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진료 내달부턴 재진 위주…감염병환자·거동불편자 초진허용

이지영 2023. 5. 17.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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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당·정 협의회. 연합뉴스


코로나19 기간 한시적으로 허용됐던 비대면진료가 내달부터 재진 환자 위주의 시범사업으로 진행된다.

17일 국민의힘과 보건복지부는 당정 협의회를 거쳐 이같은 내용의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의사가 환자를 직접 만나지 않고 전화나 화상을 통해 상담하고 약을 처방하는 비대면진료는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부터 의료기관 내 감염 방지를 위해 한시 허용됐다. 4월 말까지 3년여 간 1419만명 대상으로 3786만건의 비대면진료가 이뤄졌다.

6월 1일부터 코로나19 위기단계가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되면 비대면진료 한시 허용도 종료되기 때문에 정부는 제도화까지의 입법 공백을 메우기 위해 시범사업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내달부터 시행되는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은 지난 3년여 간의 한시 허용 비대면진료와 달리 대상 환자가 제한적이다.

지금까진 초진·재진 구분 없이 비대면진료를 이용할 수 있었으나 다음달부터는 해당 의료기관에서 해당 질환에 대해 1회 이상 대면 진료한 경험이 있는 경우로 한정된다.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의 경우 1년 이내, 기타 질환자는 30일 이내에 진료를 받은 경험이 있어야 한다.

다만 일부 대상의 경우 초진도 허용한다.

우선 코로나19·인플루엔자 등을 포함해 감염병예방법 상의 감염병 확진 환자는 확진 의료기관이 아닌 다른 의료기관에서 진료가 필요할 때 초진 비대면진료가 가능하다.

또 의료기관이 부족한 섬·벽지 환자, 65세 이상 노인이나 장애인 중 거동불편자도 대면진료 경험 없이도 이용할 수 있다. 거동불편자의 범위는 추가 논의를 거쳐 확정한다.

복지부는 당초 18세 미만 소아 환자의 경우 휴일과 야간(18시∼익일 9시)에는 초진 비대면진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당정 협의회 후 브리핑엔 이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

복지부는 “소아환자 야간, 공휴일 초진에 대해서는 (대상에서) 빠진 것은 아니고 추가 의견 수렴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소아 환자 초진을 허용하는 것을 놓고는 의료계 등에선 안전성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은 기본적으로 의원급 의료기관만 실시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1회 이상 대면 진료한 희귀질환자나 수술·치료 후 지속 관리가 필요한 환자의 경우 병원급에서도 할 수 있다.

수가(의료행위의 대가)의 경우 기본 진찰료와 약제비에 시범사업 관리료를 가산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진료 방식은 화상을 원칙으로 하되 스마트폰이 없는 경우 등에 한해 예외적으로 음성전화를 허용한다. 문자 메시지나 메신저로는 할 수 없다.

의사가 진료 후 발행한 처방전은 환자가 지정하는 약국으로 팩스나 이메일로 송부되며, 의약품은 환자와 약사가 협의하는 방식으로 전달되는데 본인 수령이나 보호자·지인 대리수령이 기본 원칙이다.

다만 거동이 불편한 노인·장애인, 감염병 확진자 등에 대해선 보완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비대면 초진 허용 대상에 한해 재택배송을 허용하는 방안도 거론했으나 이 역시 당정협의를 거친 후엔 추가 논의를 더 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한시 허용된 비대면진료에선 약 배송이 가능했으나, 약사단체 중심으로 시범사업의 약 배송 허용을 지속해서 반대해온 바 있다.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은 환자의 본인 여부와 대상자 여부를 사전에 확인해야 하며, 진료실 외의 공간에서 비대면진료를 해선 안 된다. 비대면진료 전담 의료기관이나 배달 전문 약국 등은 운영할 수 없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당정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당정협의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시범사업 범위와 방식은 국회에 지금 발의된 의료법 개정안에 준해 만들었다”며 “기존 비대면진료 3대 원칙 국민 건강 우선, 의료 접근성 제고. 환자의 선택권 존중 등 3가지를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정협의 이후는 물론 시범사업을 통해 다양한 의견 수렴을 거쳐 안전하고 발전적인 방안을 지속적으로 강구하겠다”며 “시범사업 중에는 대상 환자 범위, 초진 확대 여부, 수령 방식 등을 지속적으로 보완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시범적용을 위해서 8월 말까지 3개월간 계도 기간을 두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박 정책위의장은 의료법 개정을 추진하는 대신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이유로는 “입법이 안 돼서 공백이 생기는 기간을 없애기 위해 시범사업을 통해서라도 연장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도 “코로나19 단계가 하향조정되면 비대면 진료 자체가 불법화된다”며 “아직까지 제도화하기에 시간이 걸리고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국민에 대한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시범사업을 실시하게 된 것을 이해해달라”고 밝혔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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