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적 깬 김정은, 군사위성 발사 준비 지시…'히로시마 G7' 노렸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8일 간의 '잠적'을 깨고 군사정찰위성 1호기와 관련한 행동계획을 승인했다. 지난달 18일 김정은이 국가우주개발국을 방문해 군사정찰위성을 "계획된 시일 안에 발사할 것"을 주문한 데 이어 한 달 만에 나온 사실상의 '발사 준비' 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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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만에 "탑재 준비 완료"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17일 김정은이 전날 위성발사준비위원회(이하 위성준비위)를 방문해 "(위성의)총조립상태 점검과 우주 환경시험을 최종적으로 마치고 탑재 준비가 완료된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돌아봤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은 이 자리에서 위성 준비와 관련한 "차후 행동계획"까지 승인했다. 해당 계획은 실제 위성발사를 의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의 주장에 따르면 군사정찰위성 1호기는 지난달에 '제작 완성된 상태'였고, 이제 운반 발사체(로켓)에 '탑재 준비'까지 완료된 상태로 파악된다. 특히 북한은 한 달 전과 달리 이번엔 위성의 실물까지 공개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발사체의 제작이 완료되었고 지금부터 위성탑재 및 단 결합을 진행할 수 있는 상태라면 앞으로 3주 정도면 실제 발사를 위한 준비를 마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다만 "김정은이 직접 전면에 나선만큼 북한은 기술적으로 완벽히 성공을 확신할수 있는 조건에서 기상상황이나 정치적 여건 등을 고려해 발사일을 결정할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북한이 김정은이 직접 예고했던 발사 시점을 보름 이상 늦추면서까지 발사 시기를 조절한 것은 그간 발사 성공과 관련한 시행착오 등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김정은이 오랜 잠행 끝에 정찰위성 발사 지시를 내리며 공개석상에 나타난 것은 위성의 완성도와 성공 가능성에 대한 진전된 조치를 확인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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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집결' 시점 노렸나
김정은이 한 달 가까이 이어진 잠행을 깬 시점 역시 정치적 성격이 강하다.
북한이 군사정찰위성의 발사 준비를 마쳤다고 주장한 이날은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를 이틀 앞둔 시점이다. 한·미·일을 비롯한 주요국 정상이 일본 히로시마에 집결하기에 앞서 공개활동을 재개한 것은 긴장 수위를 높여 한반도에서의 주도권이 자신들에게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한편 국제사회의 이목을 끌기 위한 다목적 포석일 가능성이 있다.
실제 김정은은 이날 "군사정찰위성을 성공적으로 발사하는 것은 조성된 국가의 안전 환경으로부터 출발한 절박한 요구"라며 "미제와 남조선 괴뢰 악당들의 반공화국 대결 책동이 발악적으로 가증될수록 이를 철저히 억제하고 국가를 수호하기 위한 우리의 주권과 정당방위권 당당히 더욱 공세적으로 행사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G7 정상회담을 불과 이틀 앞두고 군사정찰위성의 실물을 공개한 것은 분명한 대외적 메시지의 성격이 강하다"며 "특히 김정은의 반복된 지시에도 불구하고 한 달 가까이 발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과 관련한 대내외의 의구심을 불식시키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北정찰위성 언제 쏘나?
일각에선 북한이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한·미·일 정상회담이 예정된 오는 21일을 전후해 위성을 발사할 거란 관측도 나온다. 실제 정찰위성을 발사할 유력한 장소로 꼽히는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선 증·개축 공사가 이어지는 모습이 위성에 포착되기도 했다.
미국의소리(VOA)는 이날 민간 위성사진 서비스 '플래닛 랩스'가 지난 16일 동창리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을 분석해 "로켓을 최종 장착하는 역할을 하는 이동식 조립 건물이 과거 해체 전 모습으로 복구됐다"고 보도했다. 북한 전문매체인 '38노스'도 지난 14일(현지시간) 서해위성발사장 겐트리타워(발사대) 근처에 기존 발사대(65m)보다 높은 약 90m 높이의 새로운 타워크레인이 설치됐다고 전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발사체의 기술적 측면을 고려하면 위성의 탑재준비가 완료된 이후에도 실제 발사까지 최소 한 달 정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관측을 내놨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실제 발사는 위성을 탑재한 로켓을 조립하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리냐에 달려 있다"며 "인공위성이 발사체와 조립되기까지 3~5주 정도가 소요되므로 최소한 6월 중순 이후에 기술적으로 발사가 가능한 상태가 된다"고 말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도 "위성체 완성 이후에도 발사까지 최소 3~5주가량의 시간이 소요된다"며 "최대한 빠르게 정상적으로 진행된다면 6월 초·중순 정도 발사 준비가 완료될 수 있고, 중간 점검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더 미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북한은 아직 관련 국제기구에 위성발사 관련 정보를 통보하지 않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국제해사기구(IMO), 국제전기통신연합(ITU) 및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북측으로부터 관련 통보를 받은 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2016년 광명성 4호를 비롯해 과거 위성 발사라고 주장할 때마다 IMO 등에 발사 예정 기간과 추진체 낙하 예상 지점을 사전에 통보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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