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쿠터 타고 위스키 마시는 사제의 고군분투
[김형욱 기자]
바티칸 수석 구마사제 가브리엘 아모르트 신부는 열정적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1987년 6월 이탈리아 트로페아를 방문해 정신질환자인지 부마자인지 모를 이를 치료한다. 바티칸으로 돌아간 그는 위원회에서 추궁당하지만 자신의 보스는 교황뿐이라며 당당히 맞선다.
교황을 찾은 아모르트. 교황은 그에게 스페인 카스티야의 한 수도원으로 갈 것을 명한다. 미국의 어느 가족이 남편이자 아빠의 유산인 수도원을 리모델링해 비싸게 팔아 생계를 유지하고자 한다. 그런데 이 가족의 작은아이 헨리가 이상한 짓을 한다. 악마에 빙의된 듯하다. 젊은 신부 토마스가 있지만 할 수 있는 게 없다.
▲ 영화 <엑소시스트: 더 바티칸> 스틸 이미지. |
ⓒ 소니픽처스코리아 |
나름 볼 만한 엑소시즘 영화
1973년 작 <엑소시스트>는 최초의 메이저급 공포영화이자 역대 최고의 공포영화이자 영화사에 길이 남을 불멸의 걸작이다. 이후 50년 동안 '엑소시즘'을 다룬 모든 영화, 나아가 모든 콘텐츠가 이 영화의 자장 안에 있다고 할 수 있다.
2016년에 TV시리즈가 만들어졌고 2023년 하반기에 새로운 정식 영화 시리즈가 시작될 예정인 상황에서, '엑소시스트'의 이름을 빌린 영화가 한 편 나왔다. 묵직함이 풍기는 <엑소시스트: 더 바티칸>. 솔직히 주연 배우 '러셀 크로우'의 이름이 아니면 보지 않았을 것 같다.
<엑소시스트: 더 바티칸>은 여전히 메이저급 네임벨류인 러셀 크로우를 향한 믿음, B급 감성 물씬 풍기는 만듦새, 공포+미스터리+오락의 하이브리드 장르 등의 특징을 갖는다. 이중에서 하나라도 작동하지 않았다면 영화를 즐기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 말인즉슨 주지한 사항들이 적절하게 작동했기에 나름 볼 만했다고 할 수 있겠다.
가벼운 버디 무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러셀 크로우가 필모 최초로 공포영화에 출연해 맡은 인물 '가브리엘 아모르트 신부'는 실존 인물이다. 수석 구마사제에 임명된 후 30여 년 동안 10만 회 넘게 구마 의식을 행했다고 한다. <엑소시스트: 더 바티칸>은 그가 남긴 회고록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그가 실존인물이라는 점만 빼곤 사실상 모두 허구라고 한다.
영화의 소재는 알기 쉽게 드러나 있듯 엑소시즘이다. 무슨 짓을 얼마나 악랄하게 할지 모를 악령과 온갖 악령을 물리쳐 온 베테랑 사제의 사투를 그리곤 하는데, 이 영화는 조금 다른 결을 취한다. 선글라스를 낀 채 스쿠터를 타고 위스키와 농담을 즐기는 구마 사제, 그리고 그와 콤비를 이뤄 맡은 바 일을 충실히 해내는 보조 신부. 가벼운 버디 무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 속에서 헨리에게 빙의된 최강의 악마는 트라우마 공격을 감행한다. 누구나 나름의 죄를 짓고 괴로워하며 살 텐데, 바로 그 지점을 공략해 정신적으로 피폐해지게 하는 것이다. 자신으로부터 촉발된 트라우마는 누구도 쉽게 벗어날 수 없으니, 악마의 타깃이 되기에 적당하다 하겠다.
러셀 크로우에 의한, 러셀 크로우를 위한
이쯤에서 알 수 있듯 영화는 매우 고전적이다. 정확히 50년 된 <엑소시스트>만의 그것들을 오마주한다. 어떤 면에선 더 오래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와중에 극에 활력을 더하고 분위기를 띄우면서도 분위기를 다잡는다. 러셀 크로우는 묵직한 외모에 묵직한 목소리로 별다른 액션을 하지 않지만 화면을 채우며 좌중을 압도한다.
대부분이 정신질환자이며 악령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는가 하면, 바티칸이 오랫 동안 숨기고자 한 몇 백 년 전 종교재판의 실체를 밝혀야 한다고 말한다. 또, 진실은 은폐할 수 없고 결국 만천하에 드러나게 된다든지, 영화는 의외로 다양한 이야기를 마련해 놨다. 단순한 듯 다양하고 다양한 듯 어설픈 면이 있다. 공포 미스터리인 줄 알았는데 오락 영화로 급선회하기도 한다.
끝에 가선 속편의 여지를 다분히 드러낸다. 속편 개발 소식이 들려온다. 러셀 크로우가 여전히 활약할 예정이라고 한다.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했던, 이후 여정이 계속될 키아누 리브스의 <존 윅> 시리즈처럼 러셀 크로우의 <엑소시스트> 시리즈도 날아오를 수 있을까?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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