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수원역 사건 ‘엄벌 호소’ 통했나…검찰 구형 변경
피해자 지인 “이번에도 처벌 피할 뻔…정말 소름 돋는다”
이른바 ‘수원역 폭행 살인 사건’의 가해자가 최근 마약 밀수 혐의로 항소심 재판 중인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검찰이 선고를 하루 앞둔 17일 일부 낮췄던 구형량을 1심과 같은 30년형으로 변경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성하지 않는 가해자들을 엄벌해 달라’며 수원역 사건 피해자의 지인 A씨가 과거 사연을 공론화하면서 엄중한 처벌을 요구하는 여론이 높아진 상황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수원역 폭행 살인 사건 가해자인 B씨와 C 씨의 마약 밀매 사건 항소심을 맡고 있는 서울고검은 이날 재판부에 구형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18일로 예정된 항소심 선고 전날 제출된 구형 의견서에는 앞선 항소심에서 이들에 대한 구형량을 낮췄던 검찰이 의견서에 다시 1심 구형량과 같은 30년형으로 변경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앞서 A씨는 “1심에서 검사가 징역 30년형을 구형했지만 판사는 징역 12년형을 선고했고, 2심에서는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와 대형로펌을 선임하더니 검찰 구형이 15년형으로 깎였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며 비판 여론이 확산하자 검찰도 내부적으로 사건을 다시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도 항소심에서 구형량을 낮춘 점은 시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같은 범죄 조직 내에서 형이 확정된 다른 피고인들의 형량을 전체적으로 고려하다 보니 항소심에서 일부 구형량을 낮춘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 다만 “1심에서 30년형을 구형했던 수사팀으로부터 추가 의견을 받아 양형 인자를 보강해 다시 구형량을 30년형으로 늘렸다”고 밝혔다.
피고인들에게 엄벌을 내려달라고 요구했던 피해자의 지인 A씨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검찰의 구형량 변경에 대해 “이 사건이 이슈가 되지 않았다면 그대로 구형이 줄어들어 가해자들은 11년 전에 이어 이번에도 강력한 처벌을 피했을 것”이라면서 “정말 소름이 돋는다”고 말했다. 그는 “가해자들이 판사 출신, 검사 출신 등 화려한 이력의 변호인들을 선임한 것을 보면서 결국 ‘유전무죄’라는 생각이 들었다”고도 덧붙였다.
피고인들이 과거 저질렀던 ‘수원역 폭행 살인 사건’은 지난 2012년 발생한 사건이다. 당시 미성년자였던 가해자 일행이 20대들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했다. 이 사건으로 피해자 1명이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가해자들은 1심에서 각각 징역 10년, 8년, 5년을 선고받았으나 미성년자인 점 등이 참작돼 항소심에서 형량이 반으로 줄었다.
하지만 피고인 중 일부가 최근 마약 밀수 혐의로 다시 재판을 받게 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A씨는 지난 14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피해자는 사건 당일 사망했고 그 여동생마저 자살로 생을 마감했기에 피해자의 노모를 대신하여 글을 작성한다”며 이번 재판에 관한 관심을 촉구했다.
A씨는 “가해자 무리 중 몇몇이 필로폰 9㎏을 밀수한 혐의로 구속됐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며 “가해자들이 부디 이번에는 엄벌을 받기 바라는 마음에 재판까지 직접 참관했다”고 밝혔다.
특히 가해자들의 반성하지 않는 태도가 공분을 자아냈다. 가해자들은 출소 뒤 떳떳하게 SNS에 단체 사진을 올리며 ‘역경을 이겨낸 놈들아 사랑한다’라는 문구를 적기도 했다. 이들이 언급한 ‘역경’은 교도소 수감 생활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A씨는 “제 지인의 죽음이 저들에겐 고작 역경이라는 이름의 추억팔이로 전락했다는 것에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건 이후 제 지인과 지인의 가족들은 지옥과도 같은 삶을 살 수밖에 없었다”면서 “하지만 가해자들은 도리어 피해자에게 전화해 ‘우리가 죽인 거냐, 니 친구가 XX거지’라고 조롱하고 모욕했다”며 울분을 터뜨리기도 했다. 과거 가해자들과 피해자가 나눈 통화 녹취 파일도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상태다.
또 피해자의 친여동생도 충격을 이기지 못한 채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덧붙였다. A씨는 “제 지인의 가족은 송두리째 (삶이) 무너졌는데 가해자들은 레커 사무실, 삼겹살집을 운영하며 떳떳하게 잘 살아가더라”면서 “세상이 너무 원망스러웠다”고 말했다.
A씨는 탄원서를 통해 “피고인들은 수많은 범죄를 저지르며 범죄 이후에도 행복한 시간을 보냈지만, 그 사건의 피해자들은 아직도 씻을 수 없는 상처들로 인해 괴로운 밤을 지새우고 있다”며 “부디 죄지은 사람들이 합당한 벌을 받을 수 있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과거 사건으로 피해자들이 끔찍한 상황에 놓여있었다는 점을 뒤늦게 알게 됐다”며 “다만 항소심 구형량이 줄어든 부분에 유력 변호인의 영향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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