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폭' 피해자 , 경기도와 부산시는 달랐다

윤종열 2023. 5. 17. 17:2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기도, 선감학원 피해자에 지자체 최초 '생계비 지원'…타 시도 80여명 경기도로 이주
부산 형제복지원 피해자, '생계비'등 경제지원 대책 요구…광안대교에 올라 고공 농성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지난해 10월 안산시 단원구에 있는 선감학원 사건 추모비를 살펴보고 있다. ⓒ

국가 공권력 피해 당사자들에 대한 국가 차원의 실질적인 지원책이 없는 가운데 경기도와 부산시의 각각 국가 공권력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에 차이가 있어 주목된다.


경기도 안산시에 있는 선감학원 사건은 국가정책에 따라 일제 강점기인 1942년부터 1982년까지 부랑아 교화라는 명분 아래 4700여명의 소년들에게 강제 노역, 구타, 영양실조, 가혹행위를 가하는 등 인권을 유린한 사건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지난해 10월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선감학원' 사건을 ‘공권력에 의한 아동 인권 침해’로 결론 내자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경기도지사로서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함께 다각적인 피해자 지원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도는 진상 규명 결정 다음 달인 지난해 11월에 ‘선감학원 사건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조례’ 개정 작업에 들어가 위로금 등의 지급 규정을 명확히 하고 3개월만인 올해 1월 지자체 최초로 국가 폭력 피해자에 대한 지원금을 신속하게 결정했다.


도는 생활 안정지원금 월 20만원, 위로금 500만원, 경기도의료원 연 500만원 한도 의료서비스 지원, 도내 상급종합병원 연 200만원 한도 의료 실비 등을 지원한다.


현재까지 접수한 피해자는 159명으로 이 중 타 시도에서 경기도로 이주한 피해자도 80여명에 달한다.


경기도 조례로 도민만이 지원을 받을 수 있어 선감학원 피해자들이 경기도로 이주한 것과 관련해서 김 지사는 “(신청자가) 더 늘어나서 예산이 부족하면 방법이 없어도 할 테니까 다(경기도로) 오셨으면 좋겠다. 만약 모르면 (지원사업을) 알려드리고 가족들에게 혹시 폐가 되거나 부끄러워서 안 하시는 분들도 떳떳하게 얘기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드리자”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지난해 10월 페북 글에서 “오래전 관선 도지사 시절 일이지만 경기도지사로서 희생자와 유가족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라며, “대한민국의 인권 회복을 위해 경기도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적었다


도는 올해 선감학원 사건 피해 지원 대책으로 피해자 위로금과 의료 실비 지원을 포함해 선감학원 사건 추모비 설치와 추모문화제 지원 등에 14억2000만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 선감학원 피해자에 대한 경기도 지원 현황>

경기도 제공ⓒ

이에 반해 부산시의 경우는 지난해 8월 진실화해위원회의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 규명 결정 이후 지금까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형제복지원 피해자 최승우씨가 14일 부산 광안대교 상판 옆 난간부에서 형제복지원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생계비 지원 등을 요구하며 고공 농성을 벌였다.


최씨는 "정부는 진실화해위원회에서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해 국가 폭력이라고 인정하고 1차·2차·결정문까지 피해생존자분들께 보냈다"며 "그리고 부산시장에게 권고까지 했지만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들에게 실질적 지원은 제대로 된 게 없었다"고 말했다.


부산시에서 접수한 형제복지원 피해자는 480명으로 시가 지난해 11월부터 지원한 금전적 대책은 의료비 1인당 500만원이 유일하다.


최씨는 "형제복지원 생존자 다수는 10대 전후에 시설로 끌려가 교육 받을 기회를 박탈 당했기 때문에 지금도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이가 많다"며 "부산이 인권 도시로 거듭나려면 국가폭력 피해자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경일 사회복지연대 사무국장은 "부산시가 경기도보다 먼저 형제복지원 피해당사자들에게 지원해줄 수 있는 '부산광역시 형제복지원사건 등 피해자 명예회복 및 지원에 관한 조례' 를 2019년 4월에 제정했는데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지원책 없이 방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이 경기도 지원 사례를 들며 생계비 지원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 관계자는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이 생계비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며 "부산시도 생계비 지원에 공감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지급 금액, 지급 시기 등 예산 문제가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은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당시 전국 최대 규모의 부랑인 수용시설에서 정권에 의해 일어난 인권유린, 국가폭력, 학살 사건이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최악의 학살 사건 중 하나로 꼽힌다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