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 과열 우려 가시나 했더니...신용융자 거래 재개하는 증권사
SG발 사태로 시기 적절성 논란…업계 확산 주목
고객 이탈 방지·수익 개선 매몰…투기 조장 외면
올 들어 빚투(빚 내서 투자) 수요 증가로 증권사들의 신용공여 한도가 소진되면서 서비스 중단 및 제한이 이뤄졌던 신용융자거래가 다시 재개되고 있다. 수요 조절을 위한 통상적인 조치지만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로 과도한 빚투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상황에서 부정적인 시선도 나오고 있다.
특히 1분기 증권사들의 신용융자 이자율 인하에도 이자 수익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 터라 빚투를 발판으로 실적만 쫓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이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전날인 16일부터 그동안 중단했던 신용융자 신규 매수와 예탁증권담보대출 서비스를 재개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앞서 지난달 21일 신용공여 한도 소진 등을 이유로 영업점 창구와 모든 온라인 플랫폼에서 신용융자 서비스를 중단한 바 있다.
자본시장법에는 증권사와 같은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신용공여 한도는 자기자본의 100%로 자기자본 규모 이상으로 대출액을 늘릴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올 들어 증시가 예상 외로 선방하면서 빚투 수요가 늘어나면서 신용공여 한도가 거의 소진되면서 법 준수를 위해 서비스를 중단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KB증권도 지난달 26일부터 적용해 온 증권 담보 대출과 신용융자 매수 관련 제한을 완화했다. 전면 제한됐던 주식과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등 증권 담보 대출은 16일부터 고객별 5억원 한도로 완화했다. 고객별 5억원으로 제한됐던 신용융자 매수 제한은 고객별로 정해진 약정 한도까지 확대했다.
양사는 신용공여 한도에 다시 여유가 생긴 상황에서 고객 편의성 제고 차원에서 서비스를 재개한 것으로 향후 신용공여 한도 상황에 따라 서비스 중단 및 제한이 이뤄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증권사들이 신용공여에 대한 수요 조절을 위해 관련 서비스를 중단하고 재개하는 것은 과거에도 이뤄져 온 통상적인 조치다.
일부 종목에 대한 신용 대출을 중단한 NH투자증권 등 다른 증권사들은 아직 별다른 움직임이 없지만 주요 증권사 중 2곳이 스타트를 끊은 만큼 앞으로 거래 정상화 차원에서 점차 서비스 재개 및 완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로 과도한 빚투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과도한 빚투를 조장할 수 있는 서비스 재개가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8조5289억원으로 SG증권발 폭락 사태가 시작된 지난달 24일(20조4319억원) 이후 14거래일 연속 감소세를 보여 왔다.
또 이번 사태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차액결제거래(CFD)로 따른 투자자 피해가 발생했고 하한가를 맞은 8개 종목에 신용융자를 통해 투자한 이들의 손실도 클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재개 시점이 적절하느냐는 시각도 있다. 미수채권이 발생하면 증권사로도 피해가 전이될 수 있다.
특히 1분기 증권사들의 신용융자 이자 수익이 전분기 대비 증가한 상황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빚을 기반으로 실적만 쫓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이다.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29개사가 올 1분기 신용거래 융자를 통해 얻은 이자수익은 3602억원으로 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 신용거래융자 이자수익(3502억원)보다 2.86% 증가했다.
수치 증가가 더욱 주목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은 지난 2월 주요 증권사들이 고객들의 금융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잇달아 낮췄다는데 있다.
은행의 과도한 예대마진(예금과 대출 금리 차에 따른 마진)에 대한 금융당국의 이자 장사 비판이 최고금리 기준 10% 이상을 고수해 온 증권사들의 신용융자 이자율로도 확대되면서 한국투자증권을 시작으로 삼성증권·KB증권·메리츠증권·키움증권·미래에셋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이 줄줄이 이자율을 인하했다.
결국 이자율 인하에도 불구하고 증시 반등 기대감에 따른 빚투 수요가 늘면서 전체 수익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특히 키움증권(588억원)이 전 분기 대비 6.83% 증가하며 가장 많은 수익을 기록한 것을 비롯, 미래에셋증권(554억·5.4%↑), 삼성증권(545억원·4.6%↓), NH투자증권(420억원·3.4%↑), 한국투자증권(316억원·1.6%↑) 등 리테일이 강한 대형 증권사들이 톱 5를 독식했다. 이들 중 삼성증권을 제외하면 모두 이자수익이 증가했다.
이러한 상황적 측면 때문에 증권사들은 신용융자를 통해 빚투 수요를 잡아 고객 이탈을 방지하면서 이자 수익 증대까지 꾀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사들로서는 신용융자 한도에 여유가 발생하면 서비스를 재개할 수 있고 실적도 개선해야 하는 만큼 이해되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투자자 피해가 크게 발생한 상황에서 자칫 투기를 조장할 수 있다는 점을 보다 신중하게 고려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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