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레미제라블" 기립박수…美브로드웨이가 반한 뮤지컬 '광주'

나원정 2023. 5. 17. 16:5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6~21일 뮤지컬 '광주' 광주 공연
5.18민주화운동 소재…편의대·사격 고발
브로드웨이서 '한국 레미제라블' 평가
지난 16일 뮤지컬 '광주' 오픈리허설이 광주 빛고을시민문화회관에서 열렸다. 1980년 5월 광주를 담은 이 뮤지컬은 21일까지 엿새간 광주에서 공연된다. 사진 광주문화재단, 라이브, 극공작소 마방진

“뮤지컬 ‘광주’라고 하면 심리적인 장벽이 있죠. 담백하게 표현해야 관객들이 편안하게 공연을 보며 감정 이입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창작 뮤지컬로는 드물게 지난해 브로드웨이에 선보인 뮤지컬 ‘광주’의 고선웅 연출의 말이다. 1980년 5월의 광주를 담은 작품으로, 지난해 10월 브로드웨이에서 현지 캐스팅으로 쇼케이스를 올렸다. 현지 언론과 전문가에 기립박수를 받으며, ‘아시아의 레미제라블’로 평가받았다.
‘광주’는 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은 2019년 광주문화재단이 민주화운동의 상징 곡 ‘임을 위한 행진곡’의 대중화‧세계화 사업 일환으로 기획했다. 16~21일 광주 빛고을시민문화회관에서 4번째 시즌을 공연하는 고 연출과 제작진을 개막 첫날 공연장에서 만났다.


신군부 편의대·헬기사격 전면 내세워


‘광주’는 한편으로는 윤상원 민주화 열사를 본뜬 야학교사 윤이건(김찬호)과 음악사 주인(김수)을 비롯해, 가족이 계엄군에 끌려간 부인회와 학생 등 독재에 맞선 광주 시민, 다른 한편으로는 시위대의 폭동을 유발해 진압을 정당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잠입한 광주 출신 계엄군 편의대원(김진욱)이 시민들 편에 서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2019년 전직 미국 정보 요원 김용장씨가 5‧18민주화운동 당시 ‘신군부가 군인을 민간인으로 위장시켜 폭력을 조장했다’고 밝힌 편의대 관련 증언을 토대로, 진상규명 과정에서 드러난 계엄군의 헬기 사격, 시민 사살 등의 정황도 옮겼다.
16일 광주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진행된 뮤지컬 '광주' 기자회견에서 고선웅 연출이 답변하고 있다. 사진 광주문화재단, 라이브, 극공작소 마방진
고 연출은 “편의대 진술을 듣고 망치로 얻어맞는 것 같았다. '폭도다’ ‘과격했다’ 그래서 ‘진압했다’는 반복 논리를 반박할 수 있는 구체적 진술이었다. 광주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을 계기가 되길 바랐다”며 “뮤지컬로서 완성도도 중요했다. 춤추고 노래하고 사랑하는 장면을 감상하며 자연스럽게 광주의 진실도 알아주면 하는 마음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 주제곡…"뮤지컬 완성도 중요"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란 가사의 ‘임을 위한 행진곡’이 극 전체에 깔려 있다. 창작 오페라 ‘1945’ 등의 작곡가 최우정(서울대 작곡과) 교수가 ‘임을 위한 행진곡’ 작곡가 김종률의 또 다른 곡 ‘검은 리본 달았지’와 ‘애국가’ ‘훌라훌라’ 등 당시 민주화 운동에 쓰인 노래들을 포함해 37곡을 무대에 올렸다. 30명의 출연진이 광주의 그날을 노래하는 군무 장면의 힘이 세다.
뮤지컬 '광주'. 사진 광주문화재단, 라이브, 극공작소 마방진
뮤지컬 '광주'. 사진 광주문화재단, 라이브, 극공작소 마방진
뮤지컬 '광주'. 사진 광주문화재단, 라이브, 극공작소 마방진
초연 당시 광주시민보다 계엄군 비중이 크다는 비판이 많아 편의대원 캐릭터를 광주 출신으로 바꾸고, 음악과 극의 균형을 가다듬었다. “광주를 발판삼아 국가안전을 도모하고…” “무력진압의 명분만 주고 빠지는 거 아니었습니까?” 등 계엄군의 대사도 나온다. 극 중 시민으로 위장한 계엄군의 무기 탈취 제안에 광주 시민들은 오히려 “같은 시민끼리 총부리를 겨누냐” “우린 전쟁 안 한다”고 거절한다.
편의대원의 신분이 초반부터 드러나 있는 데다, 역사적 흐름을 고스란히 따라가 극의 긴장감은 적은 편이다. 대신 시민들의 평범한 일상이 무너지는 과정 묘사가 섬세하다. 시위대가 총탄에 쓰러지는 모습은 동작을 멈추는 식으로 절제해 표현했다. 죽어 무표정해진 얼굴 옆에 영상으로 표현한 둥근 총탄 자국들이 광주 전일빌딩 등 당시 총격의 상흔을 연상시킨다. 음악사 주인 역의 김수를 포함해 더해 광주 출신 배우들이 오디션을 통해 참여했다.
2018 평창 동계 패럴림픽 개‧폐회식 연출을 맡았던 고 연출은 연극 ‘푸르른 날에’ ‘나는 광주에 없었다’ 등 5‧18민주화운동 소재 작품을 이미 선보인 바 있다. 그는 ‘광주’에 대해 “감정 토로를 최대한 억제했다. 사실을 전하고 진실을 말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야학교사 문수경 역으로 4시즌째 출연하는 배우 최지혜는 “무대에서 ‘존재하라’던 고 연출 말이 인상 깊었다. 표현하려 하기보다 (시민 역 배우들과) 서로 눈을 보며 노래하고 춤추고 사랑했다”고 말했다.

"'캣츠' '레미제라블'처럼 키우려면 민·관 협력해야"


16일 광주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진행된 뮤지컬 '광주' 기자회견에 참석한 제작진 모습이다. 왼쪽부터 유희성 예술감독, 배우 이수정과 나승현, 김진욱, 김수, 고선웅 연출, 배우 최지혜, 김찬호, 조배근, 최우정 작곡가. 사진 광주문화재단, 라이브, 극공작소 마방진
‘광주’는 2020년 초연 이래 서울‧광주‧부산‧전주‧세종에서 공연하며 한국뮤지컬어워즈 창작 부문 프로듀서상 등을 수상했다. 2021년 서울 LG아트센터 재연, 지난해 예술의전당 삼연했고, 같은 해 일본 TV 방송 ‘위성극장’을 통해 일본 전역에 방송됐다.
올해는 광주에서만 공연한다. 광주문화재단의 3개년 지원 프로젝트가 지난해 끝났지만 작품의 성과를 고려해 특별히 지원을 연장했다. ‘광주’의 유희성 예술감독은 “세계적 뮤지컬 ‘캣츠’ ‘레미제라블’도 몇 년간 수정·보완하면서 완성됐다. 뮤지컬 ‘광주’도 서사와 음악 모든 부분이 계속 좋아진다. 민‧관이 협의해 시작한 것처럼 세계적 문화 콘텐트로 발전시킬 방법을 함께 찾으면 좋겠다”고 했다.

광주=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