조활동 방해 우려가 있는 경우 채용 금지 등의 행태가 나타났다. 고용부는 시정명령을 내릴 계획이다.

노동계는 반발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노사관계 기본원리를 무시한 노조 때리기식 단체협약 시정명령을 중단하라”고 밝혔다. 이정식 장관은 이런 주장에 대해 “민간부문은 얼마든지 (법보다) 우월한, 더 좋은 조건의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지만 공공부문은 다르다”며 “공무원노조법에서 교섭해선 안 되는 사항에 대해 명확하게 법에 규정돼 있다. 국회나 지방자치단체·지방의회의 권한을 제한할 소지도 있다”고 말했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