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서 왜 '기업' 빠졌는지, 이제야 알았다
빠띠가 보는 OOO의 네 번째 주제는 ‘노동과 민주주의’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는 대부분 노동을 하며 살아갑니다. 노동은 생계와도 이어져 있다보니 우리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데요. 삶의 여러 요소를 결정짓는 노동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고, 또 얼만큼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까요? 더 나은 노동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네 편의 연재글을 읽으신 후 여러분의 생각을 댓글과 공감 등으로 나눠주세요. <기자말>
[박효경]
▲ 여러 사람의 협력으로 함께 만든 위키문서 - 새로운 항목과 내용을 추가, 수정할 수 있다. |
ⓒ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
매일매일 뉴스가 쏟아집니다. 어이없고, 때로는 화나는 이야기 속에 안타까운 이름들이 아주 잠깐 스쳐갑니다. 하루 평균 2.3명. 오늘 아침 일터로 나섰다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노동자들의 산재 사망 수치입니다. 대단히 큰 사고가 아니면, 기사 한 줄 없이 통계로만 파악되는 노동자들의 죽음에 사회가 그나마 관심을 가지고 2022년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에서 근로자 사망 등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합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 1년이 지났지만 이것으로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법에서 말하는 경영책임자의 의무가 모호'하다거나, 중대산업재해의 기준을 노동자 '1명 이상'에서 '2명 이상'으로 늘려달라는 등 처벌 규정이 과도하다며 개정을 요구하는 경영계의 목소리에 정부가 더 귀를 기울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노동자의 날이 있는 5월. 기본적인 안전 조치만 했어도 일어나지 않았을 죽음이 수십년 째 반복되는 것에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 일터에서 안전하게 일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당연한데, 어떤 이들에겐 왜 당연하지 않은 게 현실인가. 우리는 계속 질문을 던져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나 그때그때의 기사나 자료로는 꾸준한 관심을 갖기도, 끈질기게 질문을 던지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매일매일 일어나고 있는 산업재해에 내가 얼마나 관심을 가질 수 있을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매번 고민으로만 그쳤는데, 이번에는 그 고민 앞에 '함께'를 두고 힘을 모아보았습니다. 빠띠 활동가들이 모여 직접 이 걸로 위키문서를 만들어보기로 한 것이죠('산업재해 위키만들기' 빠띠 참여 링크)
▲ ▲ 빠띠가 보는 노동과 민주주의 |
ⓒ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
▲ 산업재해 위키문서 작업을 위한 시작단계 |
ⓒ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
자료를 찾다가 다른 사람이 맡은 항목에 해당되면 붙여놓기도 하고, 일단은 각자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자료를 찾아 모았습니다. 우선 첫 시간에는 자료를 모으고 본인이 찾은 자료를 어떻게 분류, 정렬을 하면 좋을지 제안하고 서로 의견을 나눴습니다. 이런 몇 번의 공동작업을 통해 전체 문서의 흐름을 잡고, 항목을 추가하거나 조정하고, 추가된 항목에 자료를 다시 찾아 정리하는 작업을 이어갔습니다.
당신의 일터는 안전합니까... 일상과 가까운 산재
개인적으로 저는 산업재해에 대해 관심을 꽤나 갖고 있었다 생각하고, 중대재해처벌법이 만들어지는 과정에도 참여하며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생각했는데 위키 문서를 만드는 작업을 하면서 더 구체적으로 문제를 파악하고 전체적인 맥락과 과정을 더 알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산업안전보건법이 있는데 중대재해처벌법이 필요하게 된 이유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서 기업이라는 이름은 빠지게 된 배경과 관련 사실들 말이죠(관련 기사: 중대재해법, 제 눈엔 '종이호랑이법'일 뿐입니다 https://omn.kr/1rsbq ).
▲ 오마이뉴스에 노동건강연대가 연재 중인 '이달의 기업살인' 연재기사 화면. |
ⓒ 오마이뉴스 |
한편, 이렇게 위키를 만들 수도 있겠지만 '[추모 캠페인] 끼임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SPC 제빵노동자를 추모합니다.' 같이, 산재 사고에 대해 추모의 마음을 모아보는 것도 작게나마 일상에서 시도할 수 있는 작은 활동이겠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고요.
우리가 시작한 위키문서는 아직 빈 공간이 많습니다. 위키로 우리가 모은 것은 정보나 지식만은 아닙니다. 그 문제에 대해 함께 하고 관심을 계속 기울이겠다는 마음도 쌓여있습니다. 산업재해에 대해 당신은 얼마나 알고 있나요? 당신의 자리를 비워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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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 박효경씨는 빠띠 활동가입니다. 이 글은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홈페이지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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