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광주의 진실 그렸다…‘아시아의 레미제라블’
창작뮤지컬 ‘광주’가 16~21일 광주 빛고을시민문화회관에서 공연한다. 2020년 초연 이후 네 번째 시즌이다. 1980년 5월의 광주를 담은 ‘광주’는 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앞둔 2019년 광주문화재단이 민주화운동의 상징 곡 ‘임을 위한 행진곡’의 대중화·세계화 사업 일환으로 기획했다. 지난해 10월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현지 캐스팅으로 쇼케이스를 올려, 현지 언론과 전문가에 기립박수를 받으며 ‘아시아의 레미제라블’로 평가받았다. 고선웅 연출과 제작진을 16일 공연장에서 만났다.
‘광주’는 야학교사 윤이건(김찬호)과 음악사 주인(김수) 등 독재에 맞선 광주 시민의 이야기와 광주 출신 계엄군 편의대원(김진욱)이 시민들 편에 서게 되는 과정을 함께 그렸다. 진상규명 과정에서 드러난 계엄군의 헬기 사격, 시민 사살 등의 정황도 옮겼다.
초연 당시 광주시민보다 계엄군 비중이 크다는 비판이 많아 편의대원 캐릭터를 광주 출신으로 바꾸고, 음악과 극의 균형을 가다듬었다. “광주를 발판삼아 국가안전을 도모하고…” “무력진압의 명분만 주고 빠지는 거 아니었습니까?” 등 계엄군의 대사도 나온다. 극 중 시민으로 위장한 계엄군의 무기 탈취 제안에 광주 시민들은 오히려 “같은 시민끼리 총부리를 겨누냐” “우린 전쟁 안 한다”고 거절한다.
고 연출은 “춤추고 노래하고 사랑하는 장면을 감상하며 자연스럽게 광주의 진실도 알아주면 하는 마음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란 가사의 ‘임을 위한 행진곡’이 극 전체에 깔려 있다. 창작 오페라 ‘1945’ 등의 작곡가 최우정 서울대 교수가 ‘임을 위한 행진곡’ 작곡가 김종률의 또 다른 곡 ‘검은 리본 달았지’와 ‘애국가’ ‘훌라훌라’ 등 당시 민주화 운동에 쓰인 노래들을 포함해 37곡을 무대에 올렸다. 30명의 출연진이 광주의 그날을 노래하는 군무 장면이 강렬하다.
편의대원의 신분이 초반부터 드러나 있는 데다, 역사적 흐름을 고스란히 따라가 극의 긴장감은 적은 편이다. 대신 시민들의 평범한 일상이 무너지는 과정 묘사가 섬세하다. 시위대가 총탄에 쓰러지는 모습은 동작을 멈추는 식으로 절제해 표현했다. 죽어 무표정해진 얼굴 옆에 영상으로 표현한 둥근 총탄 자국들이 광주 전일빌딩 등 당시 총격의 상흔을 연상시킨다.
2018 평창 동계 패럴림픽 개·폐회식 연출을 맡았던 고 연출은 연극 ‘푸르른 날에’ ‘나는 광주에 없었다’ 등 5·18민주화운동 소재 작품을 이미 선보인 바 있다. 그는 ‘광주’에 대해 “감정 토로를 최대한 억제했다. 사실을 전하고 진실을 말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광주’는 2020년 초연 이래 서울·광주·부산·전주·세종에서 공연하며 한국뮤지컬어워즈 창작 부문 프로듀서상 등을 수상했다. 2021년 서울 LG아트센터 재연, 지난해 예술의전당 삼연했고, 2021년부터 일본 TV 방송 ‘위성극장’을 통해 일본 전역에 방송됐다.
올해는 광주에서만 공연한다. ‘광주’의 유희성 예술감독은 “세계적 뮤지컬 ‘캣츠’ ‘레미제라블’도 몇 년간 수정·보완하면서 완성됐다. 뮤지컬 ‘광주’도 서사와 음악 모든 부분이 계속 좋아진다. 민·관이 협의해 시작한 것처럼 세계적 문화 콘텐트로 발전시킬 방법을 함께 찾으면 좋겠다”고 했다.
광주=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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