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새만금 ‘2차 영토대전’… 군산-김제, 신항·동서도로 관할 분쟁

김용권 2023. 5. 17.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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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개발·행정구역 기준 될 ‘노른자 땅’
2010년 ‘1차 대전’ 이어 치열한 힘겨루기
분쟁조정위 결정 내려도 소송전 불보듯
전북 군산시와 김제시가 새만금 신항과 새만금 동서도로 관할권을 놓고 분쟁중이다. 사진은 방조제에서 시작된 새만금 동서도로. 새만금개발청 제공


서울 여의도 면적의 140배(409㎢). 아직 허허벌판이지만 전북은 물론 대한민국의 미래의 땅으로 평가받고 있는 새만금. 새만금 내 중요시설의 관할권을 놓고 인근 지자체들이 또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새로운 영토를 차지하기 위한 ‘2차 대전’이다.

이번엔 군산시와 김제시가 맞대결하고 있다. 대상은 새만금 신항과 새만금 동서도로다. 두 지자체는 이 기간시설을 차지하기 위해 반 년 넘게 대립하고 있다. 새만금 신항은 2호 방조제 앞 해상에 조성 중이다. 2040년까지 5만t급 9개 선석(船席)이 인공섬 형태로 조성된다. 동서도로는 신항만~김제시 진봉면을 잇는 4차선 국도(16.47㎞)다. 2020년 11월 개통됐다.


두 지자체가 이들 시설을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 이유는 모두 ‘노른자위’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향후 인근 행정구역 결정의 기준점이 될 것이라는 판단도 있다. 신항은 대중국 수출기지와 동북아 물류 허브항 최적지로 손꼽힌다. 인근에 국제수변도시 등 새만금의 중심시설이 대거 들어선다. 동서도로는 향후 수변도시 관할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새만금 인근 군산시와 김제시, 부안군 등 3개 시군은 2010년 ‘1차 대전’을 치렀다. 세계 최장 새만금 방조제(33.9㎞)를 두고 벌인 한판 승부였다. 11년간의 치열한 다툼 끝에 대법원 판결로 1호 방조제는 부안군, 2호는 김제시 관할로 결정됐다. 3·4·5호 구간은 2013년 군산시 관할로 확정됐다.

다시 불거진 이번 분쟁에서도 군산과 김제시는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김제시와 김제시의회는 2호 방조제 관할권이 김제에 있는 만큼 코앞에 있는 신항은 당연히 김제시 관할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군산시와 군산시의회는 신항이 들어선 공유수면 관리권이 군산시에 있으니 군산시 관할이라고 맞서고 있다. 시의회는 ‘신항만’의 명칭을 ‘군산새만금신항만’으로 부르는 결의안도 채택했다.

현재 이 문제는 행정안전부 중앙분쟁조정위원회에 올라가 있다. 중앙분쟁조정위는 지난 2월과 4월 ‘새만금 동서도로 및 신항만 방파제 관할권 결정’에 대한 심의를 두 차례 가졌다. 3월엔 현장실사도 실시했다. 다음 달 15일 3차 회의가 예정돼 있다.

두 지역은 시의회를 중심으로 새만금신항걷기대회(군산)와 환경정화활동(김제) 등을 통해 대국민 여론전을 펴가고 있다. 대치가 심해지면서 표현도 거칠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전북도의 새만금 특별지자체 설립에 비상등이 켜졌다. 전북도는 새만금과 주변 3개 시군이 기능적으로 협력하는 별도의 지자체 설치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양측의 극심한 갈등에 난감해 하고 있다. 지역에서 3개 시·군을 통합하자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으나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상태다.

중앙분쟁조정위의 결정이 언제 나올지는 불투명하다. 여기에 결과에 불복한 지자체가 소송전까지 진행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더욱이 내부 개발이 본격화하면서 새로 돋아질 땅이나 시설을 둘러싸고 또 다른 관할권 다툼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김영일 군산시의회 의장
“공유수면 120년간 관리해와… 김제가 또 우긴다”


"김제시는 얼토당토 않는 주장을 즉각 중단해야 합니다. 협업해 새만금 공동개발을 논의하는 게 맞습니다."

김영일(사진) 전북 군산시의회 의장은 17일 인터뷰에서 "새만금 신항과 동서도로의 관할권은 당연히 군산시에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 의장은 "새만금 신항이 조성되는 공유수면에 대한 점·사용 허가, 어업 면허, 불법어업 단속 등을 군산시가 120년동안 예산을 들여 진행해 왔다"며 "김제시의 주장은 인근 지자체를 공멸시키고 전북을 분열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만금 특별자치단체'를 추진 중인 전북도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북도가 김제의 도발은 외면한 채 원론적인 통합만을 외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2호 방조제를 빼앗긴 억울함이 아직 남아 있는데 김제가 또 우기고 있다. 우리 땅을 추호도 넘겨줄 수 없다"며 "시민들과 똘똘 뭉쳐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강조했다.

김영자 김제시의회 의장
“법·원칙 따라 결정돼야… 도적떼 운운 묵과 못해”


"새만금 관할 판단은 법과 원칙에 따라야 합니다. 그리고 조속히 결정돼야 합니다."

김영자(사진) 김제시의회 의장은 17일 인터뷰에서 "새만금 신항과 새만금 동서도로의 관할권은 김제시로 귀속됨이 당연하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김 의장은 "군산시의 주장은 대법원 판결과 원칙을 무시하는 일"이라며 "방조제 관련 판결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듯이 연접 관계와 행정 효율성, 매립지 주민 편의 등을 고려할 때 두 시설의 관할은 김제시로 결정되는 것이 합리적이고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특히 "지자체 간 갈등이 부각되는 게 부담스러워 최대한 맞대응을 자제해 왔다"면서도 "그러나 최근 군산시의회 의장이 '도적떼' 운운하며 우리를 비하했다.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망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불필요한 갈등은 일으키지 않는게 맞다고 생각하지만 정중히 사과하지 않으면 시민과 함께 강력하게 문제삼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주·군산·김제=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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