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갈등'에 발목…中서 발 빼는 美 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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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의 대형 은행들이 중국 사업 축소에 나서고 있다.
중국 금융시장 개방 후 앞다퉈 현지 사업을 확대했지만 지난 3년 간 코로나19 봉쇄에 이어 미중 간 갈등 심화로 어려운 사업 환경에 직면했다.
홍콩대 경영대학원의 첸 지우 교수는 "월가 은행들은 오래 전부터 지정학적 위험을 고려했어야 한다"며 "향후 5년간 최상의 시나리오는 중국이 방향을 바꿔 진정한 개방 정책과 시장 개혁에 나섬으로써 사업 환경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가능성이 극히 낮은 시나리오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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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의 대형 은행들이 중국 사업 축소에 나서고 있다. 중국 금융시장 개방 후 앞다퉈 현지 사업을 확대했지만 지난 3년 간 코로나19 봉쇄에 이어 미중 간 갈등 심화로 어려운 사업 환경에 직면했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미중 갈등으로 인한 지정학적 환경 악화 등으로 올해 중국 사업 확장 계획을 축소하고 목표 이익을 낮춰잡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중국 내 사업 환경 변화로 향후 5개년 계획을 수정했다. 모건스탠리는 당분간 중국에 역내 중개업소를 짓지 않기로 하고, 파생상품과 선물에만 1조5000억 달러의 소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JP모건은 연초 중국 전담 인력을 감축한 경쟁사를 쫓아 추가 감원을 계획하고 있다. 앞서 골드만삭스는 중국 사업 확대를 목표로 직원수를 600명으로 두 배 늘렸지만 본토 인력을 다시 10% 넘게 감축한 바 있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이들 기업은 앞다퉈 중국 사업 확장에 나섰다. 중국이 2020년 적격 외국인 기관 투자자에게 파생상품 거래를 허용하는 등 금융시장 개방에 나서자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나선 것이다. 하지만 대규모 금융 개방 후 3년이 지난 지금 60조 달러 규모의 중국 금융시장에서 수익을 올리려는 꿈은 멀어졌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코로나19 봉쇄 후폭풍과 지정학적 긴장 고조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중국은 리오프닝(경제 재개방) 이후 금융 기술, 사교육, 부동산 등 전 부문에 걸쳐 경기 회복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회복세가 주춤하다. 지난달 소매판매, 산업생산 증가는 시장 예상을 밑돌았고, 청년(16~24세) 실업률도 20.4%로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미중 갈등은 장기적으로 더 큰 악재다.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 주식 거래 등이 줄어들면서 글로벌 주요 은행들의 자문료 및 수수료 등 수익이 감소하고 있다. 미중 긴장 관계가 고조되자 중국 기업의 뉴욕 주식시장 상장 행렬이 주춤한 것은 물론 페트로차이나 등 이미 상장된 기업들까지 상장이 폐지되는 실정이다. 해외 투자자의 중국 주식 거래 역시 2020년, 2021년 기준 각각 1200억 달러에서 2022년 190억 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중국의 해외 투자 역시 지난해 440억 달러로 2008년 이후 최저치로 감소했다. 이에 따라 JP모건,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중국 주식에 대한 노출 비중을 2022년 480억 달러로 전년 대비 16% 가량 축소했다.
이 밖에 중국 본토 기업이 그간 외국 금융사와의 합작사 설립 경험을 통해 금융 노하우를 이식받으면서 해외 금융기관의 경쟁력이 약화됐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월가 경영진들은 (미중) 긴장이 반복적으로 점화되면서 (양국이) 좋은 관계를 지속하기가 어렵다고 말한다"며 "미국 대선이 다가옴에 따라 (미중 관계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은행들은 신용과 시장 리스크에 대해 더 엄격해지고 있다"며 "그들은 미국의 (대중) 제재로 고객들이 잠재적으로 올가미에 걸려들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도 끊임없이 던지고 있다. 중국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은행일수록 중국에 대해 더 비관적이다"라고 덧붙였다.
홍콩대 경영대학원의 첸 지우 교수는 "월가 은행들은 오래 전부터 지정학적 위험을 고려했어야 한다"며 "향후 5년간 최상의 시나리오는 중국이 방향을 바꿔 진정한 개방 정책과 시장 개혁에 나섬으로써 사업 환경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가능성이 극히 낮은 시나리오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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