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서로 사랑하면 함께 살고, 서로 싸우면 함께 죽는다(도산 안창호)

홍원식 2023. 5. 17.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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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인 5월 ‘국가는 물론 인간 존재의 목적도 ‘사랑’에 있다’고 설파한 도산 안창호 선생과 백범 김구 선생의 유지가 평소보다 더 큰 울림으로 와 닿는다. 남북한 할 것 없이 ‘행복추구권과 생명권 사각지대’에서 신음하고 있는 동포들에게 있어 ‘상대적 빈곤과 절망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는 터라 동포 간의 화합과 사랑으로 응축되는 백범과 도산의 정신, 곧 ‘백산 정신’의 실천적 확산이 절실히 요청되기 때문이다.

“서로 ‘사랑’하면 함께 살고, 서로 싸우면 함께 죽는다!” 일본의 폭압 아래 있으면서도 사상과 이념 또는 지역적 연고를 기반으로 갈등하고 반목하던 동포들을 향한 안창호 선생의 애끓는 호소이다. ‘동포 간의 사랑이 최고의 애국!’이라는 도산 선생의 ‘애국적 사랑’은 ‘하나님 사랑과 이웃사랑의 유기적 일체’를 강조해 온 언더우드 선교사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질시와 증오는 많고 동포 간의 사랑이 부족함에 대해 늘 애통해하던 안창호 선생께서는 ‘민족개조론’과 함께 ‘서로 미소짓기 운동’을 펼치신 바 있다. “갓난아이의 ‘방그레’, 늙은이의 ‘벙그레’, 젊은이의 ‘빙그레’, 이 모두 얼마나 아름답고 행복한 표정인가”라며 도산 선생께서 펼친 ‘동포 간의 사랑’ 운동은 ‘국민 분열로 인한 국민 불행과 그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는 국민 서로 간의 ‘사랑’이 답임을 시공을 초월해 논증하고 있다.

이봉창·윤봉길 의거를 기획·지휘해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일제로부터는 당대 최고 수준의 현상금이 걸렸던 백범 선생은 항일독립투사, 민족지도자로서의 강한 이미지에 가려 ‘리얼 크리스천’으로서의 그의 삶은 널리 알려 있지 않다. 백범 선생은 치하포 의거(1896)로 사형수가 되어 죽을 위기에서 구사일생한 뒤, 20대 후반 기독교에 귀의해 교회를 중심으로 열성적인 교육운동을 펼쳤다.

당시 교회학교에서 반주하던 안신호 여사(안창호 선생의 여동생)와 약혼을 했다가 비록 결혼에 이르지는 못했으나 백범 선생은 안창호 선생과는 처남과 매제 이상으로 각별한 유대를 가졌다. 임정 내무총장(행안부장관)이던 안창호 선생은 청사 문지기를 자원하며 고사하는 백범 선생을 초대 경무국장(경찰청장)에 기용해 국가주석으로 갈 수 있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두 사람을 묶어준 것은 ‘믿음’(롬 1:17)이었다.

“인류가 불행한 근본적 이유는 ‘인의(人義)’와 ‘사랑’의 부족 때문이다”
로마서 8장 31절을 친필 휘호로 써서 품고 항일애국 운동을 하다 해방을 맞아 환국한 뒤에는 요한복음 12장 24절을 유언(활천 230호, 1946)으로 남긴바 있는 김구 성도께서 남긴 유지이다. 그는 유언대로 3년 뒤 고아들을 위한 장학금 봉투와 함께 전달할 편지들을 쓰던 중 안두희가 쏜 흉탄에 맞아 순국했다.

‘나는 굶어도 자식만은 먹이고 싶은 부모의 심정’ 북한이라고 다를까….
어버이날이던 지난 8일 어버이날 효도 잔치를 준비한 밥퍼나눔운동본부(공동설립자 최일도·김연수) 마당에는 새벽부터 수도권 각지에서 어르신들께서 모여들었다. 공간이 부족할 정도로 광장 안이 가득 차서 광장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 분들은 식사순서를 기다리며 긴 줄을 이루었다. 다른 이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도착한 일부 중증 장애인들은 관할 지자체의 건축 불허로 휠체어용 화장실이 없어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

‘밥퍼’는 노령층이나 노숙자들만 오는 곳이 아니다. “배고파 밥 줘”라고 소리를 지르며 땅바닥에 주저앉곤 하는 정신지체를 가진 10대 딸을 데리고 온 50대 초반의 여인은 딸을 챙기느라 식사를 하지 못했다. 자신의 나이를 의식해서인지 끝내 자기 식판은 타러 오지 않았다. 줄을 서서 밀려오는 분들의 식판을 채워 드리다 보니 그 모녀에게 밥상 하나를 더 가져다주지 못한 것이 못내 후회스럽다.

‘나는 굶어도 자식만은 먹이고 싶은 부모의 심정’ 북한이라고 다를까…. ‘UN 인권보고서’에 의하면 북한은 전 인민의 40% 이상이 극심한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산 화학비료 투하로 농토들이 만성적으로 산성화되어 현 상태로선 생산량 증대를 기대할 수 없다. 먹거리 부족으로 인한 식량 보급중단의 대상은 북한에 억류된 선교사들을 비롯한 피랍자, 장애인, 독거노인, 그리고 고아들일 수밖에 없다.

군사력과 생산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인민들부터 먹거리 보급을 중단하는 것은 유물론에 입각한 체제에서는 ‘구구법 같은 공식’임은 중국 건국(1949.10.1) 직후 10년 동안 모택동의 실정(失政)으로 500만 명 이상이 굶주림과 폭력에 시달리다 참담하게 죽어가야 했던 ‘마오의 대기근’의 역사가 여실히 증명한다(홍원식, 성수수자 마오쩌둥, p.229).

상대적 권리인 ‘생존권’과 달리 ‘절대적 천부인권’인 ‘생명권’
생명줄인 먹거리의 절대량 미달사태가 구조화되고 있는 북한에 피랍되어있는 남한 동포들(22년 12월 말 기준 북한에 억류된 납북자는 516명으로 추정:통일부, 2023 북한인권보고서)과 장애인들과 고아들은 식량난에 처한 북한에서 생명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들의 생명에 대한 헌법적 의무는 물론 인류 보편적 가치의 수호를 위해서도 방치되어서는 안 될 중차대한 문제다.

사회복지 개념이 결합하는 ‘생활권적 기본권(사회권)’인 생존권(헌법 제31∼36조)과 달리 천부적 인권인 생명권(초실정법적인 천부인권이라 헌법 조문에 없음)은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보장되어야 하는 절대적 인권이다(홍원식, 통일헌법학개론:e-book, p.510∼511).

대한민국 헌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헌법상 영토고권 내(한반도와 부속도서: 헌법 제3조)에 거주 중인 북한 동포들의 생명권 보장 의무가 현시점에서는 대한민국에 있다. 북한에서 생명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동포들이 식량난으로 굶주림에 고통받는 것을 방치하는 것은 서해에서 어업지도직 공무원을 방치해 북한군 총격을 받아 죽게 한 것과 같은 위헌위법행위이다.

위의 헌법 해석상 현 정부는 ‘북한인권보고서’를 통한 북한 동포들의 인권 실상의 공개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북한지역 거주 국민의 생명권 보장을 위한 헌법상 책무 이행을 위한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헌법상 생명권 보장의 목적임과 동시에 국가 존립의 목적인 인간 존엄과 행복(헌법 제10조)은 국민 각자의 삶에서 개별적으로 발현되지 않는다면 그림의 떡에 불과하게 된다. 그림의 떡으로는 허기진 배를 채울 수 없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사에 의하면 북한은 올해도 150만톤의 식량이 부족하다.

극심하고 만성화된 식량난으로 생명권 사각지대에 있는 동포들의 삶이 위태로운 상황임에도 북한에 곡물을 직접 주는 것은 UN의 북한 제재와 맞물리고 퍼주기 논란을 불러올 수 있어 한계가 있다. 이러한 논란에 휩싸이지 않고 북한 동포들은 물론 북한에 억류된 국민의 식량난 해소책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북한 동포들과 피랍 국민의 생명권이 달린 ‘포전담당책임제’
북한의 농장법 개정으로 북한 동포들은 물론 생명권 사각지대에 있는 위기 동포들의 식량난을 해소할 수 있는 활로가 보인다. 북한이 ‘포전담당책임제(포전제:농장법 제5조)’를 협동농장 경영원칙으로 법제화했기 때문이다.

기계적인 집단생산과 분배가 아니라 2∼7인의 농부들이 ‘담당 포전(농토)’의 생산량 중 일정 비율을 분배받게 되었다. 토지와 농기계 등의 사회협동단체 소유를 인정하고 있는 북한(북한헌법 제28조)이 수확을 한 농민들은 더 많은 배당을 받도록 법으로 보장(농장법 제26∼27조)해 농작물 수확량 증진을 도모하기 위한 ‘농작물 생산 성과급제’를 도입한 것이다.

외화난으로 곡물 수입이 여의치 않아 자체 곡물 생산량 증대가 절실한 북한은 포전제의 성패에 전체 인민의 생존권과 피랍국민들을 위시한 ‘생명권 사각지대’ 동포들의 ‘생명권’이 달린 상황이다. 이 ‘포전제’의 성패는 생산량이 좌우한다. 음식물쓰레기 등이 원료가 되는 유기질비료가 없는 북한은 화학비료에 의존하고 있어 농토들이 갈수록 산성화되어 생산량이 감축될 수밖에 없는 빈곤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포전제’가 생산량 증대를 위한 획기적 대책임에도 ‘지력 저하’라는 구조적 한계 속에 여전할 수밖에 없는 식량난은 북한에 억류된 피랍자들과 정치범, 장애인, 독거노인 및 고아들의 ‘생명권’을 더욱 위태롭게 하고 있다. 모든 땅의 지력을 향상할 수 있는 유기질비료를 ‘천부적 생명권 보장’이라는 헌법적 책무의 준행 차원에서 북한에 긴급히 보급해야 하는 이유이다.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노력은 헌법상 책무
기획재정부 승인 ‘공익법인’인 (사)국민통합비전이 통일부로부터 남북회담승인(북한주민접촉승인)을 받아 통일의 선행조건인 ‘통합’을 위한 존중문화 확산 운동(상임의장: 이필상 전 고려대 총장·최일도 다일공동체 대표)의 일환으로 ‘유기질비료 북한 보급운동’을 민간 차원에서 먼저 전개하게 된 배경이 여기에 있다.

민간 차원에서 유기질비료 북한 보급을 매개로 윤석열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간의 ‘통 큰 정상회담’이 조속히 열리기를 소망한다. ‘평화통일을 위한 직무수행 의무(헌법 제66조)’을 성실히 준행할 것임을 대통령 취임 시 국민 앞에서 선서(헌법 제69조)한 바 있는 만큼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노력은 헌법상 책무이기도 하다.

한편, 북한은 2019년 8월 29일 헌법개정(헌법 제100조 및 104조)을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북한 인민의 국가 원수로 반포하였음을 직시한다. 이전에는 초헌법적 존재로 경제난 등으로 인한 국정 실패의 책임을 내각이나 총리에게 전가할 수 있었지만, 헌법 개정으로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 인민의 생존권은 물론 생명권을 보장해야 할 헌법상 최고 책임자가 되었음을 주목하는 것이다(북한헌법 제1조).

‘국민(인민)의 생명권 보장’을 위한 유기질비료 북한 보급 운동이 해내외 동포들을 모두 아우르며 범민족적으로 전개될 수 있도록 남북한의 두 정상이 헌법상 책무 준행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성원해 줄 것을 기대한다. 생명권은 국경과 국적을 따지지 않는 ‘자연권’인 만큼 해외동포들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는 유기질비료 북한 보급 운동에 다른 국가 지도자들과 외국인들도 동참하게 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일관되게 북한 동포들에 대한 ‘탈정치적 인도지원’을 공언한 바 있으니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유기질비료 북한 보급에 적극적으로 호응한다면 경색된 남북관계를 돌파해갈 획기적 계기가 될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2만여 구성원들을 필두로 종교·시민사회단체와 세계 각국 한인회 동포들이 합심하여 유기질비료 북한 보급을 위해 나서서 굶주림으로 고통받는 동포들도 살리고 ‘민족 대통합’에 이어 동아시아 평화 시대를 열 수 있는 적기다.

남북 정상과 해내외 동포들이 사표로 삼아야 할 ‘백산 정신’
“동포 간의 화합이 새로운 독립운동이다. 인류가 불행한 근본적 이유는 ‘사랑’의 부족 때문이다” 열악한 환경에서 공부를 시작한 고아들에게 전해줄 장학금과 편지를 쓰던 중에 흉탄에 맞아 순국한 백범 선생의 피맺힌 유훈이다. “‘모든 행복’은 인류가 ‘화목함’에서 나오고 ‘화목’은 ‘사랑’에서 나옵니다.” 안창호 선생께서 독립운동을 하다 대전감옥에 있던 중(1933) 아내인 이혜련 여사에게 보낸 편지 일부이다.

북한은 핵을 무기 삼고 남한은 경제력을 앞세워 서로 ‘화합과 사랑’을 배격한 채 싸우다 보면 결국 자멸의 길로 가게 됨은 역사가 토인비(A. J. Toynbee)가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명저를 통해 논증한 역사법칙이다. 도산 선생과 백범 선생은 토인비보다 앞서 이 역사법칙을 통찰했기에 ‘동포 간의 화합과 사랑’이 공존공영의 첩경임을 목숨을 걸고 설파했다.

독일통일 과정에서 명명백백하게 입증되었듯 평화통일을 위한 절대적 선행조건이 백범과 도산의 정신, 곧 ‘백산 정신’이기도 한 사랑과 화합이다. 민족의 사활이 달린 ‘백산 정신’의 실천 차원의 유기질비료 북한 보급 운동이 범민족적 운동으로 펼쳐질 수 있도록 남북한 두 정상이 각자의 ‘헌법상 긴급 책무’을 자원해 준행해 주기를 하늘을 우러러 날마다 간구해야 하는 절박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스승의 주간’이 있는 5월, 남북 정상과 해내외 동포들이 사표로 삼아야 할 ‘백산 정신’의 요체인 사랑과 화합은 구호성 ‘명사’가 아니라 ‘최고의 진리’가 농축된 ‘생동하는 동사’이다. 백범 선생과 도산 선생의 사표인 언더우드 선교사는 ‘하나님 사랑과 이웃사랑이 유기적 일체’이며 이것이 예수가 남긴 최고 최상의 진리(마 22:37∼40)임을 설파했다. “영혼 없는 몸이 죽은 것 같이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것이다”라는 성구(약 2:26)에 의하면 ‘사랑의 준행 없는 통일’은 구원의 문에서 버림받는 성경적 불법행위(마7:23)다.

유기질비료 북한 보급 운동에 한 포대라도 동참함으로써 먼저 하나님 나라(롬 14:17)의 결정체인 ‘사랑’을 선행할 때 평화통일시대는 하나님이 열어 주심이 성경원리이다. 이 진리(마 6:33)를 독일인들은 치열하게 준행(부단한 인도지원과 교류협력)을 통해 바라는 것(평화통일)을 현실로 누리는 쾌거(하 11:1)를 거둔 뒤 세계적 강국이 되었음(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회고록, 피스메이커, 584~587쪽)을 만시지탄이지만 직시하자.

홍원식 박사(국민통합비전 이사장, 통일교육위원)

홍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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