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로 채운 9년… 그린 위 ‘선한 영향력’ 기대하세요
지난달 23일 경남 김해시 가야컨트리클럽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 우승자는 최은우(29) 프로였다.
2014년 KLPGA 정규 투어 입문 후 9년 만인 대회 참가 211번째 만에 이룬 우승이었다. 지난 8일 서울 모처에서 만난 최 프로는 생애 첫 우승 소감으로 “내가 잘해서 받은 결과가 아닌 하나님께 받은 선물이라고 생각한다”고 고백했다.
최 프로는 최종 라운드를 선두에 4타 뒤진 공동 4위로 출발했다. 이때만 해도 스스로 ‘1~2타 차이면 역전 가능성이 있지만 차이가 크니 TOP10으로 마무리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다 라운드 중반부터 정교한 퍼트로 무섭게 타수를 줄여나갔다. 우승보다 플레이에 집중한 결과 버디 6개를 몰아쳤다. 최종 라운드에서 6언더파 66타를 기록한 최 프로는 최종 합계 9언더파 207타로 정상에 올랐다.
이날 대회는 매년 4월이면 루키때부터 참가한 대회였다. 올해는 마침 최종 라운드 날이 아버지(최운철·62) 생신이었다. 투어 입문 후 매경기마다 동행하며 전적으로 도와준 아버지에게 최 프로는 그날 최고의 선물을 안겼다.
모태신앙으로 자란 최 프로는 초등학교 4학년 때 골프를 취미로 시작했다. 그러다 이모할머니의 지인 소개로 호주 골드코스트 지역에서 활동하는 이인중 코치를 알게 됐다. 그 후 5학년 4월 어학연수 차 잠깐 방문한 호주에서 골프 매력에 빠져 초중고교를 모두 호주에서 보냈다.
부모님과 떨어져 생활한 최 프로는 한인교회에 갈 수 있는 주일을 기다렸다. 그때 드린 두 가지 기도를 지금도 기억한다. 첫째는 골프를 잘 치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것. 둘째는 한국에 있는 부모님의 건강과 행복을 위한 것이었다.
2014년 건국대학교 골프지도학과에 입학한 최 프로는 KLPGA 3부 투어로 국내 활동을 시작했다. 그해 바로 2부 투어로 승격된 후 이듬해부터 1부 투어에서 활동했다. KLPGA 1부 투어에서 시합하려면 전 시즌 최종순위 60등 안에 들어야 한다. 2015년 루키때 극적으로 시즌 최종순위 60등을 기록한 최 프로는 안도의 눈물을 쏟았다.
이듬해 최고 성적 2등을 기록하며 현재까지 9년 동안 1부에서 자리를 지켰다. 1년 52주 중 시합이 있는 주는 30주이며, 일주일 중 시합은 4일동안 진행된다. 그렇게 최 프로는 20대를 치열하고 성실하게 공을 좇으며 채워나갔다.
시간이 쌓일수록 최 프로에게 두 가지 꼬리표가 붙었다. 꾸준히 잘 치는 선수 그리고 우승 기록이 없는 선수. 힘들 때면 최 프로는 유학 시절부터 지켜 온 QT를 하며 마음을 지켰다. 최 프로는 자신의 골프 달란트가 하나님이 주신 걸 알았다. 시합 일정이나 시합 성적에 얽매이지 않고 언제나 골프가 재밌고 좋았다. 그래서 직전 시합 성적은 잊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었다. 어느새 20대 후반이 되면서 같이 시작했던 동료들이 코치나 레슨으로 활동을 돌리는 것을 보면서 체력적인 부담 없이 시합에 참가하는 것 자체에 감사했다. 게다가 시합에서 경험 및 노하우가 쌓인 만큼 잘 준비되었으니 언젠가 우승 기회가 오겠지 싶었다. 그렇게 211번 도전한 끝에 드디어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오랜 시간 골프를 쳐온 만큼 축하 인사도 뜨거웠다. 축하 메시지에 답장하는데 1~2일이 걸릴 정도였다. 특히 시합으로 주일예배 참석이 어려웠던 출석교회(진관교회)에서 한 마음으로 기뻐해 주었다. 최 프로도 목사와 성도들의 오랜 기도와 응원에 보답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
그런데 관심이 주목되자 우승 후 열린 첫 경기에서 긴장한 나머지 1라운드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최 프로는 우승 후 한 번은 맞닥뜨릴 상황이라고 생각하며 다시 털고 일어서기로 했다.
“하나님께서 교만하지 말라고 말씀해주시는 것 같아요. 골프를 가장 잘 쳤던 3~4년 차에 손가락 부상으로 마음이 힘들었을 때 등수에 연연하기보다 골프선수로서 최선을 다하는 삶이 더 값진 것을 깨달았어요”
KLPGA 우승 선수는 향후 2년간 출전 기회를 보장받는다. 올해 20대를 마무리하는 최 프로는 30대에도 골프선수로 그린 위에 선다. 오래 기다린 우승의 꿈을 이룬 최 프로는 이제 다승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오래 활동하는 선수, 오래 기억되는 선수, 다른 선수들에게 희망이 되는 선수가 그의 바람이다.
박성희 객원기자 jong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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