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내달부터 재진 원칙…코로나·노인 등은 초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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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부터 비대면 진료는 병원에 1회 이상 방문한 환자에 한해 같은 병원에서만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코로나19·인플루엔자(독감) 등 격리가 필요한 감염병 환자, 의료기관 이용이 어려운 산간벽지 지역 거주자나 노인은 초진이 허용된다. 비대면 진료 후 처방약은 본인이 직접 약국에 방문해 수령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17일 당정협의를 거친 뒤 이런 내용을 담은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비대면 진료는 감염병 예방법에 따라 위기단계가 ‘심각’일 때만 허용되는데 내달부터 ‘경계’로 하향됨에 따라 불법이 된다. 복지부는 비대면 진료가 코로나 대유행 시기 국민 1419만명이 이용했을 정도로 일상에 파고든 만큼 비대면 진료 입법화가 이뤄질 때까지 제한적 범위에서 시범사업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다만 “그간 한시적 비대면 진료는 초·재진 구분 없이 누구나 이용이 가능했고 자택으로 약 배송을 받을 수 있었지만 부작용 최소화를 위해 이용에 제한을 두게 됐다”고 설명했다.

시범사업은 1차 의료기관인 의원 중심의 재진 원칙으로 했다. 해당 의료기관에서 특정 질환에 대해 1회 이상 대면해 진료한 경험이 있는 경우다.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자는 대면 진료 후 1년 이내, 이외 질환자는 30일 이내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다. 다만 1~4급 법정 감염병 확진자는 초진을 허용한다. 감염 확산의 방지를 위해 격리가 일정 시간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섬·산지 거주자나 거동이 어려운 65세 이상 노인, 장애인 등도 초진 대상이다. 병원급 의료기관도 예외적으로 비대면 진료가 허용된다. 1회 이상 대면 진료한 경험이 있는 희귀질환자나 수술·치료 후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사 소견이 있는 환자에 한해서다.

진료 방식은 화상 진료가 원칙이다. 그간 비대면 진료 플랫폼에선 전화 진료가 상당수 이뤄졌다. 앞으로 전화 진료는 스마트폰이 없는 노인 등 제한적인 상황에서만 허용된다. 문자메시지·메신저를 통한 비대면 진료는 불가능하다. 아울러 비대면 진료는 의료법상 허가·신고된 의료기관 내 진료실에서만 해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규정하는 마약류, 오·남용 우려 의약품은 처방이 금지된다.

약은 환자나 대리인이 직접 약국에 방문해 받아야 한다. 다만 복지부 관계자는 “거동이 불편한 환자, 희귀질환자의 경우 자택 수령이 가능한지 보완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은 환자에게 약국을 자동 배정할 수 없다. 이용자 위치 기반의 모든 약국을 표출해 환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대형 약국으로 쏠림을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다. 의료기관이 비대면진료만 실시하거나 조제용 의약품만 취급하는 약 배달 전문 약국은 운영이 금지된다.

수가는 대면 진료보다 높게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의료기관과 약국은 각각 진찰료와 약제비에 비대면 시범사업 관리료가 더해진다. 본인부담률은 법정본인부담률인 30%(의원급 기준)가 적용된다. 차전경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해외에서는 비대면 진료 수가가 대면 진료보다 더 낮은 경우도 있지만 의료진이 환자 본인 확인을 거치고 진료기록을 쓰고 추후 제출해야 할 수 있기 때문에 더 높게 책정했다”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보고 후 최종 확정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