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조 광장 노숙 날…"약주 해야지" 돗자리 술판에 잔디 흡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건설노조가 17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 일대를 점거한 채 1박 2일 상경 집회를 이어갔다. 이들은 전날인 16일 오전부터 같은 장소에서 총파업 결의대회와 행진 등을 벌였고, 밤에는 인근에서 돗자리와 천막 등을 설치하고 노숙을 했다. 이날 집회에선 7월 민주노총 총파업을 예고하며 "윤석열 정부 퇴진" 등의 구호를 외쳤다.
건설노조는 지난 1일 경찰 수사에 반발하며 분신한 강원도지부 3지대장 양회동씨를 추모하고 윤석열 정부의 노조 탄압에 맞서겠다는 이유를 내세워 16일부터 1박2일 상경 집회를 벌였다. 경찰은 16일 오후 5시까지만 집회를 허가하고, 이후에 진행된 집회와 행진 등은 불법으로 규정해 철수를 요구했다. 그러나 노조 측은 “억울하게 죽어간 동지를 추모하는 것이다. 불법이라는 말로 자극하지 말라”며 서울광장·정동길·청계광장·세종대로 일대에서 노숙을 강행했다.
경찰 철수 지시에도 노숙 강행…일부에선 술판도
건설노조 집행부는 노숙을 하는 조합원들에게 은박매트와 비닐 등을 제공했다. 일부 참가자는 개인 침낭이나 텐트를 가져오기도 했다. 서울광장은 건설노조 조합원들로 가득 차 틈을 비집고 걸어야만 이동이 가능할 정도였다. 서울시청 지하에 위치한 시민청에도 100여명 자리를 잡고 잠을 자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노숙이 끝나고 이틀째 집회가 시작된 17일 오전 9시쯤 둘러본 현장은 대부분 정리가 된 상태였다. 밤새 집회 현장에서 나온 쓰레기는 거의 다 봉투에 담겨져 한쪽에 쌓여 있었다. 그러나 현장 곳곳에선 밤사이 크고 작은 소동이 이어졌다. 일부 조합원들은 돗자리에서 술을 마셨고, 서울시의회 앞에서 술에 취한 채 노동가요를 부르던 조합원이 잠을 자던 다른 조합원에게 항의를 받는 일도 있었다. 흡연이 금지된 잔디 광장과 지하철 출입구 등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도 흔했다. 서울시청 정문 인근에서 담배를 피우던 한 조합원은 “여기서 흡연하면 안 된다”는 서울시 관계자의 경고를 무시한 채 흡연을 이어갔다. 또 덕수궁 돌담길 앞에서 노숙을 하던 한 조합원이 근처에서 흡연을 하는 다른 조합원에게 “담배를 왜 피우냐”고 욕설을 섞어 항의하는 모습도 보였다. 집회에서 술판을 벌였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에 대해 민주노총 측은 “노동자들은 멀리서 모였다. 약주 한잔 정도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노동자의 외침을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을 근거로 서울광장과 청계광장을 무단 점거한 건설노조에 총 956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또한 집회시간이 지났음에도 건설노조가 세종대로를 무단 사용해, 이를 도로법과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형사 고발하기로 했다. 경찰은 집시법 위반 등 혐의로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다.
이날 집회에는 건설노조 뿐 아니라 민주노총 산하의 다른 노조 소속 조합원들과 간부 등도 참가했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인상 투쟁과 7월 13~14일 총파업을 예고했고,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결의했다. 전종덕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온 나라를 재앙으로 만드는 윤석열 정권은 척결대상이다. 미친개에겐 몽둥이가 약이다” 등의 강경 발언을 쏟아냈고 “노동자의 무기인 총파업으로 윤석열 정권을 끝장내자”고 말했다. 윤장혁 금속노조 위원장은 “윤석열 정권의 폭정에 맞서 금속노조는 이번 달 31일 총파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후 3시 21분 본집회를 마친 민주노총은 이후 “열사정신 계승”, “윤석열 정부 퇴진” 등의 구호를 외치며 용산 대통령실과 서울고용노동청 방면으로 행진했다. 이에 따라 광화문 방면 4차선이 통제되면서 인근 도로가 혼잡해졌다. 대통령실로 향한 행진 집회는 한때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 설치한 경찰 안전 펜스에 가로 막혔지만, 오후 5시쯤 집회도 종료됐고 경찰도 펜스를 개방하며 참가자들은 해산했다. 집회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한편 이날 오전 건설노조와 언론노조는 지난 1일 양씨 분신 당시 다른 간부가 옆에 있었지만 분신을 말리지 않고 방조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조선일보 보도에 대한 반박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목격자는 양 열사의 분신을 말리고자 했으나 이미 휘발성 물질을 자신과 주변에 뿌린 상황이었다”며 “조선일보와 검찰·경찰은 유가족과 건설노조에 대한 혐오범죄와 2차 가해를 자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건설노조는 조선일보에 대해 정정보도를 요구하고, 명예훼손에 대한 고소와 함께 유족 등의 정신적 충격에 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찬규·최서인 기자 lee.chankyu@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韓축구 국대 손준호, 中감방 5년 갇힐 수도" 中매체 보도 | 중앙일보
- 설득하지 말고 지시하라고? 육아 멘토가 꼽은 ‘부모의 죄’ | 중앙일보
- 가출 친모가 유산 40% 차지…故구하라 울린 '유류분' 헌재 올랐다 | 중앙일보
- 마스크로 초등생 눈 가린 뒤…20대 관장의 끔찍 성추행 영상 | 중앙일보
- "캐비넷에 주사기"…'필로폰 투약 혐의' 남태현·서민재 구속영장 | 중앙일보
- '녹은 슬리퍼' 없어졌다…'대프리카 핫플'에 쏟아진 비난 왜 | 중앙일보
- "돈 안 갚아 죽였다" 자수한 30대 반전…28억 빚져 계획살인 | 중앙일보
- "한국선 가격 10배" 신체 이곳까지 숨겼다...2억대 마약 들통 | 중앙일보
- 나이키 스타킹 신었다? 북한 여성 축구심판 사진 보니 '깜짝' | 중앙일보
- 주먹질에 짓밟았다…충격 장면 500개 쏟아진 어린이집 CCTV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