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28일만에 나타나 정찰위성 시찰…G7 앞 관심 끌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8일간의 ‘잠적’을 깨고 군사정찰위성 1호기와 관련한 행동계획을 승인했다. 지난달 18일 김정은이 국가우주개발국을 방문해 군사정찰위성을 “계획된 시일 안에 발사할 것”을 주문한 데 이어 한 달 만에 나온 것이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17일 김정은이 전날 위성발사준비위원회를 방문해 “총조립상태 점검과 우주환경시험을 최종적으로 마치고 탑재 준비가 완료된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돌아봤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은 이 자리에서 위성 준비와 관련한 “차후 행동계획”까지 승인했다. 해당 계획은 위성 발사를 의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의 주장에 따르면 군사정찰위성 1호기는 지난달에 제작이 완성된 상태였고, 이제 운반 발사체(로켓)에 ‘탑재 준비’까지 완료된 상태로 파악된다. 특히 북한은 한 달 전과 달리 이번엔 위성 실물까지 공개했다.
김정은은 “군사정찰위성을 성공적으로 발사하는 것은 조성된 국가의 안전 환경으로부터 출발한 절박한 요구”라며 “미제와 남조선 괴뢰 악당들의 반공화국 대결 책동이 발악적으로 가증될수록 이를 철저히 억제하고 국가를 수호하기 위한 우리의 주권과 정당방위권이 당당히 더욱 공세적으로 행사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은 지난달 국가우주개발국 방문에 이어 이번에도 딸 김주애와 동행했다. 김정은이 핵·미사일과 같은 핵심 도발 수단 못지않게 정찰위성에 관심을 쏟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군사정찰위성 보유는 김정은이 2021년 8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국방 분야 5대 핵심 과제 중 하나이기 때문에 위성 발사에 실패할 경우 김정은의 리더십에 부담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미국의소리(VOA)는 이날 민간 위성사진 서비스 ‘플래닛 랩스’가 지난 16일 동창리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을 분석해 “로켓을 최종 장착하는 역할을 하는 이동식 조립 건물이 과거 해체 전 모습으로 복구됐다”고 전했다.
북한이 군사정찰위성의 발사 준비를 마쳤다고 주장한 이날은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를 이틀 앞둔 시점이다. 한·미·일 등 주요국 정상이 일본 히로시마에 집결하기에 앞서 공개 활동을 재개한 것은 긴장 수위를 높여 한반도 주도권이 자신들에게 있음을 강조하고 국제사회의 이목을 끌기 위한 목적일 수 있다.
북한은 아직 관련 국제기구에 위성 발사 관련 정보를 통보하지 않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국제해사기구(IMO), 국제전기통신연합(ITU) 및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북측으로부터 관련 통보를 받은 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2016년 광명성 4호를 비롯해 과거 위성 발사라고 주장할 때마다 IMO 등에 발사 예정 기간과 추진체 낙하 예상 지점을 사전 통보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실제 발사는 위성을 탑재한 로켓을 조립하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리느냐에 달려 있다”며 “인공위성이 발사체와 조립되기까지 3~5주 정도가 소요되므로 최소한 6월 중순 이후에 기술적으로 발사가 가능한 상태가 된다”고 말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김정은이 직접 예고했던 발사 시점을 보름 이상 늦추면서까지 발사 시기를 조절한 것은 그간 발사 성공과 관련한 시행착오 등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김정은이 오랜 잠행 끝에 정찰위성 발사 지시를 내리며 공개석상에 나타난 것은 위성의 완성도와 성공 가능성에 대한 진전된 조치를 확인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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