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찾은 트러스 전 영국총리 연설에 中 "한물간 정치인" 비난
리즈 트러스 전 영국 총리가 대만을 방문해 고위 당국자들을 만나고, 서방의 대만 지지를 촉구하는 연설을 했다. 트러스는 마거릿 대처 이후 전직 영국 총리로는 27년 만에 대만을 찾았으며, 이에 대해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트러스는 현직 하원의원이기도 하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러스 전 총리는 전날 대만에 도착해 닷새 동안의 일정을 시작했다. 그는 17일 수도 타이베이에서 '대만: 자유와 민주주의의 최전선에서'라는 제목의 연설을 하고 대만 정부 고위 관계자들, 정·재계·학계 인사들과 만났다.
트러스 전 총리는 이날 대만 프로스펙트 재단에서 연설하며 "서방국가들은 민주적으로 통치되는 대만에 확고한 지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중국의 침략에 직면한 대만과 같은 곳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며 "'경제 나토'를 발전시켜 자유와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국가들이 연대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중국에 대해선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는 "중국은 지배력을 얻고 군사력을 확보하기 위해 경제력을 쓰려 한다"며 "우리는 중국을 달래고 수용하든지 갈등을 막기 위해 지금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서방에는 기후변화와 같은 문제에 대해 중국과 협력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너무 많지만, 자유와 민주주의가 없다면 다른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쓴소리를 했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의 회담 여부는 아직 공식 발표된 바 없으나, 관례에 비춰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외신의 분석이다.
대(對)중국 강경파인 트러스 전 총리는 지난해 9월 취임했지만 대규모 감세안으로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렸단 비판을 받으며 49일 만에 낙마했다.
중국은 즉각 비난하고 나섰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트러스를 두고 "한물간 정치인"이라 깎아내리며 "그는 대만 문제로 존재감을 과시하며 정치적 사리사욕을 챙기려 한다"고 몰아붙였다. 또 "영국에서도 트러스의 대만 방문이 '인스타그램 외교'란 비판이 나온다"며 "대만은 영국 역사상 가장 단명한 총리의 비위를 맞추고 있다"고 비판했다. "외부 세력과 결탁해 도발하는 (대만의) 시도는 반드시 실패로 끝날 것"이라 압박하면서다.
주영 중국대사관 역시 전날 홈페이지에 성명을 내고 "위험한 정치쇼이며 영국에 위해를 가할 것"이라고 트러스 전 총리의 대만 방문을 비판했다.
이로 인해, 그렇지 않아도 최근 멀어지고 있던 영국과 중국의 관계가 더 나빠질 수 있단 우려가 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영국과 중국 간 관계가 수십 년 만에 최악인 상황에서 트러스의 이번 연설은 양국 관계를 더 나쁘게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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