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탄사 부른 이대호 280m 장타…추성훈은 쇼트게임 달인?
“아마추어가 이렇게 치면 반칙인데요?”
타석에서 장타를 펑펑 날리던 홈런왕의 드라이버 비거리는 얼마나 나올까. 링에서 날렵한 움직임으로 상대를 제압하던 파이터의 쇼트게임 능력은 어떨까. 한국을 대표하는 스포츠 스타들이 풍문으로만 전해지던 깜짝 골프 실력을 뽐냈다.
프로야구 홈런왕 출신의 이대호(41)와 격투계의 살아있는 전설 추성훈(48)이 각자의 홈그라운드를 잠시 떠나 5월의 초록빛 필드로 모였다. 숨은 골프 마니아들이 함께한 무대는 17일 제주도 서귀포시 핀크스 골프장에서 열린 SK텔레콤 채리티 오픈. 한국 골프를 대표하는 최경주와 박지은, 박상현, 최나연, 김하늘, 김비오가 동참한 채리티 오픈은 18일 개막하는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 SK텔레콤 오픈의 사전 이벤트다. 총상금 5000만 원이 걸린 스킨스 게임으로 이 금액은 모두 선수들의 이름으로 기부돼 발달장애 골퍼들이 출전하는 SK텔레콤 어댑티브 오픈을 위해 쓰인다.
골프 구력 15년차의 이대호는 이날 호쾌한 장타를 뽐냈다. 경기를 앞두고 먼저 찾은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250m 거리의 망을 훌쩍 넘기는 티샷으로 이름값을 발휘했다. 곁에서 이를 지켜보던 김하늘이 “아마추어가 이렇게 치면 반칙이다. 나는 은퇴한 지 1년 반이 넘어서 캐리 180m가 겨우 나오는데 지금 이대호 선수는 280m가 찍힌다”고 웃으며 핀잔을 줄 정도였다.
그러자 이대호는 “원래 슬라이스가 나는데 오늘은 희한하게 공이 똑바로 간다”고 미소를 지었다. 반면 연습장에서 만난 추성훈의 표정은 그리 밝지 못했다. 긴장한 탓인지 공이 두껍게 맞으면서 잔디만 움푹움푹 패였다. 근심 어린 얼굴로 “원래 이 정도는 아니다”고 되뇌던 추성훈은 그래도 최나연의 원포인트 레슨을 받고는 이내 제 실력을 찾았다.
스킨스 게임은 2명씩 총 4조를 이뤄 진행됐다. 최나연-김하늘이 박상현-김비오와 먼저 출발했고, 최경주-추성훈과 박지은-이대호가 뒤를 따랐다. 이대호는 경기 전 ‘AI 최경주’가 있는 스크린골프 부스에서 막바지 연습도 소화했다. 참가자가 샷을 하면 AI가 최경주의 얼굴과 목소리로 스윙의 문제점을 분석해준다. 이대호에겐 “어드레스가 너무 오른쪽으로 치우쳐져 있다”는 지적이 뒤따라 이를 지켜보는 이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이처럼 티오프를 앞두고 걱정이 태산이던 스포츠계 후배들과 인사를 나눈 최경주는 “긴장하지 말고 즐겨라. 어차피 몇 홀 돌면 어떤 점이 문제인지 바로 파악이 가능하니까 내가 잘 봐주겠다”고 이대호와 추성훈을 격려했다.
경기는 이대호의 힘찬 티샷으로 시작됐다. 아마추어인 점을 감안해 레이디티에서 드라이버를 잡았지만, 먼 거리의 페어웨이 한복판을 지켜 큰 박수를 받았다. 추성훈도 밀리지 않았다. 1번 홀에서 연이어 멋진 벙커샷을 보여줬다. 또, 5m짜리 보기 퍼트를 성공시킨 뒤 2번 홀에서도 까다로운 옆라이 내리막 퍼트를 컵 옆으로 붙여 동반자들로부터 “쇼트게임이 보통이 아니다”는 칭찬을 들었다.
경기 후 만난 추성훈은 “힘이 많이 들어가서인지 그렇게 운동을 해도 생기지 않던 손가락 물집이 잡혔다. 그래도 프로님들과 치면서 정말 많이 배웠다”고 소감을 이야기했다. 이어 “다음에는 이 멤버들과 격투기를 하고 싶다”는 농담으로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이대호 역시 “프로님들과 함께해 정말 영광이었다. 옆에서 플레이를 보면서 왜 이분들이 대단한 선수인지 새삼 느꼈다”면서 “골프는 사람을 겸손하게 만든다. 부족한 점이 많았지만, 다음에도 이렇게 의미 있는 이벤트가 있으면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제주=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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