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만나고, 패키징랩 세우고…삼성, 日과 반도체 협력 확대
삼성전자가 일본에 첨단 반도체 시제품 라인을 구축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데 이어, 이번에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삼성전자 사장을 총리 관저에 초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두 나라 간 경제협력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일본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의 ‘반도체 협력’도 주목받는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기시다 총리가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DS부문장)과 류더인 TSMC 회장, 팻 갤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테크놀로지 CEO 등 세계 반도체 기업의 CEO들을 총리 관저에 18일 초청했다고 17일 보도했다. 이 자리에는 플랩 라저 어플라이드머트리얼즈 반도체 부문 CEO, 다리오 길 IBM 부사장, 벨기에 반도체 연구개발 기관인 imec의 막스 밀고리 부사장까지 총 7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일본 측에선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 기하라 세이지 관방부 장관이 나온다.
세계적 반도체 제조사부터 장비, 설계, 연구 기업·기관의 핵심 경영진이 정부 초청으로 한자리에 모이는 일은 이례적이다. 요리우리는 이 면담에 대해 “경제 안보 측면에서 반도체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일본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의도”라고 풀이했다.
일본은 1980년대 메모리 반도체 최강자였지만 이후 경쟁력이 떨어지며 이후 낸드플래시를 제외하고는 제조 경쟁력을 잃은 상태다. 현재는 도쿄일렉트론 등이 반도체 장비 시장을 이끌고 있으며, 소재·부품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엔 구마모토현에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TSMC의 공장을 유치하는 등 글로벌 업체와 협력을 늘리며 반도체 제조 ‘부활’을 꿈꾸고 있다. 이 신문은 인텔도 일본에 연구개발(R&D) 거점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도 300억 엔(약 3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반도체 연구 관련한 거점을 조성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삼성전자가 요코하마시에 2025년 가동을 목표로 시설 구축에 나설 것이며, 이미 일본 정부에 반도체 시설 보조금을 신청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삼성전자에 100억 엔(약 1000억원) 이상의 보조금을 지급할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일본과 협력을 늘리는 데는 일본이 강점을 가진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및 테스트) 분야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삼성은 일본에 ‘차세대패키징연구소’를 구축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이 점점 더 복잡해지기 때문에 수율(양품의 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패키징 공정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며 “관련 기술이 보유한 일본 소부장 업체와 손잡으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기대가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이번 투자는 한·일 정상회담 이후 양국 간 첫 반도체 공급망 공조 사례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다만 “20년 전부터 일본에서 연구소를 운영해 왔고, 여기에 연구 시설 조성을 검토하는 것”이라며 “보조금 수혜 등은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일경제인회의에서도 한국과 일본의 반도체 협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박정규 한양대 겸임교수는 ”미세화 공정에서 앞서가던 삼성전자 등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위기에 봉착했지만 패키징 기술로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며 “삼성전자는 일본의 기술이 필요할 것이고 일본도 (한국의) 미세공정이 필요할 것이기에 양국의 윈윈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한·일 경제인들은 회의를 마치면서 ‘격동하는 비즈니스 환경, 새로운 미래를 함께 창조’라는 주제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디지털ㆍ그린 등 신산업 분야 및 제3국 진출 등에서 적극 협력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를 활성화해 파트너십을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이번 회의는 16∼17일 양일간 열렸으며, 한국 측에서 164명, 일본 측에서 75명이 참가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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