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보호사, 일할 수밖에 없는 사회

오현정 2023. 5. 17.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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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노동+건강 ON] 노인 복지와 노인 일자리에 대한 더 많은 관심 필요해

[오현정]

야간작업 특수건강검진을 나가면 시설 요양보호사와 아파트 경비원들을 자주 만난다. 두 직업의 공통점은 노동자의 연령이 대부분 50대 이상이라는 것이며, 해당 분야에 종사한 기간은 나이에 비해 그리 길지 않다는 점이다. 즉, 요양보호사와 경비원은 50~60대에 새로 가지게 된 직업인 경우가 많다.

모두가 머리에 그리는 것처럼 요양보호사는 여성이 많고, 경비원은 남성이 많다. 2021년 12월 기준 요양보호사 가운데 94.6%(51만 611명)가 여성이고, 82.5%가 50~60대이다. 검진하면서 느끼는 두 집단의 큰 차이는 과거 직업이다.

과거 직업을 물어보면 경비원으로 일하시는 분들은 이전 직업을 이야기하지만, 요양보호사로 일하시는 분들은 없음 또는 가정주부라고 대답한다. 남성의 경우 다른 직업으로 사회생활을 계속하다가 퇴직이나 은퇴 후 경비원이라는 직업을 얻는 경우가 다수고, 여성의 경우 50~60대 때 첫 직업으로 요양보호사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걸 보여준다.
 
 노인을 돌보는 요양보호사, 요양보호사의 건강은 누가 돌볼까.
ⓒ pixabay
 
배치 전 건강진단을 받는 요양보호사에게 가끔 들을 수 있는 말은 취업해서 좋다는 것이다. 취업해서 뭐가 좋은지 물어봤을 때, 취업 전에는 너무 우울했다는 이야기를 의외로 자주 들었다. "(취업함으로써) 자신이 쓸모 있는 사람인 것 같다"라는 한 노동자의 말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여러 조사에 따르면 장년 이상의 나이대에 취업하는 이유로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크다. 경제적인 이유로 취업하기도 하지만, 노인의 취업은 정신건강 측면에서도 도움이 된다. 2020년 노인실태조사에 근거하면 취업 노인의 우울 증상은 7.8%지만, 미취업 노인의 우울 증상 비율은 16.7%로 나타났다.1) 위 노동자의 말은 이러한 결과를 반영해 주는 한 사례일 것이다.

취업 후 노동자의 건강은?

취업 후 노동자의 건강은 취업 전의 그것과는 다른 이야기다. 생활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야간작업자의 경우 일반적으로 뇌심혈관질환의 위험 질환인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 혈증의 위험이 커진다. 특히 장년, 노인 노동자의 경우 야간노동보다는 주간 노동을 권고하고 있다. 뇌심혈관질환의 위험 요소가 더 많은 나이대의 노동자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직업이, 야간에 일을 많이 한다는 건 어쩌면 모순적인 일일지도 모르겠다.

검진 받으러 오는 요양보호사들에게 나는 늘 휴게시간 및 수면시간의 유무와 시간대를 물어본다. 여기서 휴게시간이란 노동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게 이용이 보장된 시간을 말한다. 그럴 때 온전히 휴게시간을 가지고 있는 요양보호사는 보기 힘들다. 잠을 잔다고 해도 따로 수면실이나 휴게실에서 휴식을 취하는 경우는 정말 드물고, 대부분 요양원에 입소해 있는 노인들 옆에서 쉰다. 즉, 제대로 된 휴게시간을 보내지 못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많은 요양보호사가 '휴게시간'에도 벨 호출이나 응급상황 등에 대처해야 하는 만성적인 긴장에 놓여 제대로 쉬지 못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업장에서 해당 시간을 일하는 시간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경우가 많다.

2021년 1월 대법원은 요양원이 요양보호사들에게 야간근무 중 휴게시간을 지정한 일에 대해 "불규칙적이라도 요양보호사들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존재했기에 휴게시간이라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결을 내리기도 했지만, 여전히 이 시간은 공짜 노동으로 넘겨지는 경우가 많다. 건강을 챙기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임금을 챙기지도 못하는 시간이 발생하고 있다.

야간작업 특수건강검진으로 발견할 수 없는, 그러나 노동자의 건강과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끼치는 건강문제도 많다. 가장 먼저 근골격계 질환을 꼽을 수 있다. 사람은 무겁다. 잠깐이라도 사람을 부축해 봤다면 느꼈을 것이다. 단순히 사람을 부축하는 것 이상의 육체적 힘이 필요하다. 환자 이동, 욕창 방지를 위한 체위 변경, 목욕 등의 작업을 수행해야 하고, 이 작업은 과도한 힘과 함께 부자연스러운 자세, 반복성을 요구한다. 자연스럽게 어깨, 팔, 무릎이 아플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직업성 감염성 질환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가 요양원에서 집단 감염되었던 사례는 너무나 많다. 밀집된 공간에서 집단생활하는 요양시설에서, 감염성 질환의 유행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2020년 7월 사랑의 열매 나눔문화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요양병원에서는 7개소 385명, 정신병원 등 폐쇄병동 형태의 의료기관 3개소에서 330명, 장애인 거주 시설 2개소에서 36명이 코로나19에 집단 감염되었다. 2) 요양보호사나 시설 거주인들은 코로나19와 같은 감염성 호흡기 질환을 포함하여 수두, 홍역, 옴(전염성 피부질환) 등 기타 감염성 질환의 위험에도 상시 노출될 수 있다. 하지만 이들 시설은 의료기관은 아니기 때문에 감염병 예방이나 발생 시 조치 과정은 미비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특징을 가지고 있음에도 많은 여성이 요양보호사를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요양보호사는 국가자격증 중에서 이수해야 할 교육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고, 취업 때도 특별히 경력이나 학력을 보지 않는 직업이라고 얘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저임금, 장시간 노동, 고용불안이 만연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년 또는 노인 여성 노동자가 구할 수 있는 일자리는 야간노동을 요구받고 여러 질병과 위험에 노출되는 시설 요양보호사라는 것이다.

끊임없는 문제 제기로 요양보호사의 처우와 환경에 대해 이전보다는 많이 알려졌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장년 또는 노인 여성이 일해야 하는, 그리고 점점 고령화되어가는 사회에서 노인 복지와 노인 일자리에 관한 관심이 더 많이 필요하다.

1) 보건복지부, 2020년도 노인실태조사
2) 비마이너. 해외 코로나19 사망자 절반이 '집단 거주 시설'에서 죽었다. 2020.12.11.
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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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오현정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여성노동건강권팀 활동을 함께 하고 있는 직업환경의학 전공의입니다. 이 글은 한노보연 월간지 일터 5월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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