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00명 대기 중' 돌봄교실 늘린다…다자녀·다문화 가정도 가능

최민지 2023. 5. 17.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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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대전 중구 보성초등학교에서 늘봄 전담사 이은순 씨(왼쪽 두 번째)가 일찍 등교한 학생들과 책을 읽고 있다. 연합뉴스

초등 돌봄교실 부족으로 8700여명이 대기 중인 가운데, 정부가 교실과 인력을 확충하기로 했다. 맞벌이와 저소득층, 한부모가정 이외에 다자녀 가정 등으로 자격 요건을 확대한다. 교육부는 17일 ‘초등 돌봄 대기 해소와 2학기 늘봄학교 정책 운영방향’을 발표했다.


개학 두 달 지나도록 대기 8700명…“연내 0명 목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8일 오후 인천시 서구 발산초등학교에서 열린 '학교체육 및 늘봄학교 지원을 위한 교육부-대한축구협회 업무협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3월 돌봄교실 신청 인원은 31만5638명이었다. 이 중에서 1만5340명이 추첨에서 떨어져 대기해야 했다. 이후 퇴직 교원 등 인력을 투입하고 교실당 돌봄 정원을 조정해 6600여명의 대기를 해소했지만, 여전히 8700여명이 돌봄 대기 중이다.

교육부는 대기 수요를 줄이기 위해 돌봄 교실 증실, 리모델링 등을 추진한다. 학교 여건에 따라 특별실이나 도서관, 일반 교실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이미 서울과 인천 등은 리모델링을 통해 일반교실 겸용 돌봄교실을 확충하고 있다. 또 경기도처럼 과밀현상이 나타나는 지역에선 교실당 학생수(20명)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공간 확보에 맞춰 돌봄전담사, 퇴직 교원, 실버인력 등의 충원도 추진한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교육감들이 ‘연내까지는 대기 수요를 제로로 만들겠다’는 의욕을 가지고 있다. 우리도 지원하고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충남, 부산, 대전, 울산은 지난 3월 대기 인원이 전원 해소됐다. 경북, 전북은 90%이상, 대기자가 가장 많았던 경기는 19%(1342명)가 줄었다.

초등학교에서 아침·저녁돌봄과 방과 후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늘봄학교'가 시범운영을 시작한 2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연수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늘봄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연합뉴스


돌봄 신청 자격은 완화한다. 현재는 맞벌이, 저소득층, 한부모 가정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다자녀 가정과 다문화 가정 등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돌봄 대기가 없는 지역, 학교를 중심으로 다자녀, 다문화 가정 자녀 등의 수요를 조사해 필요한 학생들이 모두 돌봄교실을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늘봄학교도 조기 확대…2학기부터는 300개교로


초등학교에서 아침·저녁돌봄과 방과 후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늘봄학교'가 시범운영을 시작한 2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연수초등학교에서 1학년 신입생들이 늘봄학교의 세부 프로그램인 '초1 에듀케어'에 참여하고 있다. 에듀케어는 정규 수업 이후 방과 후 학교 참여까지 틈새 시간대에 돌봄을 받는 프로그램이다. 연합뉴스
돌봄교실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해 국정과제인 ‘늘봄학교’를 확대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늘봄학교는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학교가 돌봄과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책이다. 현재 5개 시교육청과 214개 학교에서 시범운영 중인 늘봄학교는 오는 하반기부터 7~8개 시도교육청과 300개교로 늘어난다. 이를 위한 인력, 재정 지원을 뒷받침 할 ‘늘봄학교지원특별법’ 제정도 추진한다.

초등 1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늘봄학교 에듀케어 프로그램은 기한을 최대 1년으로 확대한다. 늘봄학교 에듀케어란 입학 초기 점심식사 이후 일찍 하교하는 초등 1학년 신입생을 대상으로 방과 후 교육과 돌봄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또 방과 후 프로그램 수강 학생 중 희망자에게는 프로그램을 하나 더 무료로 제공하는 '방과 후 프로그램 1+1'을 도입한다.


교원·돌봄전담사는 반발 “인력·재정 확충 모호한 정책”


교사노동조합연맹 늘봄학교 대응팀 관계자들이 지난 2월2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늘봄학교 정상 운영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교원단체는 학교의 돌봄 부담이 커지는 정책에 반발하고 있다. 조성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돌봄·방과후학교 인력 채용 및 관리, 연간 계획 수립 및 운영, 민원 응대와 책임 등의 부담을 교원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며 “교원이 관련 업무를 맡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교사노동조합은 성명서에서 “초1에듀케어 확대와 방과후 1+1 제도 도입 등으로 교사의 업무 과중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또 돌봄공간 확충 및 효율적 활용 정책에 있어 교육 공간이 침해받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돌봄전담사들도 처우 개선이나 인력 확충 계획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논평을 통해 “돌봄교실 확대의 필수 전제인 돌봄인력 확충과 재정적 뒷받침에 대한 개선책은 선언적으로 모호하게 언급될 뿐이어서 현장의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다”며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이 불안정한 정책을 밀어붙인다면 크나큰 분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민지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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