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체형성률 98% 자신한 정부…구제역, 1주새 10개 농장 퍼졌다
일주일 만에 구제역이 10개 농장으로 번졌다. 4년 만에 다시 발생한 구제역의 확산 속도가 빨라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17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0일 충북 청주 지역 한우 농장에서 처음 발생한 이후 16일까지 총 10개 농장에서 구제역이 확인됐다. 청주ㆍ증평 소재 한우 농장 9개와 염소 농장 1개다. 이들이 사육 중인 소와 염소는 각각 1415두, 50두다. 모두 긴급행동지침(SOP)에 따른 살처분 대상이다.
구제역 발생은 2019년 이후 4년 만이다. 염소 농장까지 번진 건 2011년 이후 처음이다. 농식품부는 “구제역 백신의 항체 양성(형성)률이 지난해 소 기준 98.2%에 이른다. 전국 확산 가능성은 작다”며 자신하고 있지만,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부실 접종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김인중 농식품부 차관은 “청주에서 방역된 농가를 대상으로 항체 양성률을 재조사했을 때 소 같은 경우 평균 94.9% 정도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에 구제역이 발생한 농장 중 일부는 항체 양성률이 과태료 부과 기준인 80% 이하로 드러났다. 가축 수가 50두 미만인 소규모 농장은 공수의사가 직접 백신을 접종해주지만, 50두 이상 대규모 농장은 자가 접종을 해야 한다. 자가 접종이 미흡했던 농장을 중심으로 구제역이 확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차관은 “지난해 전체 사육 두수의 약 5%에 해당하는 10만 두가 접종이 누락됐는데 올해도 비슷한 수준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구제역 확산으로 소와 돼지를 1만 마리 넘게 살처분해야 했던 2018~2019년의 악몽이 재연될 수 있어 방역 당국은 바짝 긴장한 상태다.
이날 농식품부는 ‘구제역 방역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전국 우제류(소ㆍ돼지ㆍ염소 등) 농가를 대상으로 오는 20일까지 긴급 추가 접종에 나선다. 그러나 바이러스 잠복기(최대 2주)와 항체 형성에 걸리는 기간(2주)을 고려하면 구제역이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은 상당하다. 농식품부는 백신 공백기에 구제역이 더 번지는 걸 막기 위해 16일부터 30일까지 2주간 축산 관련 차량ㆍ인원의 이동을 제한하고 가축 시장도 폐쇄하기로 했다.
해외에서 유입되는 바이러스를 막는 일도 급하다. 이번 구제역은 캄보디아ㆍ라오스ㆍ베트남 등 동남아에서 유행하는 바이러스 유전자와 98.9%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2020~2022년 국내에서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았던 것도 백신보다는 코로나19로 인한 출입국 제한 덕이 컸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 차관은 “동남아 등 구제역 발생 국가 노선의 휴대 축산물 검역을 강화하고, 특급 탁송화물에 대해 합동 일제 검사를 22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 3주간 시행한다”며 “외국인 대상 식료품 판매업소의 불법 반입 축산물 판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발생 시군과 인접 7개 시군에 대해선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합동으로 16일부터 26일까지 특별단속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용어사전 > 구제역(口蹄疫)
우제류(소·돼지·염소 등 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가 구제역 바이러스에 감염돼 발생하는 질병이다. 전염성이 높아 국내에선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지정돼 있다. 감염된 동물은 입·혀·잇몸·코 등에 물집이 생기고 체온 상승과 식욕 부진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심한 경우 폐사한다. 국내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건 2019년 1월 이후 4년 4개월 만이다.
」
세종=조현숙ㆍ나상현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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