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L.1st] 결승진출 뒤에 늘 있었던 남자, '봉이 김선달' 마로타

김정용 기자 2023. 5. 17.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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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첼로 브로조비치(왼쪽)와 쥐세페 마로타 CEO(이상 인테르밀란).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인테르밀란이 2022-2023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에 올랐다. 이로써 이탈리아 팀은 2010년 이후 유벤투스의 두 차례 준우승에 이어 세 번째로 우승 도전에 나선다. 그런데 두 팀에 걸친 세 차례 결승전을 관통하는 한 남자가 있다. 쥐세페 마로타 인테르 CEO다.


17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의 산 시로에서 UCL 4강 2차전을 치른 인테르밀란(이하 인테르)이 AC밀란(이하 밀란)에 1-0으로 승리했다. 인테르는 앞선 1차전에서 2-0 승리를 거둔 바 있어 총 2승으로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전은 6월 11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의 아타튀르크 올림픽 경기장에서 열린다. 결승 상대는 18일 열리는 맨체스터시티 대 레알마드리드 경기에서 결정된다.


인테르는 2009-2010시즌 주제 무리뉴 감독 아래서 UCL 우승 등 3관왕을 차지한 뒤 한 번도 4강에 오르지 못하다 13년 만에 다시 결승을 밟았다. 그 사이 어느 이탈리아 팀도 UCL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인테르 스스로 왕관을 되찾아 이탈리아로 가져오려 한다.


2010년 이후 유럽 정상에 도전한 이탈리아 팀은 두 번 나왔다. 2014-3015시즌과 2016-2017시즌의 유벤투스였다. 각각 바르셀로나, 레알마드리드에 패배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당시 유벤투스와 현재 인테르를 관통하는 인물이 마로타다.


▲ 21세부터 축구행정가 외길, 무려 45년 경력의 베테랑


마로타 CEO는 21세 나이에 축구 행정을 시작한 이 분야의 전문가다. 무려 1978년의 일이었다. 고향 팀 바레세의 직원으로 시작해 1년 만에 단장이 됐다. 당시 3부 리그로 추락한 팀을 한 시즌 만에 2부로 돌려놓으며 23세 나이에 우승 및 승격을 맛봤다. 이후 몬차, 코모, 라벤나 등 하부리그 팀을 거쳤다. 베네치아의 세리에A 승격에 일조하고 아탈란타, 삼프도리아를 거치면서 세리에A 팀들이 찾는 행정가로 성장했다.


특히 2002시즌 부임한 삼프도리아에서 본격적인 성공을 일구기 시작했다. 당시 2부로 떨어져 있었지만 모기업이 바뀌어 투자 의지가 있던 삼프도리아는 마로타에게 영입 권한을 줬다. 마로타는 감독 교체부터 선수단 개편까지 주도했다. 2022-2023시즌 세리에B 준우승으로 승격한 뒤, 2004-2005시즌에는 세리에A 5위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켰다. 그리고 세리에A에 성공적으로 잔류하다 2009-2010시즌에는 4위에 올라 다음 시즌 UCL 플레이오프 진출권까지 따내는 파란을 일으켰다. 삼프도리아 역사상 가장 충성스런 선수로 기억되는 안젤로 팔롬보를 비롯해 간판 스타였던 안토니오 카사노, 잠파올로 파치니 등을 영입하는 안목을 보여줬다. 특히 레알마드리드에서 실패한 카사노를 재빨리 데려온 건 그 뒤로도 보여주는 마로타 특유의 수완이 발휘된 경우였다.


▲ 유벤투스와 인테르 중흥의 주역으로


삼프도리아에서 보여준 역량은 승부조작 파동 이후 좀처럼 부활하지 못하고 있던 유벤투스의 관심을 끌었다. 2010년 유벤투스 단장으로 부임한 마로타는 단 1년에 걸친 준비작업을 거쳐 2011-2012시즌부터 무려 9연속 리그 우승을 차지하는 기틀을 놓았다.


기량이 탁월한 선수를 저렴한 이적료로 영입하는 능력, 그리고 딱 맞는 감독을 앉히는 능력이 빛을 발했다. 특히 2014-2015 UCL 결승전에서 뛰었던 화려한 멤버 중 거액에 영입한 선수가 하나도 없었다는 건 마로타의 알뜰한 쇼핑 성향을 잘 보여준다. 폴 포그바, 안드레아 피를로, 페르난도 요렌테는 자유계약으로 영입해 이적료가 아예 들지 않았고, 알바로 모라타는 바이백 조항을 통해 레알마드리드에서 빌려 쓴 선수였다. 안드레아 바르찰리를 2011년에 영입할 때 전소속팀 볼프스부르크에 지불한 몸값은 고작 30만 유로(약 4억 원)였다. 카를로스 테베스, 아르투로 비달 등 세계적인 스타들도 이적료 2,000만 유로(약 290억 원) 미만에 영입했다.


유벤투스의 승승장구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던 마로타 단장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영입 등 실속보다 화려함 위주로 영입 전략이 바뀌던 2018년 팀을 떠났다. 그리고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중국계 자본의 투자를 받아 부활을 노리던 인테르의 CEO가 됐다.


인테르에서는 한결 비싼 선수들을 영입했다. 유벤투스 연속 우승의 주역이었던 안토니오 콘테 감독을 데려오기 위해서는 요구사항이었던 로멜루 루카쿠의 영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밖에는 낭비라고 볼 만한 선수가 거의 없었다. 오히려 보강할 포지션이 하도 많았던 탓에 애슐리 영, 알렉시스 산체스, 디에고 고딘, 마테오 다르미안, 에딘 제코 등 수준급 베테랑을 거의 돈 들이지 않고 데려오는 수완을 보여줬다.


'자유계약의 마법사'답게 라이벌 밀란을 떠나는 하칸 찰하놀루, 로마와 계약을 마친 헨리크 미키타리안, 아약스에서 금지약물 검출로 이적할 시기를 놓친 골키퍼 안드레 오나나 등을 이적료 없이 데려왔다. 모두 UCL 결승 진출의 주축이다.


▲ 공짜로 사서 1500억 원에 파는 봉이 김선달


특히 뛰어난 선수를 이적료 들이지 않고 영입한 뒤 전 소속팀에 비싸게 되파는 봉이 김선달 수준의 거래는 마로타 CEO의 특기다. 유벤투스 시절 맨체스터유나이티드 유망주 폴 포그바를 공짜로 데려온 뒤 세계적인 선수로 육성, 4년 뒤 당시 세계 최고 이적료였던 1억 500만 유로(약 1,524억 원)에 팔았다.


최근 인테르에서는 루카쿠 거래가 화제를 모았다. 지난 2021년 루카쿠를 전 소속팀 첼시로 팔면서 1억 1,300만 유로(약 1,640억 원)나 되는 거액의 이적료를 벌어들였다. 그런데 루카쿠가 인테르로 돌려보내달라고 생떼에 가까운 요구를 하면서, 이번 시즌 소정의 임대료만으로 인테르에 임대됐다. 선수 보는 눈이 확실하기 때문에 가능한 단기 고수익 투자다.


▲ 토트넘, '마로타 덕을 본 주변인물'만 거푸 영입


인테르는 지난 시즌부터 모기업 쑤닝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휘청이면서 재정난에 빠졌다. 중국발 돈줄이 말라버렸고, 이를 감지한 콘테 감독이 가장 먼저 팀을 떠났다. 대혼란에 빠질 위기에서도 마로타 CEO는 팀을 연착륙시켰다. 2021년 가장 몸값 비싼 루카쿠와 아슈라프 하키미 두 명을 팔아 위기를 넘겼다. 그리고 지난 시즌 찰하놀루와 제코, 이번 시즌 루카쿠, 미키타리안, 오나나, 프란체스코 아체르비를 거의 돈 들이지 않고 영입하면서 선수단 경쟁력을 유지했다.


당시 선임한 시모네 인차기 감독은 콘테 감독과 선호하는 포메이션이 비슷해 선수단을 승계할 수 있으면서도 컵대회에 더 강한 면모가 있는 인물이었다. 리그 순위는 다소 떨어졌지만 역시나 컵대회에서 2개 우승을 차지했고 현재 UCL과 코파 이탈리아 결승에 진출해 있다.


마로타 CEO와 함께 일했던 인물들이 토트넘홋스퍼로 일제히 건너갔지만 오래 일하지 못했다는 점은 그들 중 '본체'가 마로타였다는 걸 방증한다. 최근까지 토트넘 단장으로 일하다 유벤투스 시절의 분식회계 파동으로 사임한 파비오 파라티치의 경우, 삼프도리아부터 유벤투스까지 마로타의 심복으로 일하며 일을 배웠던 사이다. 콘테 감독은 유벤투스, 인테르 두 팀에서 함께 세리에A 우승을 일군 바 있다. 그러나 마로타의 선수 지원이 없는 콘테는 자신의 축구를 구현할 만한 최상급 수비진을 갖지 못했다. 또한 마로타의 실속파 경영전략과 달리 파라티치는 스타 선수를 선호했고, 이 경향은 유벤투스와 토트넘 양쪽에서 단기 성공 후 손해로 이어졌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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