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 친모가 유산 40% 차지…故구하라 울린 '유류분' 헌재 올랐다
“불효자 양성법” (청구인 측 강인철 변호사)
“저성장 시대 공정성을 보장하는 제도” (법무부 측)
수십년간 교류가 없었던 자녀나 부모에게도 사망한 사람의 재산을 상속받을 권리가 있다고 본 ‘유류분(遺留分) 제도’가 다시 한번 헌법재판소 심판대에 올랐다. 헌재가 2010년에 이어 2013년에도 유류분 제도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지 10년 만이다.
유류분이란 사망한 사람의 의사와 관계없이 상속인이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유산 비율을 뜻한다. 1977년 만들어진 유류분 제도는 자녀와 배우자에게 법정상속분의 절반을, 부모와 형제자매(다른 가족이 모두 없을 경우)에겐 3분의 1을 유류분으로 보장해주고 있다. 주로 여성 배우자나 딸이 재산 상속에서 제외되곤 하던 당시, 이들의 상속권을 보장하기 위한 규정이었다. 여성의 경제 활동이 제한적이었던 만큼, 유산이 없으면 생활이 어려운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가족 모델 변화…재산 처분과 유언 자유 침해”
특히 유류분 제도 때문에 사망자의 유언이 지켜지지 않을 수 있고, 생전에 제3자가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재산을 나눠 받았어도 피상속인이 사망하면 이를 반환해야 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사유재산 처분의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청구인 측 참고인으로 나온 현소혜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증자는) 사망 순간 유류분권자에게 재산을 반환해야 하는 위험에 처한다. 반환 의무가 발생할 건지, 얼마를 줘야 하지 예측할 수조차 없는 문제가 생긴다”며 “피상속인이 살아있다면 누구도 주장 못 할 권리가 사망만으로 부활하는 건 매우 예외적으로 인정돼야 하는데도 민법은 지나치게 이를 규정하고 있다”고 했다. 배인구 변호사는 가출했던 친모가 사망 후 유산의 40%을 상속받았던 고 구하라 씨의 사례를 에둘러 언급하며 “살인 등 경우가 아닌, 부양을 않거나 학대해 유기하는 경우는 현재 상속 결격 사유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꼬집기도 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전국 법원에 접수된 유류분 청구 소송 건수는 2010년 452건에서 2020년 1511건으로 늘었다.
“상속인 최후의 수단…갈등 완충장치 역할”
헌재는 이날 김모(2019년 별세)씨와 유모(2017년 별세)씨의 상속인들이 제기한 헌법소원을 병합해 심리했다. 김씨는 생전 공익 목적의 장학재단을 설립해 재산을 유증했고, 유씨는 자녀가 아닌 며느리와 손자들에게 부동산을 증여한 뒤 세상을 떠났다. 이후 두 사람의 자녀들이 “우리 몫을 달라”며 소송을 제기하자 장학재단과 유씨의 며느리 등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두루 참작해서 결론을 내겠다”고 밝혔다.
헌재는 이미 두 차례 유류분 제도에 합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 헌재는 “유족들의 생존권 보호 및 상속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 보장과 법적 안정성이라는 공익을 입법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서 정당성을 수긍할 수 있다”며 유류분 제도가 재산권을 침해하거나 그로 인해 불합리한 차별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결정했다. 한편 법무부는 피상속인 형제자매의 유류권을 폐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민법 개정안을 지난해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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