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과 웨이브, 이번엔 진짜로 살림 합칠까?
펜데믹의 수혜를 가장 크게 입은 OTT 업계가 엔데믹 이후 꾸준한 위기설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OTT 서비스를 쓰지 않는 사람이 드물 정도지만, 그래서 오히려 가입자 수의 반등 가능성은 낮습니다. 이제 OTT를 써 볼 만큼 써 본 사람들이 서비스의 질을 엄격하게 평가하며 업체를 옮겨 다니고 있는데요. OTT 서비스 업체들은 늘어났습니다. 치열했던 파이 싸움이 더 치열해진 거죠.
이런 상황에서 올 초 티빙이 KT의 시즌을 품으며 한국 OTT 서비스 2위로 올라섰지만, 무려 1000억 원대의 적자가 났습니다. 티빙에 밀려 업계 3위가 된 웨이브도 마찬가지로 적자가 1000억원 대입니다. 모두가 양질의 오리지널 콘텐츠가 답이라는 걸 알고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했지만, 피를 흘린 만큼 보람은 없었습니다. 여기에 부동의 세계 1위 OTT 넷플릭스가 특히 한국 콘텐츠에 천문학적 자본을 쏟아 붓고 있는 터라 투자 금액으로도 토종 OTT는 밀립니다. 왓챠는 말 할 것도 없는 상황이고요.
가입자들은 가입자들대로 OTT 업체들이 늘어난 형국에 묵은 불만이 있습니다. 각 업체들은 자신들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독점 공개하는 방식으로 유료 가입자 수 증대를 노리기 때문이죠. 적어도 토종 OTT 만이라도 통합해 부담을 줄여 달라는 요구는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특히 이미 한 번 갈라졌던 전력이 있는 2위와 3위, 티빙과 웨이브의 통합을 원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만일 두 업체가 합친다면 지상파와 CJ, JTBC 프로그램을 모두 볼 수 있게 될 테니까요.
통합 이야기가 수 차례 나오기도 했지만, 늘 논의 단계에도 이르지 못한 채였습니다. 그러나 시국이 시국인 만큼, 티빙과 웨이브가 다시 관련 협상을 시작한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한국경제는 16일 "OTT 사업의 대규모 적자가 계속되자 (티빙과 웨이브의) 대주주 CJ ENM과 SK스퀘어가 다시 협상장으로 나왔다"라고 전했습니다. 이유는 예상대로 대규모 만성 적자를 감내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입니다.
매체에 따르면 CJ ENM은 내부에서 적자 폭이 가장 큰 티빙의 체질 개선이 시급하고, SK스퀘어는 내년까지 기업공개(IPO)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투자금에 수익률까지 쳐서 돌려줘야 합니다. 출혈을 감당하면서까지 버틸 수 있는 기간이 길지 않다는 뜻입니다. 통합의 장점은 분명합니다. 2, 3위 다툼 탓에 생긴 공격적 투자 분위기가 안정되고 새 유료 가입자를 끌어 올 명분이 생기죠. 해외 서비스 강화를 위해서도 하나 보다는 둘이 낫겠고요. 두 업체가 이번에야말로 합의점에 도달할 수 있을지, 아니면 다시 각자도생을 택할 지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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